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따른 국내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고조되면서 ‘일본계’로 지목된 기업들이 난감해하고 있다. 특히 일본계 기업의 지분이 있거나 투자를 받은 경우 일본계 기업인지를 가리는 것이 어려워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업계에서는 유니클로의 사례처럼 일본계 기업으로 낙인찍혀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는 것을 염려하는 분위기가 완연하다. 실제 유니클로는 불매운동의 대상이 된 뒤로 매출이 전년 대비 30%가량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계 기업’ 논란에서 가장 곤혹스러워 하는 곳은 생활용품 전문점 ‘다이소’다. 국내에서 아성다이소가 운영하는 다이소는 상호부터 일본어 발음으로 된 탓에 일본계 기업으로 보는 시각이 짙다.
국내 영업 중인 다이소는 1997년 서울 천호동에 문을 연 ‘아스코이븐프라자’라는 생활용품 매장이 시작이었다. 첫 출발은 순수 국내 기업이었지만, 2001년 일본의 대창산업과 합작하면서 외국인투자기업으로 등록했다. 이후 상호도 다이소아성산업으로 바꿨다.
현재는 박정부 회장이 최대주주인 아성에이치엠피가 50.02%, 일본의 대창산업이 34.21%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아성다이소 관계자는 “일본 다이소와는 지분투자 이외에 로열티 지급이나 인적 교류, 경영 참여 등의 관계가 없다”며 “삼성전자도 외국인 지분율이 높지만 그렇다고 삼성전자가 외국 기업은 아니냐 않느냐”고 설명했다. 다만 일본 기업의 지분이 30%를 넘는데다, 동일한 상호의 매장이 일본에도 2900여곳이나 있어 일본기업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전자상거래 업체 쿠팡은 재일교포인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비전펀드(SVF)가 지분투자를 한 사실이 알려져 곤혹스러운 눈치다. 비상장사인 쿠팡의 지분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SVF의 지분율이 30%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쿠팡 측은 “KB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70%에 육박하고, 삼성전자와 네이버의 외국인 지분율도 60%에 가깝다”며 외국계 지분율을 근거로 일본계 기업으로 봐선 안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기업들은 일본계 기업의 투자를 근거로 ‘일본 기업’으로 보는 시선에 부담을 호소하고 있지만, 국내 불매운동은 점점 더 고조되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국내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일본 음식점을 찾는 발길마저 뜸해지는 추세다. 이를 두고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적절수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박지훈 변호사는 “사실은 다 주식회사다. 주식이나 지분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정말 일본기업으로 보이는 것만 불매운동을 하는 게 맞다”며 “지분을 따져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사진=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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