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시사 프로그램 ‘PD수첩’은 지난 28일 정신과 의사인 김현철씨를 둘러싸고 환자의 취약한 심리 상태를 이용한 ’그루밍’ 성범죄와 의료법 위반 의혹을 조명했다.
대구 수성구의 한 정신의학과 병원장인 김씨는 2018년 이전까지 각종 언론매체에 출연해 스타 의사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방송에 따르면 김 원장은 하루에 100명에 육박하는 환자들을 살폈고, 전국 각지의 환자들을 상담했다.
김 원장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오늘 한 사람의 환자를 보리라’고 적혀있다.
그런 그가 정신질환자의 취약한 심리 상태를 이용한 그루밍(Grooming) 성폭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김 원장의 병원에서 일했던 한 직원은 방송에서 “매사에 하는 말들이 음담패설이고, 저한테 시계 같은 것을 보여 주면서 자기의 성기가 이렇게 굵고 크다고 했다”고 폭로했다.
또 다른 전 직원은 “(나에게) 옷을 야하게 입고 왔다고 말했다”며 김 원장이 습관적으로 환자와 직원을 성희롱했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환자의 전이 현상을 악용해 성적인 접촉을 한 의혹이 제기됐다.
이는 환자가 자신을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 현상이다. 환자는 전이된 감정 때문에 정신과 의사를 가장 신뢰하게 되거나 때론 연인처럼 여겨 성적인 감정도 느낀다.
실제로 수성경찰서는 지난 8일 공황장애 등으로 치료받던 환자를 성폭행한 혐의(피감독자 간음죄)로 그를 입건했다.
PD수첩 제작진과 인터뷰한 피해 여성 만도 2명이다.
환자 A씨는 방송에서 김 원장이 갑작스레 제의한 일본 여행을 따라갔다가 성폭력을 당했고, 그 이후로 여러 차례 성관계 제안을 거부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자 B씨는 호감을 표시하자 김 원장이 바로 성관계를 제안했고, 자신은 거부하지 못하고 치료기간 중에도 다섯 차례 이상 가졌다고 털어놨다.
방송에서 전문가들은 이러한 행위는 연애가 아니라 ‘정신적인 갈취’에 해당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같은 주장과 관련해 제작진이 진위 여부를 묻자 김 원장은 “오히려 내가 강제로 당했다”며 피해자들의 주장을 부인했다.
이어 ”여자분이 당할 수도 있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다”며 “(성폭력 의혹 피해자라는 주장하는) 그분은 뭔가 일을 낼 것 같은 분위기였고, 저는 그냥 있었는데 강제로 당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원장은 2017년 11월 배우 유아인이 자신의 SNS에 댓글을 올린 이와 논쟁을 벌이자, 직접 상담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조증’이란 진단을 내려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또한 김 원장의 병원에 근무했던 직원의 증언에 따르면 김 원장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수천만원에 달하는 급여를 허위 청구하기도 했다.
그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3주 내 단기 처방을 권고한 마약류 의약품을 한 번에 6개월치가량 처방하기도 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윤리위원회는 김 원장을 불러 이러한 사안을 조사했고, 지난해 3월 말 학회 설립 이래 최초로 회원에서 제명하기도 했다.
한윤종 기자 hyj070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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