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순수 내연기관차의 퇴조 현상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하이브리드(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전기(EV)·수소전기차(FCEV) 등 친환경차를 찾는 소비자들의 수요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특히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대세’로 자리 잡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HEV·EV 모델들이 최근 출시됐거나 대거 시장에 나올 예정이어서 SUV의 ‘친환경차 변신’도 주목받고 있다.

9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1∼5월)까지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을 뺀 순수 내연기관 승용차의 내수판매는 54만701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친환경차 판매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친환경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5월 8.0%에서 올해 동기에는 10.6%로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는 올해부터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판매 증가세는 계속되고 있다”며 “또한 전기차도 올해 보조금이 1대당 최대 9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300만원 줄었지만, 지원 대수가 늘고 신차 효과가 겹치면서 판매량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자동차 업계는 이처럼 전기차·하이브리드 등 전기 구동력을 활용하는 ‘전동화 시대’를 맞아 새로운 활로 모색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친환경 SUV’가 새로운 대세다. ‘SUV=디젤’이라는 공식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자동차는 세단 위주의 하이브리드를 내년부터 SUV에도 적용해 친환경 모델의 폭을 넓힌다. 우선 현대차는 싼타페 HEV와 PHEV 2개 모델을 내년 상반기에 출시하고 투싼 HEV와 PHEV도 내년에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에 따라 싼타페, 투싼과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는 기아차의 쏘렌토와 스포티지도 HEV 모델이 추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는 하반기에 코나의 HEV 모델을 추가해 현대·기아차의 소형 하이브리드 SUV 라인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말 출시 예정인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SUV인 GV80도 라인업에 하이브리드가 포함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월 준중형 SUV 코란도를 출시한 쌍용자동차도 코란도의 전기차 모델과 별도로 하이브리드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국내 판매 중인 하이브리드 SUV 가운데 국산차는 기아차 니로가 유일하다. 그동안 준중형 이상 SUV의 하이브리드 모델은 렉서스와 도요타·메르세데스-벤츠·볼보 등 수입차가 주를 이뤘다.

수입차 하이브리드 SUV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건 렉서스다. 올해 1∼4월 국내에서 하이브리드 SUV 1813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9% 급증했다. 올해 3월 출시된 브랜드 첫 콤팩트 SUV모델인 UX250h는 엔진과 모터를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도심연비가 17.2㎞/L에 달한다. 시장 반응도 괜찮다. 출시 첫달 100대에 이어 4월에는 288대, 지난달에는 285대가 팔렸다.

도요타코리아가 지난달 출시한 준중형 SUV인 ‘뉴 제너레이션 라브4’는 6년 만에 나온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로 최근 서울모터쇼에서 국내 최초로 공개된 바 있다. 뉴 제너레이션 라브4는 하이브리드 모델에만 사륜구동을 적용하기도 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올 하반기에 다양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과 자사 전기차 브랜드 EQ의 최초 순수 전기차 ‘더 뉴 EQC’ 출시를 앞두고 있다. 특히 메르세데스-벤츠의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상징하는 모델’인 더 뉴 EQC는 앞 차축과 뒤 차축에 연결된 두 개의 전기모터를 통해 300㎾의 출력을 내며 주행 가능 거리는 450㎞ 이상이다. 두 개의 모터는 최고 출력 408마력(300㎾), 최대 토크 78.0㎏.m를 발휘하며 시속 100㎞까지 5.1초 만에 도달할 수 있다. 7.4㎾ 용량의 온보드 차저가 탑재돼 가정과 공공 충전소에서 완속(AC) 충전을 할 수 있으며 급속 충전 시 최대 110㎾의 출력으로 약 40분 이내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BMW그룹도 최근 ‘뉴 X1’을 공개하면서 새로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X1 xDrive25e’의 출시를 예고했다. 2020년 3월 양산 예정인 X1 xDrive25e는 BMW의 최신 4세대 배터리 기술을 적용해 전체 배터리 용량이 9.7㎾h에 달하며 배터리만으로 최대 50㎞까지 주행할 수 있다.
포르쉐는 자사 최초의 순수 전기차 ‘타이칸’을 내년 상반기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포르쉐코리아는 최근 타이칸의 국내상륙을 앞두고 전국 10곳에 320㎾ 초급속 충전기를, 120여곳에 완속 충전기를 설치하는 등 인프라구축에 나선다고 밝히기도 했다. 포르쉐에 따르면 ‘타이칸’은 오는 9월 글로벌 출시를 앞두고 있다. 국내에는 2020년 상반기쯤 출시될 전망이다.

재규어랜드로버 코리아가 올해 출시한 I-페이스도 있다. 재규어의 최초 순수 전기 SUV인 I-페이스는 최근 환경부에서 규정한 전기차 보급 대상에 부합하다는 평가를 최종 승인받으며 구입 시 최대 1900만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I-페이스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전기 모터와 배터리 기술이 적용돼 한 번 충전으로 최대 주행가능 거리가 333㎞에 이른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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