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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간호사와 동급?”… 속 끓는 변호사들

입력 : 2019-05-31 06:00:00 수정 : 2019-05-30 22: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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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채용공고 놓고 논쟁 / 간호사·사내변호사 직급 ‘J1’ 통일 / 변호사들 “해도 너무한다” 반발 / 병원측 “수당 등 따로 지급” 해명 / 의료계 “병원선 간호사가 더 중요” / 로스쿨 도입 후 변호사 몸값 ‘뚝’ / 일각 “인력 넘쳐 자연스러운 현상”

“변호사가 경력 없는 간호사와 동일한 대우를 받네요.”(변호사 A)

 

“병원에는 변호사보다 간호사가 더 중요합니다.”(의료계 종사자 B)

 

서울대병원 사내변호사 채용을 둘러싸고 변호사업계가 술렁거리고 있다. 인문계를 대표했던 전문직인 변호사 직군과 의료계통 간호사 직군을 둘러싸고 돌연 직급 논쟁이 벌어졌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최근 간호사 380명과 사내변호사 1명을 뽑는 채용공고를 동시에 냈다. 간호사 직군의 지원자격은 간호사 면허를 보유한 기졸업자 또는 2020년 2월 졸업예정자였고, 사내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로 한정했다.

 

문제는 병원이 간호사와 변호사 직군에 대한 채용공고에서 둘의 직급을 ‘J(Junior)1’로 통일했다는 점이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일반직 직급은 J1∼3, S(Senior)1∼3, M(Manager)1∼3 등 총 9단계로 구분된다. J1은 가장 낮은 등급이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통상 같은 직급은 동일한 급여로 시작한다. 이에 변호사들은 자신들이 경력이 없는 신입 간호사와 동일한 대우를 받는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해당 채용공고를 둘러싸고 변호사들은 “해도 너무한다”, “늘어난 변호사 수를 감당하지 못하는구나”란 자조 섞인 반응을 드러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해에도 J1로 사내변호사 채용공고를 냈다.

변호사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 등으로 배출되는 변호사 숫자가 늘면서 대학병원뿐 아니라 다른 채용공고에서도 자신들의 낮아진 몸값을 체감하기 때문이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등록 변호사 숫자는 2만5838명으로 2010년 1만1802명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연평균 수임 건수도 매년 감소해 휴·폐업하는 변호사들도 늘고 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감사 업무 등을 담당할 계약직 변호사 채용공고를 내며 급여로 세전 월 300만∼350만원을 제시해 변호사들의 반발을 샀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도 지식재산권 업무를 담당할 계약직 변호사 채용공고를 내며 급여로 세전 월 300만∼350만원을 내걸었다. 자격증 하나만 갖고 있어도 대우받던 변호사들의 몸값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이와 관련, 6년차 변호사는 “간호사들을 폄훼하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간 공부해 자격을 취득한 변호사들이 경력이 없는 신입 간호사와 동일한 대우를 받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낮아진 변호사들의 몸값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반면 공급이 늘면서 변호사들의 몸값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란 지적도 만만찮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시장에 쏟아지는 변호사가 늘어난 만큼 연봉이 내려가는 것은 당연하다”며 “국민의 사법서비스 접근성 향상 등 로스쿨 도입 취지에도 맞다”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변호사들의 반발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수도권 소재 한 대학병원 전문의는 “병원은 환자를 치료하는 곳인 만큼 변호사보다 간호사가 더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도 “간호사와 변호사가 J1 직급으로 동일한 급여로 시작하는 것은 맞지만 별도의 변호사 수당이 있어 급여가 완전히 똑같진 않고, 약사도 동일하게 J1으로 직급을 시작한다”며 “다만 의사직군은 별도로 관리된다”고 말했다.

 

염유섭·유지혜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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