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스완(Aswan)은 이집트 동남부에 있는 아스완주 주도로 인구 약 28만명의 중소도시이다. 고대 이름은 스웨네트(Swenet)로 ‘무역’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집트 북쪽과 남쪽을 연결하는 전략적 위치 때문에 고대부터 무역으로 번성한 도시이다. 아스완이라는 이름이 이집트의 수도인 카이로만큼 낯설지 않은 이유는 1902년에 완공한 아스완댐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주거지역 중 하나인 이곳에 나일강 수위를 조절하기 위한 아스완댐이 만들어졌다. 카이로에서 남쪽으로 약 899㎞에 위치한 아스완의 나일강은 다른 여느 지역과는 다르게 화강암 바위 사이를 흘러가며 주변에 뒤덮인 종려나무 숲과 열대 식물들에게 물을 공급하고 있다고 한다.
크루즈선은 이른 아침 안개 자욱한 나일강을 따라 조용히 목적지를 향해 나아간다. 승객들은 여느 때와 달리 늦은 아침을 즐기며 갑판 위에서 시간을 보낸다. 태양이 쉬는 이 시간은 책을 읽거나 대화를 나누기에 너무나도 좋은 날씨이다. 오랜만의 여유를 느끼기 위해 강바람을 느끼며 선 베드에 누웠다. 지난날, 룩소르에서 산 이집트 책자를 뒤적이며 오후에 방문할 콤 옴보에 관한 내용까지 훑어본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오후에 이르러서야 콤 옴보에 도착한다. 콤 옴보는 이집트 농업 도시로, 에스나에서 남쪽으로 120㎞, 아스완에서 북쪽으로 50㎞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며 사탕수수와 옥수수가 많이 생산되는 지역이다. 룩소르를 떠나 에스나에서 하룻밤을 보낸 크루즈는 다시 아스완으로 가는 도중 오후 동안 콤 옴보에 정박한다. 이곳에서 악어신인 세베크(수코스)와 매의 머리를 한 호루스 신에게 봉헌되었던 콤 옴보(Kom Ombo, 카움움부) 신전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 신전은 이집트에서는 보기 드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시대와 로마 시대에 지어진 독특한 이중구조 양식을 띤 신전으로 유명하다.

크루즈선이 강가에 정박하고 5분이 채 걸리지 않은 거리에 콤 옴보 신전이 자리해 있다. 계단을 따라 오르니 신전에 이른다. 신전 탑문과 안뜰 일부가 강물에 쓸려 허물어졌다. 강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신전은 두 개의 동일한 출입구를 가지고 있으며 배악치도 대칭을 이루고 있다. 세베크신과 호루스신이 공유한 신화적 연결고리에 대한 찬사로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신전 배치를 만들었다고 하다. 고대에 유난히 많은 악어들이 모여들었다는 이 신전은 굽이치는 나일강의 물살과 바로 면하여 세워져 있다. 아마도 내가 오른 계단 한 칸 한 칸이 악어들이 잠시 머물던 쉼터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스친다. 이 신전은 고대 이집트 사제들이 나일강의 시간에 따른 자연 주기와 악어들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한다.

신전에서 내려다보면 강변에 정박한 크루즈선들이 보인다. 많은 크루즈 선들이 나란히 정박해 있고 시간 간격을 두고 신전을 방문한다. 크루즈에서 내린 관광객들이 현장학습을 나온 듯 가이드 설명에 귀 기울이고 있다. 신전 벽면에는 신들의 부조가 장엄한 신화를 들려주고 있다. 가이드를 따라 신전을 방문하고 지금까지 보아온 신전과는 다른 악어와 매의 벽화를 따라 과거로의 시간을 더듬는다.
미라로 만들어진 악어와 진흙으로 만들어진 관 그리고 여러 모습으로 전시된 박물관을 방문하니 나일강 생명체들의 흔적을 상상할 수 있다. 정성껏 싸인 악어 미라를 보니 낯설기 그지없지만 시대를 거슬러 악어들과 때로는 사투를, 때로는 공존을 꿈꿨을 나일강의 삶을 떠올리며 선착장으로 되돌아온다.
정박한 배들 주변에는 현지 상인들이 관광객들을 위해 상품을 권하고 있다. 나일강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현재 이집트 사람들을 지나쳐 크루즈로 돌아오니 나일강 너머로 뜨겁던 태양이 붉게 물들어 기울어간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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