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전북 부안군 앞바다에서 전복된 통발어선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베트남 선원은 해경 조사에서 “사고 당시 어선이 충돌하거나 외부로부터 충격을 받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 선원은 또 “사고 직전 갑판 뒷편에서 대변을 보다 배가 갑자기 기울어진 것을 느끼고 무조건 바다로 뛰어내렸다”고 밝혔다.
부안해경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55분쯤 전북 부안군 위도 북쪽 9㎞ 해상에서 군산선적 7.93톤급 통발어선 D호가 전복됐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해경은 사고 해역으로 구조대를 급파하고 전복된 선박을 수색해 조타실과 선실에서 각각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는 선장 정모(45)씨와 선원 정모(46)씨, 최모(54) 등 3명을 구조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모두 숨졌다.
선박에 함께 타고 있던 베트남 국적 선원 반모(31)씨는 선박이 전복되기 직전 바다로 뛰어들어 물살에 떠내려가다 인근 해역에서 조업하던 어선에 발견돼 구조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현재 저체온증으로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반씨는 “전날 오후 10시쯤 갑판 위 화장실에 있다 갑자기 배가 기울어지는 것을 보고 탈출했으며 당시 별다른 외부 충격은 느끼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이 어선에는 별도의 화장실이 갖춰져 있지 않았고, 추진기 측면 갑판 바닷물이 내려다보이는 빈 공간에서 용변을 해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선원 진술대로라면 어선이 전복된 지 8시간가량 지난 뒤 날이 밝자 해경에 사고가 접수된 셈이다. 숨진 선장과 선원들은 선실 등 내부에 있던 중 갑자기 배가 전복되면서 미처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바다에 뛰어든 베트남 선원이 다른 어선에 발견돼 구조됐는데도 곧바로 어선 전복 사고 소식이 전파되지 않았고, 즉각적인 해경 신고나 별도의 구조작업 등도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해경은 베트남 선원이 우리말이 서툰데다 사고 충격과 저체온증 등으로 병원으로 이송됐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구조에 나선 해경은 베트남 선원 진술과 전북된 어선 추진기(스크루)에 폐로프가 감겨 있는 점에 미뤄볼 때 전날 밤 운항하던 어선이 바다에 방치된 폐로프에 걸려 전복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당시 풍속은 초속 5∼7m로 그다지 강하지 않았고, 일대 해역에는 암초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사고어선을 인근 항구로 인양한 뒤 정확한 사고 원인과 경위를 밝히기 위해 합동 감식에 돌입할 예정이다.
부안=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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