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산업혁명 기술이 보편화하면서 채용과 인사 등 기업 운영에 대한 기준도 바뀌고 있다. 새로운 직업과 산업이 생겨나고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만큼 업계 차원의 대응도 분주하지만 이러한 변화와 새로운 요구사항이 구직시장을 비롯한 산업계에서 제대로 해소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청년과 은퇴자들을 가리지 않고 구직난이 좀처럼 완화되지 않는 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원하는 인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수요와 공급 간 ‘미스매치’가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셈이다.
◆300만 사용자 기반 비즈니스 플랫폼 도약
이러한 가운데 명함 앱으로 이름을 알린 ‘리멤버’가 최근 새로운 서비스인 ‘리멤버 커리어’를 선보이며 이직 시장을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리멤버의 운영사는 2013년 7월 설립된 ‘드라마앤컴퍼니’다. 드라마앤컴퍼니는 2014년 1월 명함 앱 리멤버를 출시한 지 5년여 만에 경력직 구인·구직에 초점을 맞춘 리멤버 커리어를 론칭했다. 300만명을 넘어선 리멤버 사용자를 기반으로 한 리멤버 커리어는 리멤버에 명함을 등록한 사용자가 추가로 학력·경력·자격증 등의 프로필을 올리면 기업 인사팀과 헤드헌터가 검색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적합한 인재를 찾으면 이직 제안 메시지를 발송하고, 제안을 받은 사용자는 플랫폼상에서 이를 수락하거나 거절하면 된다.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사전에 프로필을 등록한 사용자가 10만명이 넘은 점만 보더라도 서비스에 대한 시장 주목도가 남다름을 알 수 있다.
리멤버 커리어가 출시되기 이전에도 각종 채용 포털을 중심으로 다양한 서비스가 운영됐다. 그러나 경력직에 차별화되지 못했고 ‘적극적 구직자’와 ‘잠재적 구직자’를 제대로 구분하기 힘들었다. 적극적 구직자는 당장 이직을 준비 중인 부류라면 잠재적 구직자는 당장 이직 의사는 없지만 외부 채용 제안에 대한 관심이 있는 모든 구직자를 포괄한다. 드라마앤컴퍼니 관계자는 “적극적 구직자는 이력서 등록 등 이직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한 반면, 잠재적 구직자는 이직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현업에서 묵묵하게 일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잠재적 구직자인 경우가 많다 보니 이직시장에서 정보 불균형이 해소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리멤버 커리어에 프로필을 사전 등록한 10만명을 분석한 결과 65%가 관리자급(과장∼부장)이었다. 사원급 이하가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채용 포털들에 비해 경력직에 특화된 셈이다.

◆서구와 다른 동양권의 이직문화에 착안
헤드헌팅을 비롯한 비즈니스 플랫폼에 대해 이야기할 때 글로벌 대세로 자리 잡은 ‘링크드인(Linkedin)’을 빼놓을 수 없다. 비즈니스 분야에 특화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출발한 링크드인은 글로벌 1위를 공고히 하며 2016년 마이크로소프트에 262억달러에 인수됐다.
글로벌 마케팅분석업체 스태티스타 등에 따르면 링크드인의 전 세계 사용자는 6억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1억6000만명(2019년 7월 기준)으로 독보적인 선두에 올라 있고, 다음으로 인도(5900만명), 중국(5000만명), 브라질(3700만명), 영국(2700만명), 프랑스(1800만명) 등이 뒤를 잇고 있다.
북미와 유럽 등 서구권에서는 링크드인 사용률이 50%를 상회하는 경우가 보통이지만 동양권에서는 다르다. 중국과 인도의 경우 사용자가 늘고 있지만 전체 인구와 비교하면 미약한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링크드인 사용자는 아직 100만명대인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 통계상 전체 근로자가 1800만명에 이르는 상황을 감안할 때 사용률이 상당히 낮다.
창업 당시부터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권에 특화된 비즈니스 플랫폼을 지향했다. 서구권에 비해 동양권 국가에서 명함 사용도가 훨씬 높다는 점에 착안해 첫 서비스는 명함 앱으로 결정했다.
서구권에서는 이미 이직이 일반적이고 이에 따른 경력 관리 및 헤드헌팅이 자리 잡았다. 반면 동양에서는 아직 전통적인 기업관이 뿌리 깊은 데다 정규직 위주이기 때문에 이직이라는 개념이 아직 낯선 것이 사실이다. 유튜버 등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고 재택근무도 늘고 있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이직 사실을 섣불리 알렸다가 ‘배신자’로 낙인찍히는 모순적 상황이 지속하고 있다.
이 때문에 리멤버 커리어는 프로필 조회나 이직 의향 공개 등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파되는 링크드인과 달리 일부 개인 정보에 폐쇄성을 가미했다. 구직자의 프로필을 헤드헌터나 기업의 인사담당자만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적극적 구직자뿐 아니라 잠재적 구직자까지 더 안정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게 됐다.



◆플랫폼 기업 위해 기술력 제고가 관건
플랫폼 기업을 표방한 만큼 리멤버 커리어 서비스가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빅데이터 등 기술적 완성도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리멤버 출시 이후 사용자들이 입력한 명함은 1억7000만장을 넘어섰다. 서비스 초기에는 명함을 사람이 직접 입력해야 했지만 수작업의 비율은 현재 20% 이하로 줄었다. 명함 및 기업에 대한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자동화가 이뤄지고 자체적으로 OCR(optical character reader·광학적 문자 판독) 기술을 꾸준히 업그레이드해온 덕분이다. 드라마앤컴퍼니는 OCR 기술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네이버와의 연구개발(R&D)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리멤버 커리어 서비스의 1차 제공 대상인 기업의 인사담당자 및 헤드헌터 등을 위해 프로필 데이터의 효용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드라마앤컴퍼니 관계자는 “명함을 토대로 한 프로필 데이터이기 때문에 신뢰도를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할 수 있지만, 업데이트되는 정보가 잘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등 추가 보완을 위한 다양한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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