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정한 모습을 강조하는 학교 방침과 두발·복장 자유화 등 학생 자율권이 부딪히는 교유계 현실이 다시 한번 재연됐다.
인천의 한 중학교에서 바뀐 ‘학교생활 규정’을 교육했다가 학생들의 자율권을 침해한 과도한 규제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교육계에 따르면 인천의 A중학교는 지난달 26일 2~3학년 여학생을 대상으로 생활지도를 진행했다.
이번 생활지도는 최근 개정한 규정을 알리는 차원에서 진행됐는데, 이 규정에는 여학생도 바지를 입을 수 있도록 허용했고, 치마 길이에 대한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측은 이러한 규정을 알리는 과정에서 ‘치마 길이는 45㎝가 되어야 한다’고 교육했고, 교사와 학생부장이 30㎝짜리 자를 들고 일일이 재 가며 길이가 짧은 여학생들에게 주의를 줬다고 한다.
◆학생들 “자율권 침해, 치마 길이 37㎝밖에 안 된다고 선생님이 화내”
이후 여학생들과 몇몇 학부모는 “학교의 규제가 적정선을 넘어 자율권을 침해했다”고 입을 모아 반발했다.
당시 생활지도에 참여한 한 학생은 “(교사들이) 반별로 여학생들을 세워놓고 치마가 짧아 보이는 아이들의 치마 길이를 자로 재고 마지막에는 1명씩 다 치마 길이를 쟀다”며 “(한 여학생은) 치마가 37㎝밖에 안 된다며 선생님이 화를 냈다"고 전했다.
다른 재학생은 ”친구가 선생님에게 ‘이게 정당한 것이냐’고 물어봤는데, 선생님들은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한 재학생 학부모는 “학교 규정에 따라 치마 교복을 샀는데, 이럴 거면 치마를 교복으로 정하지 말았어야 한다”며 “왜 아이들 치마 길이를 일일이 재면서 모욕을 주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학교 “자로 치마 길이 잰 적 없고, 그렇게 할 수 없어”
반면 학교 입장은 학생들 주장과 다르다.
A중학교의 교감은 ‘무리한 규제’라는 논란이 일자 “학교생활 규정을 개정하면서 그 내용을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학년별로 지도 교육을 한 것은 맞다”면서도 “(학생들 주장처럼) 자를 가지고 치마 길이를 재거나 하지는 않았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며 사실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날로 짧아지는 교복 치마
이번 논란은 학교의 규제에서 비롯됐다.
한성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 정책실장은 “두발이나 복장 문제가 있으면 담임교사를 통해 개별적으로 지도를 해야지 강제로 모아놓고 교육을 하는 건 전근대적인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유행을 좇아 날로 짧아지는 교복 치마는 문제라는 인식도 분명 존재한다.
유행에 한창 민감한 여학생들의 치마 길이는 TV 속 여성 연예인을 따라 짧아지는 추세다.
유행어에 빗대 ‘하의실종 교복’, ‘미니스커트 교복’이라며 갈수록 짧아지는 여학생들의 치마 길이에 우려를 드러내는 여론도 부분하다.
이와 관련 교육업계 한 관계자는 “‘학생다운 모습’의 정의는 명확하지 않지만 교육 현장에 어울리는 모습은 있다”며 “한창 유행에 민감한 학생들의 자기표현은 독려하고 이해할 수 있지만 연예인을 따라 한 과한 모습은 지양되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단정한 모습을 바라는 학교와 개성 표현 등을 중시하며 자율권을 요구하는 학생 간 의견이 달라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다만 짧은 치마나 피어싱 등 학생 신분에 맞지 않는 과한 개성 표현은 학교 지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공감이 이어진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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