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감자전 ‘겉바속촉’ 끝판왕 [안충훈 셰프의 ‘미식에 美치다’]

뢰스티

감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해서 먹는 식재료 중 하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주 오랜 옛날부터 식탁에 자주 오를 정도로 주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스위스와 독일, 프랑스 지역에서 감자 요리로 오랫동안 인기가 있는 요리가 있는데 우리나라 감자전과 비슷한 ‘뢰스티’다.

이 요리는 아침·점심·저녁 식사, 간식 등 언제 어디서나 즐기기 좋은 음식이다.

접시 크기로 만들면 한 끼 식사나 안줏거리로 좋고, 작게 만들면 반찬이나 간식으로도 손색이 없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고단백과 비타민의 보고 감자

감자는 칠레, 페루의 안데스 산맥의 고산지대에서 널리 재배돼 전 세계 각국으로 전파됐다. 특히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으로 스페인에 전해지면서 유럽으로 점점 확산됐다. 18세기 초에 스위스의 전쟁용병이 아일랜드에 머물렀다가 고국으로 가져 오면서 스위스는 본격적으로 감자를 재배하기 시작한다. 칠레, 페루의 안데스 고원지역은 매우 추운 곳인데도 감자가 잘 재배됐는데, 마찬가지로 추운 알프스 산지에서도 감자가 잘 자라 오늘날의 뢰스티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감자는 스위스처럼 추운 나라에서도 저장이 쉬운 식재료이고, 저지방 고단백에 식이섬유와 비타민이 풍부해 스위스인과 알프스 산맥 인근 국가 사람들에게 겨울철에 꼭 필요한 식재료가 됐다.

#‘겉바속촉’으로 입맛 사로잡아

뢰스티(roesti)는 스위스에서 사용하는 독일어 ‘뢰스텐(roesten)’에서 유래됐는데 이는 굽는다는 뜻이다. 실제 뢰스티는 스위스 베른 지역의 농민들이 전통적으로 아침에 먹던 음식으로 양파, 햄, 베이컨, 사과, 감자를 갈거나 얇게 채쳐서 함께 구운 요리이다.

스위스 각 지방에서는 고유의 뢰스티가 개발됐다. 베른 지역에서는 베이컨을, 에멘탈 지역에서는 에멘탈 치즈를, 바젤 지역에서는 감자와 양파를 반반으로 해서 요리한다. 발레 지역에서는 뢰스티 위에 토마토를 올려 먹던 것이 지금 뢰스티의 유래가 되었다.

뢰스티를 요리할 때 감자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전분이 적은 감자는 상대적으로 수분이 많아 구워지지 않으므로 적당한 전분의 감자를 선택해야 한다. 전분이 적당한 감자는 삶거나 얇게 채쳐서 구우면 전분이 서로 엉기면서 모양을 유지 하는데 수월하다. 이것이 뢰스티의 키포인트이다. 우리나라의 감자전은 생감자를 갈아 그 밖의 다른 채소나 고기를 넣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수분이 많아 밀가루를 섞기도 해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느낌인데, 뢰스티는 이보다 더 바삭한 느낌이 더 강하다. 거기에 치즈를 올리기 때문에 부드러움과 바삭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최근 고기와 생선 등 동물성 단백질이 들어간 모든 음식을 먹지 않는 극채식주의자인 비건(vegan)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뢰스티는 이런 비건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음식이다. 치즈와 베이컨 대신 사과나 파를 다져서 넣으면 되기 때문이다. 치즈나 베이컨을 넣지 않아도 감자에는 단백질이 다량 함유돼 채식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뢰스티 재료= 감자 3개, 양파 1/4개, 베이컨 2줄, 슬라이스 햄 2장, 토마토 1/2개, 에멘탈 치즈 50g, 모차렐라 치즈 100g, 소금, 후추, 올리브 오일, 계란 1개

■감자 준비하기= ① 감자를 흐르는 물에 흙을 깨끗이 씻어 내고 3등분한다. ② 냄비에 감자를 넣고 푹 담글 정도로 물을 넣는다. 소금 한 숟갈을 넣어 밑간을 하고, 강불로 끓인 후 중불로 10분 끓인다. ③ 너무 무르게 익히면 안 되고 젓가락으로 눌렀을 때 살짝 뻑뻑하다 싶을 정도로만 삶아내고 찬물에 식힌 다음 껍질을 벗긴다. ④ 얇게 채쳐서 준비한다.

■뢰스티 만들기= ① 베이컨은 손가락 두께 1/2 크기로 자르고, 양파는 잘게 다진다. ② 토마토는 0.5cm 두께로 자른다. ③ 코팅 프라이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베이컨과 양파를 볶는다. ④ 채친 감자를 넣고 소금, 후추로 간을 한 후 노릇하게 볶다가 밥주걱으로 프라이팬 크기로 동그랗게 만들어 중불로 앞뒤로 익힌다. ⑤ 앞뒤로 바삭하게 익으면 오븐용 접시에 담아 슬라이스 햄, 토마토를 얹고 치즈를 빈틈 없이 얹어 170도 오븐 또는 살라멘더에 구워 치즈가 노릇하면 빼낸다. ⑥ 계란 프라이는 약불로 해서 한면만 익혀서 치즈위에 얹으면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