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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큰, 아니 많이 누른者가 이긴다' 진영 격투장 된 靑청원, 믿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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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5-01 07:00:00 수정 : 2019-04-30 18: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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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한국당 해산’ 청원 가볍게 120만 돌파…최다 청원 신기록 / 보수층의 민주당 해산 청원도 단 이틀만에 답변 충족 수준까지 / 청원 상위권 중 상당수가 정치색, 미움, 억지, 왜곡으로 얼룩져 / 드루킹의 매크로 추억에다 접속 절반이 해외트래픽…숫자 의심마저

지난달 29일, 30일 최대 화제 중 하나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접속 폭주다. 29일엔 5000만 국민을 상대한다는 청와대 홈페이지가 견디다 못해 다운됐고 30일에도 일부 목록은 제때 응답하지 않았다.

 

◆ '한국당 해산' 손놀림에 청와대 게시판 마비 

 

청와대 게시판을 먹통으로 만들 만큼 위력을 떨친 것은 '자유한국당 해산' 동의를 위해 부지런히 손가락을 놀린 사람들이다. 

 

선거제 개편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위해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시동을 건 지난 22일 국민청원란에 등장한 한국당 해산 청원은 동의자가 하루에 8만~9만명 꼴로 늘어나더니 29일엔 시간당 1만명 가량으로 폭증했다. 단순 계산으로 초당 3명 정도가 게시판에 몰리자 서버가 두손 들고 만 것이다. 

 

◆ 30일 오후 3시 '한국당 해산 청원' 119만3000명 돌파, 신기록

 

한국당 해산 청원은 등장 9일째인 30일 오후 3시 무렵 119만3000명을 돌파해 역대 최다 동의 신기록을 세웠다. 이전 기록은 지난해 10월 17일 시작된 '강서구 PC방 살인,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주지 말아달라'는 청원으로 게시 기한인 그해 11월 6일까지 119만2049명이 동의했다.

 

하지만 한국당 해산 청원의 기세라면 게시 시한인 5월22일까지 동의자 200만명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맞불 성격의 '민주당 해산 청원'도 게시 이틀만에 14만 넘어 100만고지로

 

한국당 해산 청원에 많은 이들이 몰리고 있다는 소식에 자극받은 보수층도 29일 '더불어민주당 해산'청원으로 맞불을 놓았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이 100만에 이른다고 한다. 역시 좌파들의 동원력과 결집력은 참으로 놀랍다. 그에 반해 우파들의 안이함과 방관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다"며 우파들은 돼 가만히 있는가라고 ‘민주당 해산’ 청원 가세를 독려했다.  이 청원 역시 하루도 안 돼 10만명을 넘어선 뒤 30일 오후 3시10분 14만명 고지를 밟았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마감시한인 5월29일까지 1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거대 양당 해산 청원 맞대결은 결국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진영 간 화풀이장으로 전락하고 우리 사회의 분열상을 극명하게 드러낸 또 하나의 부작용 사례를 남기게 됐다.   

 

◆ 청원 동의 상위 14개 중 2개가 한국당 관련…상당수가 답하기 애매한 청원 

 

청와대 국민청원제도는 문재인 정부가 미국 오바마 정부의 '위더피플’(We the People)' e청원, 내각제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유럽 일부 국가 의회의 e청원제도를 본 떠 도입했다. 무분별한 청원을 막기 위해 삭제(욕설 비속어 등), 답변 곤란(삼권분립 관련, 재판 중인 내용 등)사항 안내와 함께 20만명 이상이 동의할 경우 청와대 담당자가 답변해 주는 시스템을 택했다.

 

30일 현재 답변 충족 요건(30일이내 20만명 이상 동의)을 갖춘 청원은 97개며 이중 92개가 답변 완료됐다.

 

청원동의 상위 14위 중 자유한국당 관련이 2건(해산, 나경원 의원의 평창스폐셜올림픽 위원직 파면요청)으로 이는 청와대나 정부, 국가가 나설 사안이 아니다. 또 2018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김보름 박지원의 대표선수 자격 발탁, 조두순 출소반대 역시 정부가 관여할 성질이 아니었다.

 

지난해 11월, 올 3월 세상을 달구었던 이수역 폭행, 윤지오 신변보호 청원도 진실공방이 펼쳐지는 사실관계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 국민청원 무용론까지 나오게 했다.

 

◆ 쏠림현상, 억지, 왜곡, 혐오 등 국민청원 반작용 만만찮아

 

지난해 11월 국회 국회입법조사처(NARS)는 '청와대 국민청원의 개선방안'(현안분석 27호)을 통해 청와대의 국민청원 문제점을 지적했다.

 

NARS는 "유명무실했던 청원권이 청와대 국민청원 개설과 더불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면서도 "삼권분립 원칙 위반, 무분별한 청원, 중복 동의 등 문제점 드러났다"고 했다.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 대통령이나 행정부의 권한 밖에 있는 권한(입법권, 사법권 등) 행사 요구 △대표 자격 박탈 요구 △ 일부 연예인 사형 청원 △ 등 특정 집단이나 인물에 대한 과도한 비난성 청원 △ 무분별한 청원 △ 혐오적 표현을 담은 청원 등을 꼽았다. 

 

◆ 드루킹의 매크로, 베트남 등 해외트래픽이 절반 가까이 차지…신뢰성과 조작 가능성 떨치지 못해

 

하버드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한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30만건을 넘겼던 이수역 사건 관련 청원이나 윤지오씨 사건 같은 경우 청원 사이트의 부정적 효과가 부각될 수 밖에 없는 사례들이다"며 "알렉사의 3월 통계만으로도 청와대 사이트의 13.77%는 베트남 트래픽이고 그 전달에 비해 2159% 증가한 상황으로 3월말 윤지오씨 관련 청원이 있던 시기다"고 특정집단이 고의적으로 동의수를 높였을 가능성을 의심했다.

 

국내 트래픽이 51.26% 가량이라는 알렉사의 집계(사진)를 공개한 이 최고위원은 "알렉사나 여러가지 방식의 사이트 통계는 오차범위가 크지만 그렇다면 청와대에서 신빙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로그데이터 통계를 제공하면 된다"고 요구하면서 "작년 가을부터 당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세번씩이나 청원시스템의 개선을 요구해 왔다"고 전했다. 

 

이 말속에는 현 시스템 신뢰성을 100% 담보하기 어렵고 김경수 경남지사를 구속까지 시켰던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 수법, 즉 매크로 프로그램(여러번 조작해야 할 것을 한번에 가능토록 하는 프로그램)이 국민청원 동의에 동원될 수도 있다는 의구심이 깔려 있다.

 

◆ 발끈한 청와대...홈페이지 팝업창 띄워 "국내 트래픽이 90.37%, 베트남은 3.55%에 불과"

 

이에 청와대는 즉각 홈페이지에 팝업창을 띄워 구글애널리틱스 집계치를 이용해 반박했다. 

 

청와대는 "(홈페이지가 다운됐던) 4월 29일 홈페이지 방문을 지역별로 분류한 결과 97%가 국내, 이어 미국(0.82%), 일본(0.53%), 베트남(0.17%)순이었다"고 밝혔다. 

 

또 3월 홈페이지 방문도 "국내가 90.37%, 베트남 3.55%, 미국 1.54%였다"고 트래픽 절반 가량이 해외서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그러면서 "베트남 접속 트래픽 대부분은 3월 14, 15일 이틀간 집중됐으며 이는 베트남 언론 3개 매체 이상이 승리 스캔들, 장자연 사건을 보도하면서 청와대 청원 링크를 연결해 소개했기 때문”이라며 "3월 베트남에서 청와대 홈페이지로 유입된 전체 트래픽의 89.83%는 장자연 관련 청원이었다"고 특정시점, 특정 사안에 대해 베트남에서 트래픽 증가현상을 보였을 뿐임을 강조했다. 신뢰성을 해칠 만한, 조작이라고 의심할 만한 해외 트래픽 유입은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논란과 관련, 청와대가 청원게시판에 대한 개선책을 서둘러 마련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편가르기, 상대 정당에 대한 근거없는 비방 등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사진=세계일보 자료·청와대 홈페이지·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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