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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출신 난민 민혁군에게 닥친 운명의 한달

입력 : 2019-06-20 20:28:16 수정 : 2019-06-20 20:2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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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물] 이란에서 온 난민 김민혁군 / 父子 중 자녀만 난민인정 “아버지 목숨 위태로워…어떻게든 안 보낼 거다”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란 출신 난민 김민혁 군. 안승진 기자

“아버지의 목숨이 걸린 일이다. 어떻게든 안 보낼 거다.”

 

이란에서 온 난민 김민혁(16·예명)군은 아버지와 이별할 위기에 놓였다. 한국에 와 천주교로 개종한 김군과 아버지는 이란의 종교박해를 이유로 지난해 7월 난민신청을 냈는데 김군은 난민으로 인정된 반면 아버지는 심사에서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난민 재심사를 신청해 지난 11일 출입국·외국인청을 찾아 재면접을 봤다. 혹여 아버지가 다음 달쯤 발표될 난민심사에서 떨어지면 강제출국 대상이 돼 둘은 생이별을 해야한다. 이 때문에 김군은 하루하루 초조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란 출신 난민 김민혁 군. 안승진 기자

지난 19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군은 애써 밝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난민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많은데 사람들의 부정적인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라고 한다. “난민도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꿈도 ‘모델’이란다. 김군은 현재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중이다. 친구들이 많아 학교에서 소위 ‘인싸’라고 불린다고 한다. 지난해 김군의 난민신청 때 중학교 친구들이 “이란친구와 함께 살고싶어요”라며 1인 시위, 국민청원 등 지지활동을 벌여 김군의 난민인정에 큰 힘이 되기도 했다.

난민 재심사를 받기위해 지난 11일 서울 출입국외국인청을 찾은 이란 출신 김민혁군(오른쪽)과 아버지. 연합뉴스 

◆ 초등학교 때 친구따라 간 성당…종교 박해 위험으로 다가와 

 

김군과 아버지는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2010년 아버지 사업차 한국에 온 김군은 이듬해 초등학교 친구의 소개로 성당에 다녔다. 그는 성당 대표로 상을 받기도 하고 성경학교에 참석하는 등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다. 하지만 이란에 사는 친척들과 국제전화를 하다 이 사실을 말해버린 것이 화근이었다. 친척들은 김군의 종교를 듣고 “사람이 할 짓이냐. 다시는 연락하지 말자”며 펄쩍 뛰었다. 김군은 뒤늦게 이슬람국가인 이란에선 개종이 사형까지 처해질 수 있는 중죄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버지도 이 사실을 알고 놀랐지만 아들의 뜻을 존중해 2015년부터 함께 성당에 다니기 시작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개종사실이 이란에 알려져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신세가 되자 2016년 출입국 외국인청에 난민신청을 냈고 준비가 미흡해 둘다 탈락했다. 2년 뒤 재신청을 냈다. 출입국·외국인청은 김군에 대해 “자기 종교를 숨기고 이란 이슬람 사회에서 살아가는 게 충분히 공포가 될 수 있다”며 난민을 인정했다. 김군의 사연이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졌고, 인터넷에 김군의 신앙 활동 기록이 남아있는 등 박해사유가 인정된 덕분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달랐다. 김군과 달리 한국어에 서툰 아버지는 심사면접에서 질문한 종교 단어들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했고 신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탈락했다.

 

김군은 난민심사 면접에 대해 “카메라, 녹음기 앞에서 조사관과 통역사와 함께 앉아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한다”며 “난민사유가 종교적인 이유라 12사제 이름, 십계명, 예수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한 말 등 종교적 신념을 확인하는데 초점이 맞춰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마지막 질문인 ‘이란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이유가 뭐예요’ 말고는 마치 종교시험 같았고 내가 처한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지난 11일 서울 양천구 출입국외국인청 앞에서 아버지의 재심사를 기다리는 김민혁 군. 연합뉴스

◆ 5시간 난민 재심사 받은 김군 아버지…결과 나올 때까지 김군에겐 ‘운명의 한달’

 

김군의 아버지는 지난 11일 서울 양천구 출입국·외국인청에서 5시간 동안 재심사 면접을 봤다. 한번 탈락한 난민신청자가 재심사에서 통과하기란 처음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김군은 “아버지가 탈락 후 한국어 공부와 자신의 상황을 설명할 종교적 이유를 더 열심히 준비했다”고 했다. 아버지는 김군에게 “내가 왜 너를 한국에 데려와서 이런 고생을 시켰는지 나도 이럴 줄 몰랐다”며 “더 나은 삶을 살라고 한국에 공부하라고 데려온 건데 난민이 될 줄이야”라고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 

 

난민신청 기간 중에는 취업이 허용되지 않아 김군의 아버지는 7월에 나올 결과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아버지가 일을 할 수 없으니 경제적으로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군 부자의 사연을 접한 종교계와 인권단체들은 김군 아버지의 난민인정을 신중히 심사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3대 종단 이주인권협의회는 18일 성명을 내 “정부가 1차 난민 심사에서 개종의 동기가 불분명하고 주기도문과 십계명 등을 외우지 못해 개종했다고 볼 수 없다며 난민불인정을 판단했지만 주기도문 등을 틀리지 않고 외울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개종을 이유로 박해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 먼저 고려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인권단체 ‘난민과 함께 공동행동’도 11일 성명을 통해 “정부가 미성년자인 김민혁군의 난민인정 이후 유일한 가족인 아버지의 체류보장방안을 마련해주지 않은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김군은 현재 본명을 숨기고 예명을 사용하는 상태다. 이란이 자신들의 존재를 이미 파악하고 있겠지만 최대한 더이상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다. 그는 “국내에 이란 대사관이 있고 이미 우리 사연이 뉴스로 알려져 이란 사회에 돌아가면 아버지의 목숨이 위태로울 게 뻔하다”며 “어떻게든 돌려보낼 수 없다”고 다짐했다. 그는 “만약 난민인정이 안 된다면 국회와 교황청, 해외대사관 등을 찾아가 국제사회에도 우리 사정을 알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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