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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과 폴란드인의 공통점은 ‘불맛 사랑’ [안젤라의 푸드트립]

, 안젤라의 푸드트립

입력 : 2019-05-26 08:00:00 수정 : 2019-05-24 20:5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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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 건초에 구운 연어 / 허브 향기 ‘솔솔’ / 한국엔 김치 / 폴란드엔 오이 피클 / 남다른 술사랑까지 / 똑∼ 닮았네
지리적으로 7800km 떨어져 있지만 우리나라와 묘하게 닮은 나라가 있다. 과거 이웃 강대국에게 나라를 빼앗기는 고통을 겪었지만 고유의 전통과 주권을 지켜내고, 창의력과 독창성, 열정으로 역경을 딛고 경제발전을 이룬 결과 OECD 가입국으로 중부 유럽의 중심이 된 국가, 바로 폴란드다. 생김새는 다르지만 건축, 문학, 미술, 디자인 분야에서 독창적인 전통을 가지고 있고, 심지어 즐겨 먹는 음식과 음식문화까지 비슷하다. 안젤라의 푸드트립 스물다섯번째 목적지는 폴란드다.

 

#이웃나라 폴란드 사람들이 즐기는 맛은 불맛!

폴란드는 과거 유럽과 아시아 간의 교역로가 있던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머나먼 나라에서 온 상인들은 본국에서 가져온 이국적인 향신료와 폴란드 특산품인 호박버섯을 거래하기 위해 폴란드를 찾았고, 머무는 동안 새로운 요리법을 전수해주기도 했다. 특히 폴란드의 요리법은 이웃나라의 영향뿐만 아니라 폴란드에 오랫동안 거주한 소수민족들의 영향도 많이 받았는데, 바로 이런 요인들 때문에 폴란드 요리는 다채롭다. 특히 유대인 음식의 영향을 받아 단맛과 매운맛을 즐기고, 음식을 훈연해 소위 ‘불맛’이 가져오는 맛과 향을 즐긴다.

올해 한국과 폴란드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폴란드의 유명 셰프 캐롤 오크라사(Karol Okrasa)가 한국을 찾아 폴란드의 맛을 선보였다. 성북동에 있는 폴란드 대사관저에서 진행된 정찬은 야외 정원에서 진행됐다. 매끈한 연어를 가지고 나온 뒤 그 위에 지푸라기를 한 움큼 올리고, 갑자기 불을 내기 시작했다. 이 과정은 건초를 이용해서 연어를 훈연하는 방식으로 지푸라기에 담겨 있는 불을 만나 허브와 같은 향을 냈고 그 향이 연어의 속살로 스며들었다. “아마 폴란드는 한국 다음으로 불에 굽는 요리를 즐기는 나라일 겁니다”. 주한 폴란드 대사 피오트르 오스타셰프스키는 한국에 거주하면서 성격이나 일하는 방식도 비슷하지만, 특히 음식 문화에서 많은 공통점을 찾았다고 한다. 삼겹살을 비롯해 돼지고기를 이용한 요리, 불에 굽는 고기요리, 마늘, 버섯, 새콤한 맛이 나는 발효 음식 등 알면 알수록 신기하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폴란드 김치 오이피클과 양배추 사우어크라우트

한국과 폴란드는 모두 산과 바다, 평야가 골고루 분포한 자연환경을 지녀 식탁 위의 음식문화 또한 닮은 점이 많다. 고기요리 중에서 특히 돼지고기를 즐기고, 강과 호수에는 물고기가 많아 폴란드에서는 민물고기를 즐겨먹는다. 한국 사람들이 매운탕, 도리뱅뱅이, 잉어찜, 장어구이 등을 즐겨먹는 것처럼 폴란드에서는 크리스마스 이브 식탁에 잉어 요리가 빠져서는 안 된다고 한다.

무엇보다 닮은 점은 바로 돼지고기 요리와 절임채소다. 한국이 삼겹살을 비롯해 순대, 족발, 돼지국밥을 즐기는 것처럼 폴란드는 순대와 비슷하게 선지가 들어간 소시지 카샨카(Kaszanka), 킨죽(Kindziuk), 카바노스(Kabanos), 여러 가지 고기와 소시지에 양배추와 사우어크라우트 등을 넣어 끓인 비고스(Bigos)를 즐기는데 이는 폴란드 사람들의 소울푸드다.

특히 고기 요리를 먹을 땐 항상 절임채소들이 나오는데, 한국에 김치가 있는 것처럼 폴란드에서는 오이와 양배추 절임을 즐겨먹는다. 이는 음식을 장기간 보관하기 위한 방법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찾아낸 방식이다. 한국에서 겨울에 가족이나 동네 이웃들과 모여 김치를 먹듯, 폴란드 농촌 지역에서는 수확 후 겨울을 나기 위한 양배추 절임을 만든다. 폴란드 전통 오이피클은 오이를 오크통에 담아 딜과 체리 잎, 마늘, 호스래디시를 넣어 발효시키고, 여기에 큐민, 머스타드 씨, 타라곤, 세이지 등을 넣어 맛을 낸다.

사우어크라우트로 알려져 있는 양배추 피클도 뺴놓을 수 없다. 아주 오래전에는 양배추를 길게 썬 뒤 소금을 뿌린 뒤에 발로 밟아서 으깼다고 한다. 당근이나 사과도 같이 넣어 맛을 낸다고 하는데, 정해진 레시피가 있는 것이 아니라 집안마다 맛이 다 다르다고 한다. 마치 집집마다 김치맛이 다른 것처럼.

#맥주와 꿀술을 즐겨먹는 나라

폴란드는 애주가가 많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1991년 총선에는 맥주 애호가당이 출현해 무려 16석의 의석을 얻은 적도 있다고 한다. 폴란드는 맥주 양조와 벌꿀술, 담금주 제조 역사가 오래됐는데 요즘은 마이크로 브루어리에서 만드는 개성 있는 비살균 맥주가 인기다. 폴란드를 여행한다면 여러 지역 맥주를 즐기는 재미도 놓치지 않길 바란다. 또, 맥주만큼 유서가 깊은 술이 있는데 바로 벌꿀술이다. 폴란드는 오래전부터 항상 꿀이 풍부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숲이 준 벌꿀’이라는 선물로 도수가 높은 리큐르를 만드는 방법을 터득했다. 이는 미드(Maed)라고 불리며 벌꿀술 중에서 최상품은 푸우토락(Poltorak), 부이니악(Dwojniak), 트루이니악(Trojniak) 등인데 술에 들어 있는 꿀 함량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

폴란드의 보드카와 담금주도 빼놓을 수 없다. 폴란드 보드카는 밀과 호밀 등의 곡물과 감자로 만들고, 담금주는 모과, 블랙 커런츠, 체리 등 제철 과일들을 이용해서 지금도 가정에서 담금주를 만든다. (관련 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dbezKZIaFS8)

김유경 푸드디렉터 foodie.angel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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