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게인(Again) 2002’. 한국 국민이라면 으레 ‘붉은 함성’으로 물들었던 한·일 월드컵을 떠올릴 법하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인 미국 솔트레이크시티는 2002년 동계올림픽에 이어 2030년 대회 개최에도 도전장을 내밀며 ‘어게인 2002’의 단꿈에 다시 한 번 들썩이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 등 해외 유수 언론은 미국 네바다주 리노와 콜로라도주 덴버 등 2030년 동계올림픽 개최 경쟁상대보다 솔트레이크시티의 ‘경쟁력’이 더 뛰어나다고 치켜세웠다. 역시 동계올림픽 개최지였던 노르웨이 오슬로, 릴레함메르와 캐나다 밴쿠버 등도 올림픽 ‘성공 모델’의 첫 손에 꼽히며 세계적 관광지로 자리매김한 것은 물론 차기 올림픽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올림픽 시설의 사후 관리가 미비해 ‘애물단지’로 전락한 평창이 곱씹어야 할 대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작부터 끝을 생각한 ‘유비무환’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은 ‘통 큰 도박’으로 회자되곤 한다.
1989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조직위원회(SLOC)는 동계 스포츠를 테마로 한 ‘스포츠 공원’을 유타주 세금으로 조성한 뒤 해당 비용을 추후 마련될 올림픽 펀드와 사업 수익으로 갚겠다는 안을 제시해 유타주 당국이 통과시켰다. 언제 열릴지도 모르는 올림픽을 ‘담보’로 잡은 셈이다.
올림픽 개최가 무산된다면 비용뿐 아니라 시설까지 그대로 놀릴 뻔했지만 1995년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개최를 확정한 뒤 관계자들은 환호성을 터트렸다. 큰 대회일수록 ‘유비무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철학이 빛을 발한 셈이다.
대회가 끝난 뒤 솔트레이크시티는 빙속경기장 유타올림픽오벌, 설상경기장 솔저할로 등 16개 경기장이 시설 사후 활용도 100%를 자랑하고 있다. 대회 설계 단계에서부터 공을 들였던 스포츠 공원 ‘유타올림픽파크’는 연간 방문객이 60만명에 달한다. 유타올림픽오벌은 개별 스케이팅 입장객과 하키 80개팀, 축구 200개팀이 애용하는 사시사철 스포츠센터로 자리매김했다.

2010년 대회 개최지인 캐나다 밴쿠버도 ‘올림픽을 위해 짓되, 사후 활용을 위해 디자인하라(built for the Games, designed for legacy)’를 대회 설계 당시 핵심 개념으로 세울 만큼 초점이 확실했다. 올림픽을 위해 건물을 짓되 사후활용을 위해 디자인하라는 뜻이다.
일례로 빙속경기장인 리치먼드오벌은 설계단계에서 시민들이 원하는 생활체육시설, 커뮤니티시설의 배치를 염두에 둬 공간을 배치했다.
이 덕분에 오벌은 대회 이후에도 지역 시민들이 연간 100만회 이상 방문하는 ‘지역 사랑방’으로 쓰인다. 오벌이 시설사용료만으로 벌어들이는 흑자 규모는 연평균 200만~300만캐나다달러(약 17억~26억원)에 이른다.
◆체육학교 세워 차기 금메달 육성까지
1994년 대회 개최지인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의 올림픽파크 내에는 NTG라는 기숙형 체육학교가 있다. 올림픽 시설을 사용할 뿐 아니라 은퇴한 선수들 일자리도 창출한다. 이 학교 출신들이 국가대표로 성장해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올림픽 유치 이래 국가 스포츠 수준까지 올라가 일거양득인 셈이다. 평소 훈련장으로 쓰는 동시에 매년 크고 작은 동계스포츠대회가 열릴 때는 대회장으로 이용된다.
한스 린달 릴레함메르 올림픽파크공단 이사장은 “국제대회를 열어야 지속적으로 최상의 설질을 유지할 수 있다”며 “그래야 체육학교 학생들이 최상의 시설에서 연습해 최고의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 2014년 소치올림픽 노르웨이 대표팀 30%가 NTG 출신”이라고 설명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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