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이 대외비를 비밀기록물이 아닌 일반기록물로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한 전문가들 찬반 입장은 미묘하게 갈린다. 대외비가 그간 밀실행정에 악용된 측면이 있는 만큼 일반기록물로 관리하는 게 당연하다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시대에 뒤처진 비밀기록물의 확장 없이 대외비 통보 서식만 바꾸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국가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정원 “비밀과 대외비는 명확히 구분돼”
6일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각 공공기관의 대외비 생산 현황 통보 서식을 비밀기록물에서 일반기록물로 전환하려는 이유는 크게 △법적 근거 미비 △담당자 업무 부담 경감 △대외비 오·남용 방지 세 가지다. 대통령령인 ‘보안업무규정’상 비밀기록물은 국가 안전보장과 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국한된 1∼3급 비밀뿐이다.

보안업무 총괄기관인 국가정보원도 대외비를 비밀이 아닌 비공개 일반기록물로 규정하고 있다. 국정원은 “2017년 2월 ‘보안업무규정 시행규칙’(대통령 훈령) 개정을 통해 비밀과 대외비 구분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시행규칙에 따르면 대외비는 정보공개법(9조)이 정하는 비공개 대상 정보(비밀 제외) 가운데 ‘직무 수행상 특별히 보호가 필요한 사항’이다.
정부 부처 비밀기록 관리 담당자들이 국가기록원과 국정원에 통보·보고하는 비밀기록물 생산 현황 서식이 달라 업무 가중을 호소한 것도 이번 개선안 검토의 한 요인이었다.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비밀기록물 생산 현황 통보 서식이 다소 복잡하고 국정원에 보고하는 보안문서 서식과도 차이가 있어서 개정을 검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대외비가 행정상 과오나 업무상 과실 등을 감추거나 정보 공개를 피할 목적으로 남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셌다. 박근혜정부 시절 생산된 비밀기록물을 보면 대외비는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공공기록물 관리 차원에서 대외비가 처음 비밀기록물로 분류된 2014년을 보면 전체 2만7532건의 비밀 가운데 74%인 1만8822건이 대외비였다. 당시는 세월호 참사나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해양수산부나 교육부 등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가 빗발쳤던 시기였다.
◆현장의 대외비 생산과 운용, 관리는 그대로
전진한 알권리연구소 소장은 공공기록물 관리의 바람직한 개선 방향이라며 환영했다. 전 소장은 “대외비는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것으로, 사실 공무원들이 임의로 만들어낸 기록물”이라며 “비밀기록물은 보안업무에 따라 1∼3급 비밀로 관리하면 되고 나머지 국가 안위와 관련된 민감한 정보는 비공개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논의는 비밀기록물 통보 대상 선정 및 방식 간소화에 국한돼 있지 대외비 자체를 없애겠다는 것은 아니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공공기록물 관리 전담기관 입장에서 법령상 비밀이 아닌 대외비의 생산 현황을 일반기록물로 카운트하겠다는 의미”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국정원 관계자도 “비밀과 대외비 구분을 명확히 한 것 이외에 추가적인 (대외비 개선) 방침이나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비밀의 범주나 생산과 운용, 이관 등의 체계는 그대로 놔둔 채 대외비 등록 카테고리만 바꾸는 것은 국가안전보장은 물론 정책 집행의 투명성, 알 권리 측면에서도 별다른 실효를 거둘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무현정부 당시 국가기록관리 태스크포스(TF) 자문위원장으로 활동한 김익한 명지대 교수는 “대외비는 국가 비밀 범주가 경제·과학·에너지 등으로 점차 확장하고 있는데 보안업무 관련 제도와 규정은 과거 외교·통일·국방 영역에 머물고 있어 생겨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대외비는 폐지하는 게 맞지만 현행 제도하에서는 비밀에 준해 등록, 관리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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