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핑크색 후드에 치마…" 여대 숨어든 여장 남성에 또다시 '외부인 공포'

입력 : 2019-06-22 12:00:00 수정 : 2019-06-22 13:56:24

인쇄 메일 url 공유 - +

숙대 女화장실 남성 출입 논란 / 지난 3월엔 마약수배자 무단 침입도 / 일부 여대서 외부인 출입 전면 통제 목소리도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교내에 여장을 하고 들어온 남성 A씨. 페이스북 캡처

 

“여기 수상한 사람 있어요.”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교내 여자 화장실에 여장을 한 남성 A씨가 등장했다. 머리에 가발을 쓰고 핑크색 후드 티셔츠와 치마를 입었지만 A씨는 ‘남성’이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학생들은 교내 보안팀에 신고했고 이후 학교 측 연락을 받은 경찰은 30대 남성 A씨를 체포했다. 현재 경찰은 A씨가 여장을 하고 화장실에 출입한 이유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비슷한 사건은 지난 3월에도 발생했다. 같은 대학 학생회관 화장실에 마약수배자 B씨가 무단으로 침입한 것이다. 학생들은 불법촬영을 의심해 B씨의 도주를 막았지만 경찰이 도착했을 때 B씨는 이미 도망친 뒤였다. 경찰은 현장에서 B씨가 놓고 간 가방을 발견했는데 그 안에는 마약으로 추정되는 물질과 주사기가 발견됐다. 숙명여대중앙여성학동아리 ‘SFA’는 “이 사안을 처음 접했을 때 해당 남성이 불법촬영카메라를 설치하진 않았을지,  마약물을 가지고 학우에게 위해를 가하려던 것은 아니었는지 혹은 또 어떤 의도를 가지고 들어왔을지를 끊임없이 상상하며 공포를 느꼈다”고 토로했다.

 

◆ 잇따르는 외부인 출입 논란에 커지는 성범죄 공포

 

신원이 불분명한 사람들의 여대 출입이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여대 재학생은 성범죄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에서는 한 남성이 강의실과 여자화장실 주변에서 나체로 음란행위를 하고, 이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려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해당 남성은 경찰조사에서 “여대라는 특성 때문에 갑자기 성적 욕구가 생겼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9월 서울의 한 여대에서도 화장실에 몰래카메라가 설치돼 있다는 제보가 들어와 화장실을 폐쇄하는 해프닝이 발생했고 같은해 다른 여대에서는 한 배달업체 직원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몰래카메라를 찍으려다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서울의 한 여대에 다니는 김모(25)씨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외부인을 모두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런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여대생 류모(23)씨도 “여대라 안전할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들어왔는데 여대가 성범죄자들의 표적으로 인식돼 요즘은 더 위험하다는 생각도 든다”며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두렵다”고 했다.

 

◆ 여대 캠퍼스 외부인 출입통제 목소리도

 

이에 따라 일부 여대에서는 캠퍼스 내 외부인 출입을 전면 통제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지난해 알몸남 사건이 발생하자 “학생들의 학업공간인 강의실은 그 어느 곳보다 안전해야 함에도 동덕여대는 외부 남성이 들어와 자위행위를 할 만큼 경비가 허술하다”며 “모든 건물에 카드리더기를 설치해 강의실 내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한 명 이상의 경비 인력을 건물마다 배치해 사전에 범죄를 예방해야 한다”고 학교 측에 요구했다. 학교는 이를 받아들여 외부인 캠퍼스 출입을 전면금지한 상태다. 남성 교직원들은 신분증을 제시해야 출입이 가능하고 배달원도 출입이 안 된다.

 

2018년 교내 보안강화를 촉구한 동덕여대 학생들.

 

일부 다른 학교들도 부분적으로 외부인 출입통제에 나서는 분위기다. 덕성여대의 경우 낮 수업이 끝나는 오후 6시 이후나 시험기간에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외부 관광객이 많은 이화여대도 출입 가능한 구역을 표시한 지도를 배포하고 일부 건물에 카드리더기를 설치하는 등 관리에 나서고 있다. 숙명여대 여성학동아리도 △교내 출입 남성의 출입증 착용 등 철저한 신분확인 △교내 보안팀 별도구성 △매학기 안전실태조사 실시 등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 대학안전, 지자체·관할경찰서와 협력치안이 중요

 

대학은 교육적 기능도 하지만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공공성’이 높아 외부인의 출입을 전면 통제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내에서 외부학회나 행사가 많이 개최되고 인근 지역주민과 편의시설, 도서관 공유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상황에서 외부인을 완전 통제하기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학 자체적으로 성범죄를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자체, 경찰과 협력해 안전을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는 “의심스러운 행동을 발견했을 때 학생이 바로 신고할 수 있도록 대학 자율 순찰대를 운영하거나 캠퍼스 내 폐쇄회로(CC)TV 작동을 알리는 환경설계를 통해 성범죄자들의 범죄의지를 꺾을 수 있다”며 “대학과 지자체, 관할 경찰서 등이 함께하는 협력치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교수(경찰행정학)도 “외국의 경우 은퇴한 현직 경찰이 대학이 운영하는 일명 ‘대학경찰’로 활동하고 있다”며 “단순 경비인력보다 전문적일 수 있고 현직 경찰과 협조가 잘 되는 등 장점이 있을 수 있다”고 ‘대학경찰’ 도입을 제안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김민 ‘매력적인 미소’
  • 김민 ‘매력적인 미소’
  • 아린 '상큼 발랄'
  • 강한나 '깜찍한 볼하트'
  • 지수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