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년 미문화원 방화사건 변호인 '박찬종'에서 '노무현'으로 교체 과정서 인연
- 노무현 첫 인상, "성격 급한 일반 사람...신사도 그렇다고 노동자도 아닌"
- YS요청받고 盧 두번 설득해 1988년 13대 총선에 출전...허삼수와 맞대결 자처
- 野협조 없인 과거사 정리 힘들어...막말로 정치보복 받을 일 했으면 받아야, 놔두면 자해

송기인(81) 신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적 멘토로 불린다. 문재인 대통령과도 각별한 사이다. 노 전 대통령을 인권변호사에서 정치인으로 이끌었던 그가 23일 노 전 대통령과 인연 등을 풀어 놓았다.
◆ 1982년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 변호인으로 노무현을...박찬종 빠진 자리에
송 신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인 이날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 인터뷰를 통해 노 전 대통령과 얽힌 여러 사연을 이야기 했다.
송 신부는 노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난 때를 "1982년 부산에 미문화원 방화사건(당시)"라고 했다. 그는 "미문화원 사건 변론인으로 8명을 구성했다. 8명 중에는 박찬종 변호사가 들어가 있자 변호인단 중 한 사람이 찾아와서 '박 변호사는 적합치 않지만 선배이기에 그만 두시라고 말하기 힘드니 신부님이 해결해달라'고 해서 박 변호사한테 얘기를 해 빠졌다"며 "(그 자리에 노무현 변호사가 들어가도록 말해 달라고 해) 변호사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 그걸 나한테 말하냐고 하자 '신부님이 말해주면 거절 안 할 것 같다'고 해 노 변호사가 변호인단에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 노무현 인상 "신사도 노동자도 아닌 일반사람...성급 급하고 말을 직설적으로"
송 신부는 "매주 월요일 재판이 끝나면 저녁을 같이하면서 친하게 돼 그때 노 변호사를 알게 됐다"며 "첫 인상은 보통 시민, 신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노동자도 아니고 일반 시민이었다. 좀 성격이 급한 것처럼 보였고 말 같은 것, 언어에서도 세련되게 하는 게 아니고 그냥 직접 바로 말하는 그런 성격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노 전 대통령이 직선적인 성격임을 느꼈다고 했다.
◆ YS "13대 총선 나설 사람 추천 좀~"...노무현 두번 설득끝에 총선에
송 신부는 노 전 대통령이 정치인으로 변신한 것은 자신이 아닌 김영삼 전 대통령 덕분이라고 했다.
송 신부는 "(1988년 4월 26일 13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통일민주당 총재였던) YS가 전화를 해 '부산 시민 중 4사람을 추천해 주면 출마 시키겠다'고 했다. '어떻게 찾죠?' 그러니까 '아니, 그냥 찾아주면 좋겠다'고 해 변호사들한테 '국회의원 할 사람?' 그러니까 김광일 변호사 혼자만 하겠다고 했다"고 당시를 돌아 봤다.
그는 "할 수 없이 그대로 연락 하자 YS가 '그럴 수가 있느냐, 좋은 분 많을 텐데. 한 분이라도 더 해줬으면 좋겠다'고 해 다시 노 변호사를 만나 '서울로 가는 용기를 내봐라'고 했지만 '지금이 좋습니다'고 거절했다"고 했다.
송 신부는 "(좋은 사람 추천하라는 독촉을 받고) 재차 만나 설명을 하자 '해보겠다. 다만 선거운동을 한번 멋지게 해보고 싶은 거지, 국회의원 될 생각은 없다'고 승락했다"면서 "그래서 노 변호사는 남구, 김광일은 중구로 신문에 발표가 됐다. 하지만 노 변호사가 '남구는 재미 없다. 허삼수의 동구에 가야 재미 있다'고 말해 하는 수 없이 최성모 목사를 서울로 보내 YS에게 '형편이 이렇다'고 설명케 했다"고 당시 상황을 이야기 했다.
이어 "그러니까 웬걸, 바꿔줬고 동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때 허삼수도 낙선할 줄 생각한 사람 없었다"고 놀라워했다.
◆ 대통령까지 할 줄은...대통령 선거 나서겠다고 하길래 '대단한 용기'
송 신부는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까지(할 줄은) 생각해본 적도 없고 국회의원으로서 충실히 일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다)"라며 "(대통령 선거 출마 뜻을 밝혀) 고생을 너무 할 거 아니냐고 하지 (노 전 대통령이) '그래도 힘껏 해봐야죠'라고 해 대단한 용기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대통령이 될 줄은 사실 몰랐다고 했다.
진행자가 '결국 대통령이 됐다'고 하자 송 신부는 "그해(2002년이) 80여년을 살아오면서 제일 좋은 해였다고 생각한다. 그분이 후보가 되고 월드컵 첫골도 부산에서 넣었고 가을에 아시안게임이 아마 그때 한국이 가장 많은 금메달을~"이라며 당시를 추억했다.
◆ 과거사 정리, 적폐청산은 야당 협조가 필수...정치보복이라?, 받을 일 했으면 받아야
참여정부시절 '과거사정리위원장'으로 일했던 송 신부는 "과거사가 정리되지 않고는 아무리 길게 가더라도 세월이 가더라도 문제가 풀리지 않을 것"이라며 "적폐청산 과거사 정리는 꼭 해야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야당이 훨씬 더 협조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협조하지 않고 지금처럼 버틴다면 우리나라 바른 발전이 한없이 늦어진다"고 야당을 질타했다.
야당이 적폐청산을 '정치보복'이라고 반발하는 것에 대해선 "막말을 하자면 정치적인 보복을 받을 일을 했으면 보복을 받아야 된다. 잘못해놓고도 덮고 지나가자는 것은 비정상이고 국가가 바른 발전을 할 수 없다. 결국 자해 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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