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철살인은 박희태, 품격은 이낙연.’
정치권의 대표적인 ‘입’으로 불리는 각 정당의 전·현직 대변인들은 ‘명(名) 대변인’으로 보수 측에서는 박희태 전 국회의장을, 진보 진영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를 각각 꼽았다.

박 전 의장은 1988년 민정당 소속으로 국회에 처음 등원한 뒤 4년3개월 동안 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총체적 난국’ 등 지금도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정치조어를 만들었다. 이 총리는 새천년민주당 대변인과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자 대변인 등 다섯 차례에 걸쳐 대변인으로 발탁돼 ‘5선 대변인’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14일 노무현 대통령 후보 공보특별보좌역과 새천년민주당 대변인을 역임한 유종필 전 관악구청장은 역대 대변인의 논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단어로 박 전 의장의 ‘내로남불’을 꼽았다. 유 전 구청장은 “내로남불이라는 단어가 나온 지 20년이 넘었지만 이 시대의 정치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내로남불로 설명된다”며 “여야가 서로 권력을 바꿔 가지면서 입장이 달라지는 현실정치의 속성을 그대로 꿰뚫어본 촌철살인”이라고 평가했다.
과거 새누리당 대변인과 박근혜 전 대통령 후보 경선캠프 대변인 등을 역임한 이상일 전 의원은 “박 전 의장은 유머와 해학을 섞은 논평으로도 얼마든지 상대를 곤란하게 만들고 따끔하게 지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현상의 본질을 적확한 비유로 명료하게 드러낸 박 전 의장의 논평은 지금도 모범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원내대변인과 17대 한나라당 경선캠프 대변인 등을 거친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 총리의 절제된 단문에 묻어나는 품격을 으뜸으로 꼽았다. 진 전 장관은 “언론인 출신이라 그런지 쓰는 메시지가 간결하면서도 핵심이 담겨 있었다. 용어 선정이 놀라울 정도로 적확하다. 흉내 내 보려고 노력했는데 잘 안 됐다”며 “저렇게 논평하는 대변인 문화가 만들어지면 정치문화가 바뀌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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