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주운전이 적발돼 자진 은퇴를 선언한 삼성 라이온즈 박한이(40·사진)에 대해 구단 측은 “그의 결정을 말릴 수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앞서 박한이는 지난 27일 오전 음주운전을 하다 접촉사고를 냈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065%로 면허정지 수준이었다.
박한이는 당일 오후 아내와 함께 대구 구단 사무실을 찾아 음주운전 사실을 밝히며 구단 관계자와 면담했다.
구단 관계자가 박한이에게 징계 수위와 절차 등을 설명하려 하자, 그는 “가족과 상의했다. 책임을 지고 은퇴하겠다”며 “구단과 팬에 정말 죄송하다. 되돌릴 수는 없지만, 이렇게라도 죄송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옆에 있는 아내는 눈물을 흘렸다.
삼성 구단 관계자는 “박한이는 19년 동안 한 구단에서 뛴 선수”라며 “개인적으로는 정말 안타까웠지만 은퇴를 말릴 수는 없었다”고 했다.

박한이는 2001년 입단해 2019년까지, 19시즌 동안 삼성에서만 뛰었다. 우승 반지도 7개(2002, 2004, 2005, 2011, 2012, 2013, 2014년)나 손에 넣었다.
그는 무려 16시즌(2001∼2016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치며 ‘KBO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타자’로 불렸다. 19시즌 동안 2174개의 안타를 친 그는 이 부문 KBO 역대 3위에 올라 있다.
이처럼 박한이가 삼성에서 남긴 업적과 팀에 대한 애정을 보면 은퇴 후 그의 등번호 33번이 ‘영구결번’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은 당연하게 보였다. 또한 그는 삼성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아온 만큼 명예로운 은퇴식을 치를 것으로 예상됐다.
구단 관계자 또한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박한이가 은퇴하면 당연히 은퇴식을 열고, 영구결번(33번)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음주운전으로 인해 불명예로 현역 생활을 마감하면서 영구결번의 영예를 누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구단 관계자는 “박한이가 은퇴할 때까지, 그를 주인공으로 한 팬 서비스 등을 더 많이 펼치고자 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꾸준한 활약’으로 사랑 받아온 박한이의 불명예 은퇴 소식에 많은 야구팬은 충격에 빠졌다.
아울러 현재 삼성 구단 홈페이지에서 박한이의 프로필은 사라진 상태다.
한편 박한이는 지난 26일 대구 키움전 9회 말 2사 1‧2루에 대타로 나서 역전 끝내기 2루타를 터뜨리며 4대3 역전승을 이끌기도 했다. 이 경기가 그의 마지막 타석이 되고 말았다.
소봄이 온라인 뉴스 기자 sby@segye.com
사진=삼성 라이온즈,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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