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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산림 통합 땐 평화·화합의 상징 세계가 주목할 것” [나의 삶 나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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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8-17 01:00:00 수정 : 2019-08-16 22: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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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산림복원에 ‘올인’ 산림전문가 우종춘 박사 / 산림공무원 선친 따라 숙명처럼 나무와 인연 / 평생 대학강단서 후진 양성 / 정년 퇴임후엔 비무장지대 울창한 자연 눈에 들어와 / 그래서 선택했다. 이 길을… / 독일 유학 3년만에 / 산림경영 박사학위 / 모교선 학생들과 호흡 / 세계 100대 명산 탐방 / 브라질 황폐지 복구 계기 / 북한 민둥산 연구 관심 / 짧은 기간내 녹화 성공한 / 한국의 사례 세계가 인정 / 황해도에 시범 숲 조성 / 북한에 경험 전수 제안도 /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 최근 가장 열정 쏟는 미션 / 공원내 16개국 참전용사 / 북·중공군 수목장 만들땐 / 한반도 평화의 메카 될 것

“대학에서 임학을 전공한 것은 숙명입니다. 산림 공무원인 선친이 출장 중에 갑자기 돌아가시자 집안 어른들이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야 한다며 산림 분야 진학을 적극 권했습니다.”

우종춘 강원대 산림환경과학대학 명예교수의 집안은 임업과 인연이 많다. 큰아버지는 강원도 임업시험장을 설립해 초대 시험장장을 지냈으며 큰형과 6촌 형은 대학에서 임학을 전공했다. 장인은 1996년 조림왕으로 선정돼 산림사업 공로 산업훈장을 받았다. 우 교수의 인생에서 산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우 교수는 평생을 나무연구에 매진하며 후진을 양성했다. 지난해 8월 정년퇴임한 우 교수는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적 활용과 민둥산으로 전락한 북한의 임야를 울창한 산림으로 바꿀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우 명예교수를 지난 9일 개인 연구실에서 만났다.

대학에 입학한 우 교수는 일찌감치 학문에 뜻을 세웠다. 유학을 위해 전공과 영어 공부에 집중했다. 대학원 석사과정 재학 때 황폐한 산에 나무를 심는 치산녹화 사업이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산림 조림 이후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해 유학을 가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처음에는 토플을 공부하며 미국 대학으로 박사과정을 진학할 계획이었지만 임업선진국인 독일에서 보다 체계적인 산림관리를 배우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 독일어 공부를 병행했다. 마침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에 재직하고 있는 고영주 박사의 유학생 추천 요구가 있어 독일 대학으로 결정했다. 프라이부르크대학을 선택하게 된 또 하나의 큰 이유는 전 세계 임업인과 임학자들이 방문하고 싶어 하는 흑림을 현장실습장처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흑림은 빽빽하게 들어선 아름드리나무 때문에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흑림은 황폐한 산을 복구하면서 다양한 산림이론이 만들어진 곳으로 산림경영의 본산지나 마찬가지였다. 이론과 현장실습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기에 1984년 독일 유학길에 올랐다. 독일어 시험을 거쳐 1985년 박사과정에 입학한 우 교수는 3년 만에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의 성실성을 눈여겨본 지도교수가 주말에 대학건물에 들어가 연구할 수 있도록 연구실 열쇠를 맡겼다. 그는 박사과정 동안 밤낮없이 공부와 실험에 매달렸다. 유례가 없을 정도로 단기간에 학위를 마치고 귀국하자 모교에서 그를 특별 채용해 교수로 임용했다.

그는 교수로 재직하면서 산림관리, 즉 산림경영을 연구했다. 수요와 공급에 맞는 산림구조를 유지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분야에 집중했다. 그는 박사학위 논문에 선형계획법과 시뮬레이션을 적용해 산림경영계획을 수립하는 방법론을 제시했다.

그는 학생들과 소통 잘하는 교수로 통했다. 학생들의 산림실습 현장에는 그가 대부분 동행했다. 학생들과 함께 세계 100대 명산을 탐방하며 지역 특성에 맞는 수목 종류를 파악하는 등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했다. 1998년에는 브라질 브라질리아대학교에 방문연구 교수로 파견돼 열대림 황폐지복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014년에는 교내에 남북산림협력연구센터를 설립해 초대 소장으로 활동하며 북한지역의 민둥산 복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우종춘 명예교수는 “한국과 독일이 기술협력을 통해 치산녹화를 이뤄냈듯이 남북 산림협력으로 DMZ를 생명의 땅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며 “산림용 양묘장을 만들고 참전국 전사자를 위한 수목원을 조성하는 것도 평화의 땅으로 만드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원 기자

“북한의 산림 훼손은 심각할 지경입니다. 1999년 163만㏊인 황폐산림면적이 2008년에는 284만㏊에 이를 정도로 급증했습니다. 황폐화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식량부족으로 인한 산지개간과 에너지난으로 인한 땔나무 채취, 외화획득을 위한 과도한 나무벌채 등을 들 수 있습니다.”

2016년 교환교수로 간 중국 연변대학교에서 전문가들로부터 북한의 황폐화된 산에 대해 생생하게 전해 들었다. 이때 그는 정년퇴직하면 남은 인생을 북한 산림 복구 사업에 매진하겠다고 결정했다. 연변대 교수 및 산림 분야 연구원들과 교류하면서 장백산 동식물 조사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중국지역에서 소규모 프로젝트로 교류 물꼬를 튼 뒤 북한 쪽 전문가와 함께 백두산 프로젝트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었다.

우 교수는 남북산림협력연구센터를 운영하면서 개성공단에 묘목과 비료를 전달해 남북 교류를 통한 산림복구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황해남도 산림생태복구·종합개발 공동연구, 북한 산림 황폐지복구에 관한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북한 측과 구축하고 유지하는 데 집중했다. 북한과 실질적인 산림 분야 교류 성과를 인정받은 그는 2015년 제11회 DMZ 평화상 교류협력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강원도는 2005년 냉전의 산물인 비무장지대를 세계평화의 상징으로 전환하고 한반도와 세계평화에 기여한 인물과 단체를 선정해 DMZ 평화상을 시상하고 있다.

그는 DMZ를 활용한 한반도 산림생태 통합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DMZ 내에 양묘장을 만들어 남쪽에서 기술과 자원을 지원하고 북쪽의 노동력으로 묘목을 생산해 공급할 경우 냉전의 상징이 생명의 숲, 생명의 땅으로 바뀔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는 북한과 남한 주민을 한 번에 통합하는 것은 당장은 어렵겠지만 나무는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독일의 도움을 받아 짧은 시간에 산림녹화를 한 경험을 북한에 전수할 경우 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했다. 독일 산림전문가들은 1974년부터 20년 동안 강원 강릉, 전북 진안, 경남 양산 세 군데에 시범림을 조성하고 직접 나무를 심고 가꿨다. 각 지역의 기후와 토양에 맞는 수목을 선정하고 조림하는 현장을 중요시했기 때문에 큰 시행착오 없이 녹화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연변대 교수를 통해 북한 김일성종합대학 교수에게 남한보다 산림면적이 크기 때문에 다섯 군데 정도를 시범림으로 조성해 나무를 키우자고 조언했다. 황해남도에 2000㏊ 규모의 시범 숲을 만들고 원산 등 함경북도까지 시범사업지역을 선정해 남쪽 산림전문가가 들어가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또 DMZ를 세계평화공원으로 조성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공원 내에 수목원을 조성해 6·25전쟁 참전국 전사자를 위한 수목장을 만들자는 입장을 밝혔다. 참전 16개국의 전사자들을 위한 나라별 수목장을 만들고 북한과 중공군 전사자를 위한 공간을 함께 조성할 경우 평화와 화합의 장으로 탈바꿈하는 것은 물론 각 나라의 관광객과 추모객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DMZ에 산림을 접목해 평화지역으로 조성한 뒤 북한의 산림복구사업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DMZ에서 출발한 작은 노력이 한반도 산림생태 통합이라는 결과를 이뤄낼 경우 단절된 국토 핵심 생태 축이 연결되는 것은 물론 관광 상품화를 통한 지역 활성화와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평생 산림을 연구한 학자로서, 또 그동안 북한 산림복구를 위해 쏟은 시간과 열정이 헛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며 “북한 산림복구는 그냥 나무를 심는다고 되는 것은 아니라 민둥산을 단기간에 복구한 경험이 축적된 우리의 전문적인 기술을 활용해 단계별로 계획을 세워 접근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 산림복구와 함께 세계산림엑스포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놀랄 만큼 짧은 시간에 민둥산을 복구한 유일한 나라로 유엔이 인정한 성공적인 사례를 전 세계에 알리고 이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그는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이 산림 분야에 진출하면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조언했다. 동남아에는 산림을 활용할 인재가 없어서 귀중한 나무들이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산림에 대해 전문지식을 배운 청년들이 세계 각국에 진출할 경우 실업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50∼60년을 기다려야 크는 나무가 열대지방에서는 5∼7년이면 목재로 쓸 만큼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성이 무궁무진하다. 그는 올해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마르퀴즈 후즈 후에 등재됐다.

산림 분야를 6차 산업과 접목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DMZ에 양묘장을 설치해 북한 산림복구의 기틀을 다져나가기 위해 그는 시간을 쪼개 쓰고 있다.

 

박연직 선임기자 repo21@segye.com

 

우종춘은… △1953년 강원 홍천 출생 △강원대 임학과 학사, 석사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 이학박사 △강원대 산림경영학과 교수 △강원대 산림경영학과 명예교수 △남북산림협력연구센터 소장 △GIS연구센터 소장 △미국 예일대 교환교수 △강원산림포럼 이사장 △세계녹화연합 공동대표 △한국산림경제학회 전 회장 △한국산림학회 이사 △대한민국 근정포장, 제11회 DMZ 평화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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