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글라데시의 음식은 대부분 원형 그대로를 보존하고 있어요.”
이번 여행을 함께한 2세대 방글라데시계 영국인 셰프 파스 아미드는 어린 시절 집에서 부모님과 먹었던 방글라데시 음식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다카 같은 대도시에선 외국인 입맛에 맞춘 변형된 음식을 내놓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 방글라데시 음식은 옛 형태를 보존하고 있다. 세계 3위 생선 수출국답게 방글라데시인들은 생선을 좋아한다. 가장 대표적인 생선은 일리시(Ilish). 축제 때든 가족 모임에서든 중요한 날엔 빠지는 법이 없는 생선이다. 주로 겨자 양념을 써서 요리하며 커리로도 많이 먹는다. 다만 잔가시가 많은 게 흠이다. 하지만 방글라데시인들의 생선 사랑을 막지는 못한다. “우리 장모님은 생선 가시가 목에 걸려 결국 병원에 다녀오셨는데, 그래도 생선커리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으셨어요.” 파스가 말해준 방글라데시인들의 생선 사랑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방글라데시인들의 식생활에서 또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커리다. 밥(바스마티 라이스)에 피시커리나 치킨커리를 곁들여 먹는다. 가지 등 야채에도 커리 양념을 가미해 구워내거나 무쳐서 볶는다. 커리 양념을 기본으로 한 길거리 간식도 있다. 파스와 함께 콕스바자르 야시장에서 ‘봄베이 믹스(bombay mix)’를 먹었다. 파스는 봄베이 믹스를 어렸을 때 부모님과 모스크를 다녀오는 길에 사 먹곤 했다고 한다. 짭짤한 과자인데 커리 양념을 베이스로 하고, 여기에 고추 양념을 추가해서 아찔하게 맵다. 방글라데시인들도 한국인들처럼 어렸을 때부터 매운 음식을 먹으며 자란다.

얼얼하게 매운 입은 우유 디저트가 달래준다. 디저트는 대부분 밀가루와 우유, 바나나 등을 이용한 것들이다. 바나나를 우유에 절여내거나, 패티샵타(patishapta)라고 불리는 우유에 절인 전병 등이다. 우리 꿀호떡 맛의 도넛이나, 요플레 등도 커피나 차와 함께 마시기 좋다. 실렛 지방에 대규모의 차 경작지가 있는 만큼 방글라데시인들은 특히 차를 좋아한다. 남아시아 다른 국가처럼 코코넛이나 파인애플 등의 열대 과일도 신선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한 것은 ‘망고바’다. 망고를 길쭉하게 썰어서 사각형 바 형태로 만들고, 설탕에 절여 굳힌 것인데 선물용으로 좋다. 땅콩을 설탕에 절여 굳혀낸 ‘피넛바’도 있는데 모두 방글라데시 국민 간식이다. 공항에서도 팔지만 다카 시내 마트나 시장에서 사는 게 제일 저렴하다.
홍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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