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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암스테르담의 기적…'모라 해트트릭' 토트넘 UCL 결승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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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5-09 08:42:59 수정 : 2019-05-09 08: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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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은 흔하게 일어나지 않아 기적이라 불린다. 그렇기에 9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요한 크루이프 아레나에서 열린 토트넘과 아약스간의 2018~2019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4강 2차전 전반전이 끝났을때 또 한번의 반전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았다. 이는 뒤지고 있는 토트넘 팬들조차 마찬가지였다. 전세계 축구팬들이 불과 하루전 리버풀이 만들어낸 '안필드의 기적'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그 경기에서 리버풀은 1차전 0-3의 점수차를 극복해내고 리오넬 메시가 이끄는 FC바르셀로나에 2차전을 4-0으로 승리하며 1,2차전 합계 4-3으로 극적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이 기적을 위해 90분의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토트넘에게는 시간이 45분밖에 없었다. 전광판에 찍혀있는 점수는 0-2. 1차전을 0-1로 패해 1,2차전 합계 점수는 0-3에 달했다. 이 45분의 시간이 흐른 뒤 최후에 환호하는 팀이 토트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이들이 얼마나 될까. 그러나, 그렇게 됐다. 토트넘은 이날 경기에서 믿을수 없는 맹추격을 펼친 끝에 후반에만 3골을 몰아넣고 3-2로 승리했다. 1,2차전 합계 점수는 3-3으로 원정 다득점 우선 규칙에 의해 토트넘이 결승에 진출했다. ‘안필스의 기적’에 이어 하루만에 ‘암스테르담의 기적’이 쓰여졌다.

 

전반 45분동안은 모든 승리의 기운이 아약스에 있었다. 22년만의 UCL 4강 홈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경기장을 가득 채운 암스테르담 관중들은 홈팀에게 아낌없는 열광을 보냈고, 아약스의 젊은 선수들은 이 환호에 골로 화답했다. 경기 시작 5분만에 득점이 나왔다. 코너킥 상황에서 올라온 라세 쇠네(33)의 크로스를 마타이스 더리흐트(20)가 골문 앞으로 파고들며 머리로 받아 넣었다. 일격을 당한 토트넘은 곧바로 반격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실점 1분뒤 손흥민(27)이 상대 페널티지역 왼쪽 골라인 부근까지 공을 몬 뒤 슈팅을 날렸지만 슈팅이 골대를 맞고 튕겨나왔다. 여기에 토트넘은 전반 35분 추가골까지 허용했다.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두샨 타디치(31)가 연결한 패스를 하킴 지예흐(26)가 감각적인 슈팅으로 골로 연결했다.

 

모든 상황이 절망적으로 돌아가자 마우리시노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승부수를 던졌다. 수비형 미드필더 빅토르 완야마(28)를 빼고 장신 스트라이커 페르난도 요렌테(34)를 투입해 ‘올인’ 전략을 펼친 것. 이 승부수가 맞아 떨어져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요렌테가 장신을 이용한 포스트플레이로 중심을 잡아주자 토트넘 2선 공격수들의 공격력이 살아났고, 이 과정에서 영웅이 탄생했다.

바로 루카스 모라(27)가 영웅이었다. 모라는 후반 10분 역습 상황에서 알리가 접어놓은 공을 골문 정면으로 달려들며 차 넣으며 추격골을 득점해냈다. 4분 뒤에는 문전 혼전 상황에서 또 한골을 만들어냈다. 요렌테가 날린 회심의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혔지만, 모라가 포기하지 않고 달려들어 튀어나온 볼을 따낸 뒤 재차 터닝 슈팅을 시도해 골망을 흔들었다. 이제 한골만 더 득점하면 원정 다득점 우세 규칙에 의해 토트넘이 승리할수 있는 상황까지 왔다. 여기에 토트넘에 행운까지 찾아왔다. 후반 33분 역습에 나선 아약스의 지예흐가 날카로운 왼발슛을 날렸지만 공이 골대를 맞고 튕겨 나왔다. ‘토트넘이 승리할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이 지켜보는 팬들의 머리 속에서 조금씩 피어나기 시작했다. 이 역전의 기운은 후반 정규시간이 끝나고 경기가 추가시간으로 돌입할때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이는 마지막 순간에 현실이 됐다. 또 한번 모라가 영웅이 됐다. 모라는 후반 추가시간 6분 델리 알리(23)의 감각적인 패스를 받아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다. 이 슈팅은 골키퍼의 손끝을 살짝 비켜나가며 골네트를 갈랐다. 그리고, 1분여가 지난 뒤 종료 휘슬이 울렸다. 토트넘이 최후의 승리자가 됐다. 믿을수 없는 대역전 승부를 완성한 토트넘 선수들은 마음껏 환호성을 질렀고, 명승부의 희생양이 된 아약스 선수들은 망연자실한 채 경기장에 주저앉았다. 기적을 이끈 포체티노 감독은 사이드라인에서 눈물을 보였다. 

 

그 동안 토트넘 선수단 내에서 충실한 조역 역할을 해온 모라는 이날 해트트릭으로 주인공 역할을 완벽히 해냈다. 후스코어드닷컴은 모라의 활약에 평점 10점 만점을 매겼다. 모라 대신 손흥민이 조역을 자처해 역전의 디딤돌을 만들었다. 전반 팀 공격을 주도했던 그는 후반에는 골 욕심을 내는 대신 수비수들을 유인해 동료들에게 공간을 만들어주는 데에 주력했고 이는 3골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이런 손흥민의 희생정신은 현지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아 후스코어드닷컴은 그에게 모라 다음으로 높은 7.9점의 평점을 부여했다.

 

이로써 올 시즌 UCL 결승은 ‘암스테르담의 기적’을 완성하며 창단 최초로 최종 스테이지까지 진출한 토트넘과 ‘안필드의 기적’을 만든 리버풀의 경기로 치러진다. 손흥민은 2010~2011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 이후 8년만에 한국선수로서는 두 번째로 UCL 결승이 열리는 그라운드에 서게 됐다. 한국 축구팬들의 새벽잠을 설치게 할 결승전은 다음달 2일 스페인 마드리드 완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단판 승부로 펼쳐진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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