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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으로 이어지는 100개의 問… 신들의 도시 [박윤정의 그레이트 이집트]

, 박윤정의 그레이트 이집트

입력 : 2019-07-11 10:00:00 수정 : 2019-07-10 21: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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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룩소르 / 나일강 사이에 두고 해 지는 서쪽은 왕들의 무덤, 동쪽은 사원 단지 / 이집트 멸망 후 거대제국의 침략에도 1600여년 옛모습 지켜… ‘살아있는 노천 박물관’

황금빛 모래언덕을 바라보며 눈을 떴다. 그 너머 나일 계곡을 따라 대추야자나무가 눈에 담긴다. 크루즈는 마치 강변의 조용한 호텔처럼 나일강변의 서쪽 연안에 정박해 있다.

크루즈는 이집트를 경험하고 고대 유적지를 관광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인 듯하다. 부드러운 아침 햇살에 눈을 뜨고, 관광으로 지친 한낮의 열기를 크루즈선 갑판에 있는 수영장에서 식힐 수도 있다. 어부들이 그물을 던지고 농부들이 밭을 갈고 새떼가 날아오르는 풍광을 객실에서 지켜볼 수 있다. 나일강 유람선 여행은 고대 이집트를 둘러보는 가장 고전적인 여행 방법이기도 했다. 이집트의 모든 문화와 생활이 나일강을 따라 이루어져 있으며, 수많은 문물이 배를 이용해 운반됐다. 고대의 파라오들도 자신의 제국을 둘러보기 위해 거대한 배를 띄웠다고 한다.

카르나크 신전. 거대한 스핑크스가 내려다보는 길을 따라 고대 파라오들과 신들의 형상물이 신전에 들어섰다고 한다. 원래 스핑크스는 사람의 머리와 사자의 몸체가 일반적인데, 아메노피스 3세가 ‘아문’신을 상징하는 숫양의 머리로 교체했다고 한다.

크루즈는 이집트 최대의 고대도시이자 가장 볼 것이 많은 이곳 룩소르에서 이틀을 더 머문 후 나일강을 따라 이동할 예정이다. 고대 이집트를 대표하는 문화도시 룩소르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큰 야외 박물관으로 알려져 있다. 나일강을 사이에 두고 서쪽으로는 왕들의 계곡에 투탕카멘의 무덤이 있고, 동쪽으로는 카르나크와 룩소르 사원 단지가 자리하고 있다. 신왕국과 중앙국의 수도가 된 이후 1600여 년 동안 이집트 왕국의 중심지였던 룩소르는 이집트의 멸망과 이후 주변 거대 제국들의 침략에서도 옛 모습을 지키며 이집트인들의 종교적 고향으로 명성을 누려왔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이곳을 ‘테베’라고 불렀는데,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는 탑문이 100개나 되는 도시로 묘사돼 있다. 신전이나 궁전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문이 100개나 있다는 의미로 당시의 도시 규모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카르나크 신전은 1500년 동안 여러 세대에 걸쳐 건축되었으며 여러 문화가 결합되었다. 이름이 서로 다른 약 30명의 파라오가 신전 건축 과정에 기여하였으며, 고대 로마의 장식까지 더해져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거대한 규모뿐 아니라 복잡성과 다양성까지 담고 있다.

오늘은 대표적인 신전인 카르나크 신전과 룩소르 신전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른 아침이라 아직 더위가 느껴지지 않지만, 한낮의 태양은 상상할 수 없을 거라는 조언에 따라 모자와 햇빛 차단제, 물을 들고 가이드를 따라 고대 도시 테베로 길을 나선다. 차에 오르자마자 얼마 되지 않아 도착한 카르나크 신전은 웅장한 규모와 아름다움으로 관광객을 압도한다. 신전으로 통하는 스핑크스의 길 좌우에 스핑크스 석상이 늘어서 있다. 거대한 스핑크스가 내려다보는 길을 따라 고대 파라오들과 신들의 형상물이 신전에 들어섰다고 한다. 원래 스핑크스는 사람의 머리와 사자의 몸체를 가지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데, 아메노피스 3세가 ‘아문’신을 상징하는 숫양의 머리로 교체했다고 한다. 스핑크스의 두발 사이에는 람세스 2세를 상징하는 조각상이 높여있고 그 길의 끝에는 람세스 2세가 세운 거대한 오벨리스크가 자리하고 있다.

카르나크 신전의 주인인 아문신은 원래 바람과 공기의 신으로 테베지역의 신이었으나, 테베를 수도로 삼은 신왕국이 융성하면서 최고신으로 섬겨졌다. 이집트인들은 신들을 묶어 하나로 만들기도 하는데, 투탕카멘 시대에 태양신 ‘라’와 결합해 ‘아문 라’가 됐다. 바람과 공기의 신이 태양신과 합체됐으나 무엇보다 강력한 힘을 상징하는 신이 된 것이다. ‘라’의 경우 아문뿐만 아니라 왕권을 상징하는 ‘호루스’와 결합하여 ‘라 호라크티’라고 불렸다는 가이드 보충 설명을 기억에 담고 카르나크 신전으로 들어섰다. 스핑크스의 길을 마주 보고 오른쪽은 무트 신전 방향이고 왼쪽은 몬투 신전 방향이다.

신전 내부는 신왕국의 가장 신성한 장소로서 내부 벽면에는 파라오의 탄생을 묘사한 부조가 장식돼 있다. 지금은 심하게 무너져 자칫 폐허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보수·정리되어 있는 일부분만 보아도 이집트 고대 유적지 중 가장 크고 인상적인 곳 중 하나라는 말에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카르나크 신전은 1500년 동안 여러 세대에 걸쳐 건축됐으며 여러 문화가 결합됐다. 약 30명의 서로 다른 파라오가 신전 건축 과정에 기여했으며 고대 로마의 장식까지 더해져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거대한 규모뿐 아니라 복잡성과 다양성까지 담고 있다.

단지의 주요 구조물인 아문 신전은 지금까지 지어진 예배당 중 가장 큰 곳이란다. 아문의 아내 무트와 그의 아들 곤수에게 바쳐진 두 개의 거대한 사원들로 둘러싸여 있는데, 지금은 심하게 무너져 자칫 폐허처럼 보일수도 있지만 보수되고 정리돼 있는 일부분만 보아도 이집트 고대 유적지 중 가장 크고 인상적인 곳 중 하나라는 말에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신전 내부는 신왕국의 가장 신성한 장소로서 내부 벽면에는 파라오의 탄생을 묘사한 부조가 치장돼있다. 거대한 기둥들이 빽빽이 서있는 다주실을 거쳐 카르나크 신전의 오벨리스크까지 이르면 고대 이집트로 시간여행을 하고 있는 기분이다.

카르나크 신전은 전체의 10% 정도만 발굴된 상태이며 여전히 발굴과 복원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잦은 도굴과 훼손에도 이 정도 규모이니 고대 이집트의 권위와 영광이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도 되지 않는다. 태양이 머리 위로 떠오르면서 카르나크 신전의 감동을 뒤로하고 나일강의 신비와 파라오의 역사를 품고 있는 룩소르 신전으로 향한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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