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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에 사랑의 자물쇠 안 돼’…‘진상’ 관광객과 전쟁 나선 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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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6-09 14:48:12 수정 : 2019-06-09 17: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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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들 '진상' 행위도 제재… 심한 경우 중심지서 48시간 추방까지
한 관광객이 이탈리아 로마 트레비 분수에 발을 담근 뒤 제지를 받고 있다.EPA가디언 캡처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탈리아 로마시가 ‘진상’ 관광객에 대한 강력 대응에 나섰다.

 

7일(현지시간) AP통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로마시 의회는 관광객에 의한 유물 훼손과 무질서를 예방하기 위해 그동안 간헐적으로 시행해왔던 단속 조치들을 모두 하나로 아우르는 조례를 전날 승인했다. 관광지에서 일어나는 무례한 행동들을 단속하기 위해 1946년 최초 입안된 법령을 시대의 요구에 맞게 갱신해 시행하는 것이다.

 

새롭게 도입된 규정에 따르면 유적지 인근에서 지저분하게 음식물을 먹는 행위가 금지된다. 스페인 계단과 같은 역사적인 기념물에서 유모차나 바퀴 달린 수트케이스를 끌고 내려가는 일도 단속 대상이다. 건물이나 동상 등에 올라가 술을 마시거나 웃옷을 벗고 돌아다녀도 당국의 제지를 받게 되고, 옷을 벗은 상태로 분수에 들어가면 벌금을 물 수 있다. 식수대에 입술을 대고 물을 마시는 행위, 유적에 ‘사랑의 자물쇠’를 채우는 행위도 안 된다.

 

시 당국의 규제는 관광객들에게 국한돼 있지 않다. 텔레그래프는 도로를 가로질러 빨랫줄에 빨래를 널어놓는 오랜 관행을 금지하는 조치는 일부 로마 주민들에게도 타격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일반 관광객들을 곤란하게 만들 수 있는 현지인들의 ‘진상’ 행위도 금지된다. 대중교통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것도 금지 대상이다. 이는 기차나 트램에서 공연을 한 뒤 잔돈을 요구하는 집시들에게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콜로세움이나 트레비 분수 등지에서 고대 로마군인 복장을 하고 함께 사진을 찍어준 뒤 돈을 요구하는 행위도 영구 금지됐다. 이를 모르고 재미 삼아 로마군인 복장을 하는 관광객들도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특히 정도가 심한 규정 위반자의 경우 시 당국이 48시간 동안 중심지에서 추방할 수도 있으며, 최악의 경우 ‘반사회적 행위 금지 명령’(ASBO)을 내릴 수도 있다.

 

그동안 로마는 이 같은 진상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아왔다. 지난해 8월에는 한 남성 관광객 일행이 옷을 벗은 채 로마 시내 한복판에 자리한 국보급 유적 ‘조국의 제단’ 분수에 들어가 물장구를 치고 음료수를 마셔, 로마 경찰이 이들을 공개 수배하기도 했다. 비르지니아 라지 로마시장은 “유네스코가 보호구역으로 지정한 도시를 파괴하는 자들에게 관용은 없다”며 규제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관광지 꼴불견 행위를 막기 위해 처벌규정을 도입한 것은 로마뿐만이 아니다. 피렌체시는 우피치 광장에서 음식물을 섭취하다가 적발되는 사람에게 최대 500유로(약 67만원)의 벌금을 물리는 조례를 제정했다. 베네치아시 역시 산마르코 광장의 지정된 장소 이외에서 음식물을 먹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임국정 기자 24hou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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