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유출한 주미 대사관 소속 K 참사관에게 파면 처분이 내려졌다. 최고 수위의 중징계다. 한·미 정상 통화 요록 내용을 출력해 K씨가 볼 수 있게 한 다른 주미 대사관 직원에게는 3개월 감봉이 결정됐다. 외교부는 어제 징계위원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청와대 을지태극 국무회의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공직기강 확립을 강조한 데 뒤이은 조치다. 징계대상 중 1명은 공사급 고위 외무공무원이어서 중앙징계위원회에 회부된다.
외교부 등에 따르면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의 학교 후배인 K참사관은 지난 7일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화 후 트럼프 대통령 방한 계획과 관련한 통화 내용을 강 의원에게 유출했고, 강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굴욕 외교’ 운운하며 이를 공개했다. 정상 간 통화 내용 유출은 국제사회에서 한국 외교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는 중대한 범죄행위다. 쌍방간에 공개하기로 사전에 조율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상들의 통화 내용을 세간에 유출하는 나라를 상대로 어느 나라가 심도 있는 협상을 하겠는가. 관련자들에게 엄하게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 사태를 실무진 징계만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조윤제 주미 대사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 특히 강 장관의 책임이 무겁다. 원로 외교관들이 “낯 뜨겁다”고 말할 정도로 외교부에 추문과 실수가 잇따르고 있다. 문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에 엉뚱한 인사말을 하고, 외교차관 회담장에 구겨진 태극기가 버젓이 걸렸다. 체코를 체코슬로바키아로, 발틱 국가들을 발칸 국가들로 틀리게 표기했다. 외교관 개인의 일탈도 끊이지 않는다.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해외공관 주재 외교관 징계 건수는 2015년 2건에서 2018년 14건으로 증가했다.
그런데도 강 장관 등은 ‘엄중 처벌’ 등 유체이탈 화법으로 일관하고, 문 대통령은 강 장관에게 그 흔한 경고조차 하지 않았다. 강 장관은 외교부의 첫 여성 수장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2년간 외교 활동에서도, 조직 장악에서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작금의 한국 외교는 총체적 난맥에 빠져 있다. 그동안 청와대가 외교를 주도한 탓도 있지만, 존재감 없는 강 장관의 자질·역량 문제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강 장관은 2년간의 공과를 되돌아보고 심각하게 거취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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