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군에 스마트폰, 컴퓨터 등을 악용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기 범죄들을 겨냥한 경계령이 내려졌다. 고위 장성을 사칭해 하급자에게 금품을 요구하거나 이성인 척 위장한 사기꾼이 연애 등을 내세워 군인한테 접근해 돈을 뜯어내는 유형이 대표적이다.
6일 미 육군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4월 육군 헌병사령부는 장병들에게 일명 ‘로맨스 스캠(romance scams)’ 주의보를 발령했다. 로맨스 스캠이란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 등에서 이성인 척하며 데이트를 신청하거나 호감을 표시한 다음 돈을 갈취하는 일종의 사기 수법이다.
미군 당국이 조사한 결과 피해자는 육군뿐만 아니고 해군, 공군, 해병대 등 다른 군종에까지 널리 퍼져 있었다. 돈을 요구하는 명분도 교통비, 통신비, 의료비, 심지어 결혼 준비 자금까지 아주 다양했다. 피해자 대부분은 수만달러의 돈을 날리고 되찾을 길이 막막해 머리를 쥐어 뜯으며 후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육군 관계자는 “사기꾼들은 상당수가 아프리카 국가 출신으로 이메일 주소 추적이 불가능한 사이버 공간에서 암약하고 있어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며 “장병 개개인이 알아서 주의하는 게 최선”이라고 당부했다.

국내에선 ‘몸캠 피싱’ 등으로 불리는 성착취 범죄(sextortion)도 극성이다. 이는 이성인 척 행세하며 장병을 유혹해 자기 자신의 나체 사진이나 음란행위 동영상 등을 촬영하도록 한 뒤 그 사진 및 영상을 가족 또는 지인들한테 유포하겠다고 협박, 돈을 뜯어내는 신종 범죄를 뜻한다.
미 육군 관계자는 “군인들 대부분이 가족과 멀리 떨어져 생활하며 SNS 계정을 갖고 있는 젊은 남성이다 보니 사기꾼들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며 “정기적 수입이 있는 군인이 아무래도 민간인보다 재정적으로 안정적이란 점도 한몫 하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잘 모르는 낯선 사람과는 SNS상에서 친구 맺기 등을 하지 말고 접촉을 아예 끊는 게 상책”이라고 조언했다.
군대 조직의 특성상 높은 계급의 군인을 사칭한 사기 범죄도 끊이지 않는다. 군 안팎에 널리 이름이 알려진 장군이나 제독의 사진을 SNS 또는 온라인 기사 등에서 캡처한 다음 자신이 마치 그 사람 또는 그의 배우자인 양 행세하며 하급자들한테 금품을 요구하는 사례가 잦다.

실제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에는 미군 ‘서열 1위’ 장성인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해병 대장)을 사칭한 계정들이 활개를 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합참은 “우리 구성원 중 개인적으로 SNS 계정을 개설해 활동 중인 이는 합참 주임원사 한 사람뿐”이라고 밝혀 던포드 의장 명의의 모든 SNS 계정이 가짜임을 분명히 했다.
이 경우 피해자도 피해자이지만 가짜 SNS 계정에 자신의 개인정보를 도용당한 장성 등도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군 당국은 주의를 요청했다.
미 육군 관계자는 “고위급 지휘관들은 자신의 명찰, 부대 마크, 계급장 등이 드러난 사진을 SNS 등에 올렸다가 외부로 유출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 한다”며 “또 하급자들은 장군이나 제독들이 아무한테나 돈을 요구하는 메시지 등을 보낼 리가 없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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