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7~8월 혹서기에 도청 공무원들에게 반바지 차림을 허용하기로 했다. 지난해 수원시에 이은 두 번째로 경기도 내 다른 지자체로의 확산을 예고하고 있다. 일부 도민은 반바지 차림으로 민원인을 만날 경우 불쾌감을 줄 수 있다며 “너무 나간 것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도 내는 상황이다.
5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혹서기인 7~8월 두 달간 경기도 공무원을 대상으로 자율적으로 반바지 착용을 허용하는 복장 간소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반바지 차림의 복장 간소화 방안 추진은 최근 경기도청 내부 게시판에 한 공무원이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경기도는 직원의 제안이 올라오자 지난달 10∼22일 ‘경기도 공무원 복장 간소화 방안(반바지 착용)에 대한 온라인 여론조사’를 진행해 응답자 1621명 가운데 80.7%가 찬성, 19.3%가 반대하는 의견 결과를 얻었다.

응답자들은 찬성 이유로 폭염 속 업무능률 향상(35.2%), 깔끔하기만 하면 문제가 없을 것 같아서(34.3%), 에너지 절약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19.8%) 등을 꼽았다. 도는 이후 직원 650명을 대상으로 직접 설문조사를 벌였고 79%가 찬성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예상보다 높은 찬성 의견이 나오자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3일 간부회의에서 “일단 올해 7~8월 시범적으로 시행해보고 나서 평가한 뒤 문제가 없으면 계속하자”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이달 중 ‘깔끔한 복장의 반바지’ 허용을 포함한 간소복 차림을 권장하는 내용의 안내 공문을 각 부서에 보내기로 했다. 다만 반바지 착용을 의무 사항이 아닌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앞서 수원시는 지난해 반바지 착용을 도입했다. 직원들의 건의를 받은 염태영 시장은 여름휴가를 마치고 첫 출근길에 반바지를 입고 나타나 공식행사 일정까지 마쳐 적잖은 파문이 일었다. 염 시장의 반바지 파격 행보가 수원시 전체로 퍼지면서 반바지 출근이 일상화했다. 처음에는 주변 눈치를 보던 직원들이 시장이 매일 반바지를 입고 출근하자 용기를 내 한 사람씩 반바지 차림으로 출근하면서 전체에 퍼졌다.
여론조사 댓글 게시판에는 “반바지는 좀 단정함에서 멀어지는 것 아닌가요. 사람 대하는 자리인데”라는 반박 글이 올랐다. 또 “편하게 입는다고 능률이 올라간다는 것은 지나친 곡해다”, “경험상 복장 간소화면 되지 과도한 반바지는 민원인과 동료에게 불쾌감을 줄 수가 있다” 등의 부정적인 의견도 상당수 올라와 있다.
수원=김영석 기자 lovek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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