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새벽, 70대 택시기사가 서울 광화문에서 분신해 숨졌다. 그의 안타까운 선택 뒤엔 ‘타다’등 차량 공유 서비스의 위협적인 성장세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타다’나 ‘카카오 카풀’ 등 차량 공유 서비스 도입에 반발한 택시기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건 이번이 네 번째다.
서울 남대문경찰에서 따르면 이날 오전 3시20분쯤 서울 시청광장 인근 도로에서 서울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소속 택시기사 안모(76)씨가 분신했다. 안씨가 몰던 택시에는 ‘공유경제로 꼼수 쓰는 불법 타다 OUT’이라고 적힌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안씨는 생전 차량 공유 서비스 반대 집회에도 여러 차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다’는 차량공유 업체 쏘카의 자회사 VCNC가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한 서비스로 렌터카와 대리운전 서비스가 결합한 형태다. 소비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통해 운전사가 딸린 11인승 이상 승합차를 간단히 빌릴 수 있다. 호출 즉시 차량이 배차되어 승차거부가 없고, 자체 매뉴얼을 만들어 안전운행과 친절을 보장한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타다’는 출시 직후 고속 성장 중이다. 이달 초 업체 측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출시 6개월 만에 회원수 50만명, 운행 차량 1000대, 1회 이상 운행 드라이버는 4300명을 돌파했다. 호출수는 무려 1300%나 급성장했다. ‘타다’ 앱은 10만회 이상 다운로드되었으며, 소비자들이 책정하는 안드로이드 구글플레이 앱 평점에서 4.5점(5점 만점)을 기록하는 등 소비자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업체 측은 시장의 호응에 힘입어 ‘타다’의 파생 서비스를 출시하며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공항 운행용 ‘타다 에어’, 10인 이상용 ‘타다 VIP VAN’, 시간제 ‘타다 PRIVATE’과 같은 사전 예약 서비스뿐 아니라 장애인과 65세 이상 교통약자를 위한 ‘타다 어시스트’ 서비스도 시작했다. 준고급택시 서비스인 ‘타다 프리미엄’ 사전 공개 테스트도 지난 13일부터 들어간 상태다.

택시기사들은 ‘타다’로 큰 피해를 보고있다고 주장한다. 안씨의 분신 사망 소식이 알려진 이 날 2만여명(주최 측 추산)의 택시기사들은 오후 2시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타다’ 퇴출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타다 OUT’이라고 적힌 깃발을 흔들며 “타다는 택시기생충!”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서울개인택시조합 중앙지부장은 “정부가 카풀 운행시간을 제한하는 합의안으로 불법 자가용 영업에 면죄부를 준 지 두 달이 지났다”며 “그런데 이제는 ‘타다’가 차량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며 우리의 숨통을 조여오고, 이제는 고급택시 시장까지 넘본다. 더는 물러설 자리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서울개인택시조합 측은 청와대에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전달했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불법 카풀 ‘타다’를 운영하는 거대 재벌의 자본 놀이에 택시 종사자들이 희생되고 있다. 최소한의 생업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조합 한 관계자는 “6월20일까지 정부와 정치권이 대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총파업과 함께 전국적으로 끝장 투쟁에 나서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한편 택시조합 측의 강한 반대 입장에 승차 공유 업계도 불만을 드러냈다. 지난 3월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서 내놓은 택시업계와 카풀 업체 사이의 중재안에 따르면 카풀 가능 시간은 ‘오전 7~9시’·‘오후 6~8시’로 하루 4시간으로 제한된다. 승차 공유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카풀 사업은 하루 4시간밖에 할 수 없다. 택시조합의 요구대로만 간다면 어떤 사업도 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사진=김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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