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면초가와 고립무원.’
작금의 한국 외교가 처한 위기적 상황이다. 북한은 최근 대남 무력도발을 밥먹듯 하면서 안보 불안을 고조시키고 있다. 지난달 25일 이후 다섯 차례나 미사일과 방사포를 쏘아올렸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후 2년 넘게 ‘북한 바라기’로 일관하며 공들였으나 허사였다. 그동안 기껏해야 “미사일 실험이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최소한의 유감만 표한 현 정부를 향해 북한은 ‘겁먹은 개’라는 막말까지 쏟아냈다. 사실상 등을 돌린 모양새다. 정부가 북한에 올인하는 사이 주변국·우방국과의 관계도 틀어지고 나빠졌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이후 데면데면했던 중국은 러시아와 손을 잡고 우리 항공식별구역(KADIZ)을 수시로 넘나들며 한반도에 대한 군사적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일은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굳건한 줄 알았던 한·미 동맹에도 이상 기류가 감지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의 도발 때마다 “아주 작은 미사일 시험”이라며 ‘면죄부’를 줬다.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북한의 비난에도 되레 “(연합훈련이) 터무니없고 돈이 많이 든다”며 동조했다. 안보 공조 파트너인 한·일이 무섭게 싸우는데도 말리려 하지 않는다.
현재 우리의 외교 위기는 ‘자국 우선주의’를 내건 트럼프의 미국이 더 이상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지 않으면서 그 공백을 중·러·일 등 다른 강대국이 파고들어 일어난 파장이라는 것이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문재인정부는 과도한 대북정책 쏠림 탓에 정세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해 위기를 자초했다는 평가가 많다. 편협·독선적 시각과 무능력한 청와대·정부 외보안보라인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돌파구 마련을 위해 전문가들은 미·일과의 관계를 복원하고 대북 경고도 보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외교통상부 2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12일 통화에서 “현 정부의 외교적 자원 중 7할 정도가 대북정책에 집중되고 있고 4강 외교를 비롯한 나머지는 3할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편중성을 문제 삼았다. 김 원장은 “북한 문제를 다루는 데 미국이 한국과 상의하지 않거나 북한이 한국 존재감을 부정할 경우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미국과 한목소리를 내고 필요하다면 북한에도 경고를 보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90%가 북한의 잘못이라면 아무런 경고를 하지 않았던 한국 정부가 10% 정도는 빌미를 준 것”이라면서 “한·미 동맹이 삐걱거리는 상황에서 메시지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점차 북한과의 협상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에도 우리 정부의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소 안보통일센터장은 “일본과의 문제는 대외적인 요인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특히 8·15 광복절 메시지를 잘 활용하는 것이 해법의 첫 출발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일본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메시지가 나와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전체의 3분의 1 정도는 일본에 외교적 타협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도 분명히 들어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우·홍주형 기자 wo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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