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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리고 맞기만? 연기톤도 따라가야"…액션 연기자라 불러다오

입력 : 2019-06-01 15:00:00 수정 : 2019-06-02 13:2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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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연기자 산실 ‘서울액션스쿨’ 가보니 / 매일 4시간씩 6개월간 고강도 훈련… 21년간 액션 연기자 양성 / ‘극한직업’·‘뺑반’ 등 올 개봉작 거의 전담 / 남녀 70여명 소속… 열정·투혼으로 ‘똘똘’ / 운동선수 출신·무술 유단자 대부분 차지 / 배우들 연기의 연장선… 감정 표현도 중요 / 실제 때리고 맞으며 연기… 부상 위험 상존 / “무섭지만 마쳤을 때 짜릿함이 원동력” / 무술감독에겐 ‘경험치’가 중요 / “내가 못하는 건 안 시켜” / ‘상상’이 아이디어 원천
베테랑 스턴트우먼 김경애씨가 건물 2층 높이에서 와이어를 타고 공중 뒤돌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착지 지점을 살핀 뒤 몸을 한 바퀴 뒤로 돌아 바닥에 깔린 매트에 안정적으로 착지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지난달 14일 경기 파주시 헤이리 예술마을의 서울액션스쿨. 갓 입소한 23기 20여명의 체력 훈련이 한창이었다. 장한별(36) 교육팀 부팀장의 구령 소리만이 연습장에 울려 퍼졌다. 간간이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벽면에 내걸린 ‘관수통선의 문향거염심’(觀水通禪意 聞香去染心: 맑은 물을 보고 선의를 깨닫고 향 내음을 맡으며 세속 마음을 버린다)이란 고사성어는 훈련에 임하는 자세를 말해 주는 듯했다.

앞차기, 돌려차기 등 발차기에 이어 앞구르기와 뒤구르기가 쉼 없이 이어졌다. 주말을 빼고 매일 4시간씩 6개월간 고강도 훈련이 진행된다. 이 기간을 거친 수료자 중 합격자만이 스턴트 전문 교육을 받는다. 한국 액션영화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재목은 이렇게 탄생한다.

지난달 14일 경기 파주시 헤이리 예술마을의 서울액션스쿨에서 액션스쿨 23기 교육생들이 발차기 연습을 하고 있다. 주말을 빼고 매일 4시간씩 6개월간 고강도 훈련이 이어진다. 파주=하상윤 기자

◆21년간 액션 연기자 양성… 감정 표현 중요

영화 ‘극한직업’ ‘뺑반’ ‘걸캅스’ ‘악인전’…. 올해만 해도 한국영화의 액션은 서울액션스쿨이 전담하다시피 했다. 액션스쿨은 김영빈 영화감독과 정두홍 무술감독이 액션 장르 영화 활성화를 위해 1998년 7월1일 만들었다.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나 CF 등의 액션도 담당한다. 교육팀과 장비팀, 자동차 액션 관련 F1팀 등으로 체계를 갖췄다. 출퇴근도 엄격하다. 주중에 촬영 일정이 없을 때는 오전 10시까지 나와야 한다.

스턴트우먼 하슬기

3년차 막내 스턴트우먼인 하슬기(25·21기)씨는 학창 시절 클라이밍 선수였고 연극배우를 하다 액션스쿨에 들어왔다. 하씨는 “보통 오전 9시30분쯤 나오는데 오전에는 대개 단체로 운동한다”며 “액션 콘티를 찍어야 하고 배우 트레이닝도 있으면 실력을 향상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액션스쿨은 무술감독 13명을 포함해 스턴트맨과 스턴트우먼 총 7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대부분 운동선수 출신이거나 유단자다. 근성과 예의가 있어야 한다. 최봉록(39) 무술감독은 “배우가 하기에 위험하거나 못 하는 건 다 한다”며 “모든 걸 잘해야 하고 배워야 할 것도 많은데 정신이 해이해 있으면 사고가 날 확률이 크다”고 설명했다.

스턴트맨, 스턴트우먼에게도 감정이 중요하다. 이종격투기 선수 출신의 베테랑 스턴트우먼 김경애(34·14기)씨는 “‘배우가 하는 걸 보고 연기를 하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며 “하지만 배우의 연기 톤을 따라가 줘야 한다”고 했다.

스턴트맨 배환

스턴트 대역으로 작품에 참여할 때는 단역으로 출연할 때와 마음가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스턴트맨 배환(25·21기)씨는 “대역은 그 배우와의 교감, 연관성이 있어야 하므로 감정을 잡고 연습해야 한다”며 “예를 들면 극중 배우가 상대를 실수로 때렸는데 ‘세게 때려야지’ 하며 씩씩대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극한직업’에서 이하늬 대역을 맡은 그는 “가발만 썼다”며 웃었다.

◆부상 위험은 상존… 무섭지만 짜릿함이 원동력

작품 속에서 배우인지 대역인지 외관상으로 분간하기 어려운 건 액션에 대한 이들의 열정, 투혼 때문이다. 실제로 때리고 맞아 가며 연기한다. 필요할 때는 얼굴을 때리기도 한다. 배우들과 달리 보호대는 웬만해선 차지 않는다. 티가 나기 때문. 이들의 액션 연기는 카메라의 앵글과 위치, 조명 등과 맞아떨어져야 리얼함이 배가된다. 액션영화도 많이 보지만 다양한 액션 장면을 모아 놓은 유튜브 동영상을 찾아보며 동작을 연구한다.

언제나 부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하슬기씨는 “최근 와이어를 타고 벽에 부딪쳐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는 장면을 찍다가 갈비뼈가 부러졌다”며 “다행히 뼈가 빨리 붙었고 다 나았다”고 말했다.

스턴트맨 김성종

이들도 사람인지라 무서움을 완전히 떨쳐 내진 못한다. 스턴트맨 김성종(32·14기)씨는 “아직까지 큰 사고는 없었다”면서도 “자동차 사고 장면을 찍을 때는 사고를 내야 하고 차도 뒤집어야 해 안전장치가 돼 있어도 무섭다”고 했다. 김경애씨도 “다른 건 다 잘한다고 할 수 있는데 수영은 자신이 없다”며 “물에 빠지라고 하면 ‘누가 건져 주겠거니’ 하고 참는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스릴감과 희열감, 적당한 무서움이 있다”고 강조했다. 하씨도 “무섭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인데 하고 나면 짜릿함이 있다”고 했다.

배환씨는 “스턴트를 할 때 다치지 않는 방법, 다치더라도 덜 다치는 방법을 평소에 연습한다”면서 자신만의 요령을 귀띔했다.

“우물쭈물하면 안 돼요. 과감하고 확실하게 해 줘야 덜 다쳐요. 겁먹지 않고 최대한 몸을 던져 줘야 합니다. 그래야 카메라 앵글에도 멋있게 나오죠.”

스턴트우먼 김경애

액션스쿨의 스턴트우먼은 6명 정도. 여성 무술감독은 아직 없다. 김경애씨는 ‘여성으로서 하기 쉬운 직업은 아니지 않냐’는 질문에 “남자가 더 하기 힘든 직업일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근육이나 신체적 조건은 남자들에 비해 떨어지겠죠. 저도 여자 치고는 몸이 뻣뻣한 편이지만 유함, 섬세함 같은 여자만의 장점이 많잖아요. 대한민국 최고의 스턴트우먼이 되고 싶습니다.”

이들은 저마다 최고의 스턴트 배우, 무술감독을 꿈꾸면서 지금도 연습장이나 촬영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 “액션은 짰다는 느낌 들면 안 돼… 최대한 자연스러워야”

 

“멋을 너무 부리면 액션은 깨집니다. 액션을 짰다는 느낌이 들면 잘못된 거예요. 물론 멋을 내야 할 때도 있죠.”

 

서울액션스쿨의 최봉록(39) 무술감독은 지난달 14일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액션 연기에서 자연스러움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마추어 권투 선수 출신인 최 감독은 스턴트맨, 공동 무술감독을 거쳐 2014년 ‘신의 한 수’로 단독 무술감독 타이틀을 달았다. 그 뒤 ‘아수라’와 ‘강철비’, ‘공작’ 등 굵직굵직한 영화의 무술감독을 맡았다. 올해 한국영화로는 세 번째로 300만 관객을 돌파한 ‘악인전’의 액션도 그가 연출했다. 최근에는 올해 개봉 예정인 ‘오케이! 마담’의 촬영을 마쳤다.

 

최 감독은 “무술감독은 액션을 디자인한다”며 “극 중 배우가 어떤 감정인지, 그가 할 수 있는 액션이 뭔지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무술이란 “배우가 하기에 위험하거나 못하는 건 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저한 사전 준비는 필수적이다. 액션 장면의 촬영장 헌팅은 물론 와이어 설치에 직접 나선다. 다름 아닌 안전을 위해서다.

 

“와이어는 장력으로 움직입니다. 와이어를 당기고 타는 게 중요해요. 손발, 호흡이 맞아야 하죠. 대역이든 스턴트를 하는 출연이든 우리 얘들이 타는데 남의 손에 맡길 수는 없잖아요. 또 와이어를 세팅할 공간이 있는지 없는지도 따져야 하죠.”

 

영화 ‘악인전’의 최봉록 무술감독이 지난달 14일 경기 파주시 헤이리 예술마을의 서울액션스쿨에서 “액션 연기에서 자연스러움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는 모습. 파주=하상윤 기자

무술감독에게 경험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카메라 등 공부할 게 많습니다. 지식이 있으면 아무래도 액션을 연출하는 데 유리하겠죠. 다만 기본적으로는 경험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말단으로 시작해 현장도 뛰어 보고 대역도 해보고 스턴트도 해봐야죠. 공부는 그 다음입니다. (무술감독이 대역이나 스턴트 등을) 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누군가를 위험한 곳으로 내밀고 촬영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저도 발목에 깁스를 1년간 6차례 한 적 있죠.”

 

‘악인전’의 배우 마동석과 김무열, 김성규에 대해서는 “이해력과 적응력이 빠르다”고 평가했다. 영화에서 제우스파 보스 장동수(마동석)와 강력반 형사 정태석(김무열)이 에이스파의 급습을 당하는 장면은 단연 압권이다. 가장 위험했던 장면이기도 하다.

 

“천안의 한 물류센터 창고를 빌려서 찍었습니다. 오락실 게임기와 비닐 덮개를 제외한 나머지, 배관이나 기계들은 그 창고에 원래 있던 거였어요. 배우들이 자기 동선을 잊어버리고 잘못 움직여 부딪히면 큰일 날 뻔했죠. 액션은 ‘약속’이잖아요.”

 

서울액션스쿨./2019.05.14./파주=하상윤 기자

액션 디자인에 참고하려 액션영화를 보지는 않는다. 혹시라도 따라 할까봐, 그게 싫어서다. 전작들도 구태여 보진 않는다. 치열한 고민과 상상이 아이디어의 원천이다.

 

“상상을 많이 합니다. 이건 어떨까, 아니면 저건 어떨까 수없이 고민하죠. 그러고 나서 직접 해봅니다. 제가 못하는 건 시키지 않아요. 저만의 철칙입니다. 액션 콘티도 제가 해서 합을 맞추고 후배들에게 외우라고 한 뒤 6㎜ 카메라로 직접 찍죠. 그래야 마음이 편해요.”

 

최 감독은 “사람 대 사람, 사람 간의 액션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를 이길 나라가 없다”면서 “외국인들도 많이 만나 봤지만 한국인만큼 액션을 몸으로 이해하고 반응하는 속도가 빠른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시사회에서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뭉클하면서도 ‘더 잘할 걸’ 하고 매번 후회한다는 그는 영화계에서 영향력을 좀 더 키워 나가는 게 꿈이다.

 

“영화인들 사이에서 영향력 있는 무술감독이 되고 싶습니다. 단순하게 액션만 찍는 무술감독이 아니라 영화에 뭔가 많은 도움이 되고 싶어요. 기회가 되면 해외 영화의 무술감독도 해보고 싶습니다. 배움의 기회를 갖고 싶어요. 좋은 건 배워 올 수 있고 나쁜 건 ‘아, 저래서 나쁘니까 하면 안 되겠다’고 배울 수 있잖아요. 나라별 특색도 있을 거고요.”

 

파주=박진영 기자 jyp@segye.com, 사진=하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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