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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 530명 모두 여성 오로지 여성을 위한 사쿠라와인경진대회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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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5-04 17:06:40 수정 : 2019-05-04 17: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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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쿠라와인경진대회 창립한 와인앤와인컬처 다나베 유미 회장 인터뷰/여성들이 좋아하는 와인 선정위해 심사위원 전원 여성으로 구성/한국와인 최초 충북 영동 도라원 샤토미소 골드메달 2개 받아
사쿠라와인경진대회 현장

심사위원 530명이 모두 여성입니다. 오로지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와인을 선별합니다. 바로 올해로 6회째를 맞은 세계 유일의 여성심사위원 와인 컴피티션 일본 사쿠라 여성와인경진대회(SAKURA Japan Women's Wine Awards)랍니다. 왜 여성일까요. 와인은 남자들도 많이 마시는데 말이죠. 사쿠라 와인경진대회를 창립한 와인앤와인컬처 다나베 유미(田邊由美) 회장을 최근 서울의 한옥 레스토랑에서 만났습니다. 

 

한국을 찾은 와인앤와인컬처 다나베 유미(田邊由美) 회장

“요즘 일본은 수퍼마켓에서 와인을 많이 판매합니다. 그런데 마켓을 자주가는 이들은 여성이죠. 여성들은 집에서 요리를 많이합니다. 자신의 요리와 어울리는 와인을 찾기 원해요. 하지만 어떤 와인을 사야할지 잘 몰라요. 정보가 없기 때문이죠. 여성들의 입맛에 맞고 일본 요리와 잘 어울리는 와인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사쿠라 와인경진대회를 시작했어요. 여성들이 원하는 와인을 찾으려면 당연히 심사위원도 여성으로 구성해야겠죠”.

 

사쿠라와인경진대회 현장

일본 도쿄에 있는 와인샵 아카사카 요모는 문을 연지 400년이 넘습니다. 기자도 직접 가봤는데 고가의 프랑스 부르고뉴 마을단위 와인부터 샴페인 등 엄청난 양의 와인을 아주 ‘착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더군요. 도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꼭 한반 가보세요. 그만큼 일본은 한국보다 와인문화가 일찍 시작됐어요.  1995년 8회 세계소믈리대회에서 타카시 신야(Tasaki Shinya·)라는 우승자를 배출했을 정도입니다. 

 

사쿠라와인경진대회 여성심사위원들

하지만 와인이 소비는 인구에 비해 매우 적은 편입니다. “아직도 일본은 주류시장은 맥주가 부동의 1위를 달리고 다음이 니혼슈, 소주고 와인은 전체 주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정도입니다.  여자 소믈리에가 1만명에 달할 정도로 와인문화가 발달했지만 그들의 포지션은 좋지않아요. 칩소믈리에는 대부분 남자죠”. 사쿠라 와인경진대회를 시작한 배경에는 이처럼 처우도 열악하고 역할도 미미한 여자 소믈리에의 위상을 높이고 와인 소비를 확산시키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고 합니다.  심사위원들은 소믈리에 등 와인전문가들인데 재미있는 것은 심사 와인 서빙은 모두 남자 소믈리에들이라고 하네요.

 

골드메달을 받은 샤토미소와 함께 포즈를 취한  유미 회장

사쿠라 와인대회는 이처럼 일본 음식과 맞는 와인을 선택하도록 돕고, 1인당 연평균 와인소비량을 5ℓ로 늘리고, 와인산업에서 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린다는 세가지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심사위원 530명이 35개국 와인 4326종을 심사했으며 심사대상 와인에는 일본와인도 265종이 포함됐습니다. 매년 더블골드 약 250개, 골드 약1000개, 실버 약 800개를 선정하며 수상 와인은 병에 표시를 해서 소비자들의 와인 선택을 돕고 있답니다. 

 

유미 회장은 현재 와인앤와인컬처 대표와 사단법인 와인앤드스피리츠문화협회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1986년에 와인앤와인컬처를 설립했고 1992년부터 와인분야 전문가들을 육성하기 위해 ‘다나베 유미의 와인 스쿨’을 열었습니다. 스쿨을 졸업하면 일본소믈리에협회(JSA)의 공인 자격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스쿨을 만들 당시에는 레스토랑이나 와인샵에 와인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지요. 소믈리에를 하고 싶어도 볼 수 있는 좋은 교재도 없었답니다. 최고의 소믈리에를 양성하기 위해 스쿨을 시작했어요. 25년전부터는 세계 주요 와인산지와 와인 정보를 담은 와인북을 매년 발간하고 있답니다”.

 

토카치 와인

유미 회장은 일본 소믈리에들의 우상인 타자키 신야와 같이 와인공부를 했는데 그녀에게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와인 DNA가 흐르고 있더군요. 부친이 바로 ‘일본 토카치 와인의 창시자’인  마루타니 가네야스(丸谷金保)씨 랍니다. 부친은 1963년에 조합협태로 시작한 토카치 와이너리의 조합장을 지낸 인물입니다. 와이너리는 홋카이도에 있는데 너무 추워 포도 재배에 적합하지 않은 곳이죠. 부친은 노력끝에 추위에 견딜수있는 토착품종 야마사치(yamasachi)를 개발해냅니다.

 

눈물겨운 스토리가 있어요. 토카치 와인의 생산지인 북해도 나카가와군 이케다쵸는 원래 상업이 빈약하던 곳인데 1952년 토카치 오키 지진(十勝沖地震 )이 발생하고 2년 연속 흉년까지 겹쳐 마을의 재정이 파탄나게 됩니다.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 당시의 마을의 수장이던 유미 회장의 부친 카네야스씨가 고안해낸 것이 와인 사업이에요.  그는 겨울의 추위가 혹독한 이케다쵸에서도 산포도가 자생하고 있는 점과 배수가 잘되고 햇볕을 잘 받아 포도 재배에 좋은 마을 내의 경사지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포도재배와 와인양조를 시작합니다. 홋카이도는 매우 건조한데다 일조시간이 길어요. 특히 포도의 성숙기인 가을에 일교차가 매우 커 포도의 당도는 높아지면서 산도가 뛰어난 포도를 재배하기 좋은 최적의 조건을 지녔습니다. 문제는 포도나무가 살아남지 못하는 혹독한 겨울 추위. 처음에는 외국 품종들을 심으려 했는데 이런 추위를 견디지 못하기에 포기합니다. 이에 카네야스씨는 오랜 연구끝에 키요미 품종을 자생 품종과 교배해 추위에 강한 키요마이와 야마사치를 탄생시킵니다. 야마사치(山幸)는 행복한 산이라는 뜻이에요. 산에 심은 포도 덕분에 마을 주민들이 다시 행복해진 셈이네요.

 

부친 덕분에 유미 회장은 어릴때부터 와인과 함께하게 됩니다. “아마 10살때부터 자연스럽게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을걸요. 어렸을때는 별로 흥미없었어요. 수학이 더 좋아 쓰다주쿠대학에서 수학과를 전공했죠. 결혼 뒤 미국으로 유학을 가는 남편을 따라갔는데 그곳에서 인생이 바뀌었죠. 마침 그 대학에 와인을 공부할수 있는 과정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취미로 했어요. 그런데 프랑스, 이탈리아 등을 여행하면서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주문하려는데 창피할 정도로 너무 모르겠는거에요. 그때 와인 공부를 제대로 해야겠다고 작정했죠. 코넬대 호텔스쿨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와인을 파고 들었답니다”.

 

시상식에서 유미 회장과 안남락 도란원 대표 부부

유미 회장은 미국에서 와인 교육을 받은 뒤 대형 주류 도매상에서 와인 코디네이터로 근무하면서 와인업계에 첫발을 내딛게됩니다. 일본에 와인 문화를 정착시킨 공로를 인정 받아 프랑스 정부로부터 ‘프랑스농사공로상’을 받았고 2015년에는 홋카이도 도청에서 운영하는 ‘홋카이도와인아카데미’ 명예교장에 임명됩니다. 또 그해 12월에는 일본소믈리에협회로부터 ‘명예소믈리에’로 위촉돼 일본소믈리에협회 공인 수석 와인 어드바이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13년부터는 여성의 관점에서 와인을 심사하는 사쿠라 와인경진대회를 시작해 와인 문화를 확산시키는데 발벗고 나섭니다. 기업을 대상으로 와인 컨설턴트와 강연도 하고 치즈와 음식에도 조예가 깊어 ‘와인과 어울리는 요리’를 집필하는 등 폭넓은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샤토미소 아이스와인과 로제와인

유미 회장이 한국을 찾은 아주 중요한 이유가 있답니다. 올해 한국 와인 처음으로 큰 상을 받았기 때문이에요.  광명동굴 와인페스티벌 등 국내 품평회에서  여러차례 상을 받으면서 이름을 알린 충북 영동 도란원의 샤토 미소입니다.  이 대회에 처음 와인을 출품했는데 로제와 아이스와인 골드를 수상했습니다. 유미 회장은 샤토 미소 안남락 대표에게 사쿠라와인경진대회 상장을 직접 전달하고 축하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아름다운 핑크빛을 지닌 샤토미소 로제는 캠벨 포도로 만들었는데 딸기, 장미, 체리, 복숭아  등 과일향이 풍성합니다. 샤토미소 아이스와인은 달콤한 스위트 와인으로 디저트와 아주 잘 어울립니다.

 

샤토미소 로제와인
샤토미소 스위트와인

“캠벨 품종은 일본에서도 많이 재배하지만 샤토 미소 와인은 아주 우아하고 당도와 산도의 밸런스가 뛰어나요. 그런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어요. 특히 샤토 미소 로제는 매운 음식과 궁합이 아주 좋더군요”. 유미 회장은 한국 와인도 품질이 계속 좋아지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조만간 세계적인 와인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합니다. “올해 한국 와이너리가 한 곳만 나왔지만 내년에는 더 많은 한국 와이너리가 참여하기를 기대해요. 대회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면 세계적으로도 관심을 받은 와인이 될 거에요”.

 

최현태 기자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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