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4세 아이를 키우는 변모(32·여)는 오후 8시 서울만남의광장 휴게소로 출근한다. 출산과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둬야 했던 A씨는 이제 저녁 4시간 휴게소에서 ‘사장님’으로 호두과자와 핫바 등을 만들어 판다.
#2. 안성휴게소(부산 방향)에서는 대학교 4학년인 엄모(25)씨를 만날 수 있다. 핸드드립커피 전문점 운영을 계획하고 있는 그는 휴게소 커피판매점을 운영하며 경험을 쌓고 있다.
20일 서울만남의광장 휴게소와 안성휴게소에서 국내 ‘공유주방 시범사업 1호’가 본격 영업을 시작했다.
변씨와 엄씨는 오후 8시부터 자정까지 커피, 호두과자, 핫바 등을 만들어 판매한다.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는 고속도로 휴게소가 직접 운영한다. 식재료 등 소모성 재료비 외에 초기 투자비용은 전혀 들지 않았다. 기존에 있던 조리시설을 사용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들이 만약 모든 시설을 설치해 창업했다면 서울만남의광장 휴게소에서는 4600만원, 안성휴게소에서는 650만원을 쏟아부어야 했다.
공유주방은 식품 조리시설이 갖춰진 1개의 주방을 여러 명의 사업자가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조리공간이다. 사실 현행 식품위생법에는 1개의 주방에 1개의 영업만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공유주방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유주방을 규제 샌드박스 대상으로 선정하면서 국내 1호가 등장하게 됐다.
공유주방의 형태는 다양하다. 휴게소 공유주방은 1개 주방을 다른 시간대에 사용하는 형태다. 한 곳에 여러 개의 조리공간이 있는 분리형 주방 형태도 있다. 현재 심플프로젝트컴퍼니(위쿡)에서 분리형 공유주방을 규제 샌드박스로 신청해 심사가 진행 중이다. 개별 사용자들은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어 배달 등의 방식으로 판매해 돈을 벌고, 위쿡은 임대료를 받는 사업모델이다.
공유주방의 장점은 우선 초기 비용 부담이 적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창업을 준비하기에 앞서 경영 노하우나 식품안전 관리 기술 등도 배울 수 있다. 식품 관련 창업을 꿈꾸는 청년이나 경력단절여성, 제2 인생을 준비하는 퇴직자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여럿이 주방을 함께 쓰는 만큼 식품 안전관리를 위해 위생관리 책임자를 둬야 한다. 식품분야 전공자 등 전문가가 주방시설, 조리시설 등 위생관리상태를 매일 점검한다. 식품 테러 등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공유시설 사용자별 출입자 명단도 기록·관리해야 한다. 사용자는 시설 위생을 포함해 위생복·위생모 착용, 건강진단 실시 등으로 개인위생을 철저히 할 의무가 있다. 식약처는 주기적 현장지도를 통해 식품안전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시범사업 결과를 반영해 안전이 담보되는 공유주방 제도를 마련해 법령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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