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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몰카범이 아닙니다"… 스마트폰 카메라 가리는 사람들

입력 : 2019-08-03 17:00:00 수정 : 2019-08-03 17: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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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몰카 범죄에 의심하는 쪽도 의심받는 쪽도 불편 / 사전 오해 불식시키려 스티커 붙이기도

직장인 A(29)씨는 요즘 출근길 지하철을 탈 때면 스마트폰 후면의 카메라를 카드 지갑이나 손가락으로 가리는 습관이 생겼다. 승객이 많은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보면 예민한 사람들이 ‘몰카’로 오해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A씨는 “가끔 스마트폰을 시야에 맞게 들고 사용하다 보면 맞은편에서 힐끔 쳐다보는 경우가 있다”며 “몰카 범죄가 많다 보니 괜히 오해를 사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하철과 역사 내 몰카 범죄가 자주 일어나면서 예민해진 사람들에게 지하철 이용 중 스마트폰을 쓰다 괜한 오해를 사지 않으려는 모습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카메라 렌즈를 의도적으로 가리거나 랜즈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식이다.

 

◆지하철 몰카 범죄에 불안감 호소

 

2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역사(驛舍)및 대합실’과 ‘지하철’에서의 불법 촬영 범죄는 각각 758건과 672건으로 파악됐다. 1위는 ‘아파트 및 주택’(798건)이었지만, 역사 및 대합실과 지하철이 공간을 공유하는 만큼 사실상 불법 촬영 범죄가 가장 많은 곳으로 볼 수 있다. 

 

지하철에서의 몰카 범죄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한다는 직장인 공모(29·여)씨는 “언제 어디서 몰카에 찍힐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항상 느낀다”며 “특히 지하철을 탈 때면 항상 바짝 긴장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특히 지하철에서는 저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누가 몰카를 찍는지 알 수 없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높다. 한 직장인은 “지하철에서 맞은편에 앉은 남성이 스마트폰을 눈높이에 들고 사용하고 있었는데, 순간 몰카가 아닌지 의심했다”며 “요즘은 사진을 무음으로 찍을 수 있는 어플도 많다 보니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최근에는 지상파의 유명 앵커가 지하철에서 몰카를 찍다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사전에 오해 불식시키려 스티커 붙이기도

 

의심을 하는 쪽만큼이나 의심을 받는 쪽에서도 불편을 호소하기는 마찬가지다. 직장인 박모(31)씨는 “지하철에 사람이 많을 때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주변 사람이 경계하는 시선이 종종 느껴진다”며 “그럴 때면 내 의중과 상관없이 ‘오해받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생 이모(30)씨는 “지하철에서 오해받는 상황이 싫어 스마트폰 카메라에 스티커를 붙여놨다”며 “평소 사진을 별로 찍는 편이 아니어서 온종일 붙이고 다닌다”고 말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의 ‘빨간원 캠페인’.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경기남부경찰청의 경우 2017년부터 스마트폰 카메라에 ‘빨간원 스티커’를 부착하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눈에 띄는 색깔의 스티커를 카메라 주위에 붙여 사용자와 상대 모두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겠다는 취지다. 온라인 상에서도 카메라를 가리기 위한 스티커가 판매되고 있다. 

 

이처럼 몰카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음에도 몰카 범죄는 증가추세다. 경찰청의 불법촬영 및 유포 범죄 통계를 살펴보면 2011년 1523건에서 2017년 6470건으로 7년새 4배 이상 급증했다. 불법 촬영물 유포 등으로 여성가족부의 디지털 성범죄 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은 피해자는 지난해 2379명, 피해건수는 3만3921건에 달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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