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의 임기가 25일 시작됐다. 윤 총장은 “국민에게서 나온 권력인 검찰권을 국민의 입장에서 고쳐나가겠다”며 조직의 변화를 예고했다. 윤 총장은 취임 후 용퇴한 선배들의 자리를 채울 인물을 결정한 뒤 함께 호흡을 맞출 주요 보직 인사를 단행하며 본격적인 자기 색깔 드러내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는 일로 검찰총장 2년 임기의 첫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문재인 대통령 앞에 선 윤 총장은 “검찰에게 맡겨진 일이 시대에 따라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본질에 더 충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검찰권 역시 국민에게서 나온 권력인 만큼 국민들을 잘 받들고 국민의 입장에서 고쳐나겠다”며 “어떤 방식으로 권한을 행사해야 하는지 헌법 정신에 비춰 고민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여러가지로 부족함이 많은 제게 한 나라 형사법 집행을 총괄하는 큰일과 개혁에 관한 업무를 맡겨주셔서 어깨가 무겁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원칙에 입각해 마음을 비우고 한 발 한 발 걸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의 임명장을 받은 윤 총장은 서울 동작구 현충원에서 참배를 마친 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했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4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취임식을 열고 향후 2년 검찰의 청사진을 공개할 계획이다.
윤 총장은 취임사를 통해 그리는 검경 수사권조정과 관련된 철학과 밑그림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은 청와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수사권조정 논의는 입법과정에 있고 최종 결정은 국민과 국회의 권한”이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윤 총장은 “검찰의 형사법집행 전문성과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국민의 관점에서 국회에 충실한 의견을 내겠다”며 취임 후 적극적인 의사표현에 나서겠다는 뜻을 암시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설치나 경찰에게 일부 기소권을 주는 방안 등 검찰개혁 방안에 대한 윤 총장의 구체적인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도 높다. 윤 총장은 공수처 설치나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 등의 방향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주는 방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낸 바 있다.
취임식이 끝나면 윤 총장은 검찰 새판짜기에 나설 전망이다. 윤 총장은 봉욱 전 대검 차장을 비롯해 박정식 서울고검장 등 윤 총장의 선배들이 떠난 빈자리에 새로운 인물을 앉혀야 한다. 현재 고검장 9석 중 6개가 공석인 상태이며, 현직인 윤 총장 선배 기수 검사장은 8명 남아있다. 함께 손발을 맞출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등 검찰 내 주요보직 인사도 진행해야 한다.
재계에서는 적폐수사를 이끌었던 윤 총장이 취임하면서 납작 엎드린 모양새다. 검찰 내 최고의 특수통으로 꼽히는 윤 총장이 강도높은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첫 인지 사건이 기업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 사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재계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위해 부당한 방법이 동원됐을 것으로 의심 중인 검찰은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의 구속영장이 두 번 기각되자 칼을 갈고 있는 분위기다.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황창규 KT 회장 소환 일정도 조율 중이다. LG그룹 총수 일가의 조세포탈 의혹, 코오롱생명과학의 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인보사케이주) 관련 허위 자료 제출 수사 등도 속도감있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사안과 복잡하게 얽힌 사건도 쌓여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를 받는 양승태 사법부와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로 재판 중인 지난 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공소유지 및 유죄 입증을 위해 싸워야 한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사건과 은행에서 부당하게 돈을 빌린 혐의를 받는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사건도 배당돼 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조직 내부적으로는 수사권조정 이슈, 밖으로는 적폐수사와 정치적 중립성이란 과제를 안고 윤 총장이 검찰의 수장자리에 올랐다”며 “윤 총장의 임기 중 총선까지 겹쳐있어 이 기간 검찰의 일거수일투족에 국민적 관심이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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