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서울 광진구 구의역 ‘9-4 승강장’ 스크린 도어에는 포스트잇이 가득 붙어 있었다.
그 아래에는 컵라면과 삼각김밥 그리고 샌드위치가 놓여 있었다.
샌드위치에는 “천천히 먹어”라는 글귀가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이른바 ‘구의역 사고’가 일어난지 이날로 3년을 맞았지만, 당시 꽃다운 19살의 나이로 숨진 비정규직 ‘김모군’을 기억하는 이들은 이처럼 여전했다.

2016년 5월28일 당시 서울메트로(현 서울교통공사)의 하청업체인 은성PSD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김군은 구의역에서 혼자 스크린도어 정비를 하다 열차에 치여 숨졌다.
당시 그의 가방 안에서 나온 컵라면과 삼각김밥은 국민의 슬픔을 더했다. 끼니도 거른 채 주어진 일을 마쳐야 하는 현실이 비정규직의 고단한 삶을 상징으로 떠올라서다.





김군을 기억하기 위해 구의역에 마련된 ‘추모의 벽’ 스크린 도어에는 ‘너는 나다’, ‘모두가 안전한 세상이 왔으면 해요’, ‘구의역 김군을 잊지 않겠다’ 등 다양한 글귀가 적힌 포스트잇이 가득했다.



이날 승강장에서 내린 한 시민은 “내 자식을 생각하면 남 일이 아니다”며 “이곳을 지날 때마다 김군 부모의 심정은 오죽 할까”라며 안타까워했다.



추모의 벽에서 잠시 메모를 읽던 대학생 장모(24)씨는 “그 친구(김군)도 주어진 현실에서 최선을 다해야만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며 “몸은 힘들어도 마음이라도 조금 여유로운 세상이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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