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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통령→대법원장→대법관→법관 예속적 관계 타파 필요”

입력 : 2019-04-28 18:29:33 수정 : 2019-04-28 22: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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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내용 살펴보니…/ 사법부 ‘민주적 정당성’ 확보 필요 진단/ “대법원장, 대통령이 임명… 독립성 침해/ 법원 내 민주적 의사결정 통해 선출해야”/ 행정처로 ‘사법 중앙집권화’ 막기 위해/ 고등법원별 지역법관제 정착 등 제안/ 법관 근무평정제도 전면 폐지도 강조/ 개편안 실행되려면 개헌 등 선행돼야/ 여야 대치로 개정안 계류중… 갈길 멀어

“선출되지 않은 권력(사법부)도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28일 법원행정처의 ‘사법의 독립과 민주화를 향한 헌정사적 노력과 공법적 과제’ 보고서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대법원장·대법원 등 사법부에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장 선출 방식 변경과 상고제도 개선, 사법행정 개편 등 크게 세 방향을 통해 사법의 독립·민주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한 배경이다. 243쪽 분량의 보고서는 미국·프랑스 등 해외의 사법행정 현황을 분석한 뒤 국내 사법 독립성 확보와 민주화를 위한 방안을 권고했다. 보고서는 행정처 의뢰로 한국공법학회 소속 조소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6명이 참여해 작성됐다.

 

◆“법관 투표 통한 대법원장 선출 필요”

 

보고서가 사법 독립과 민주화를 위해 행정처에 권고한 첫 번째 방안은 대법원장과 대법관 선출 방식 변경이다. 보고서는 대법원장·대법관 임명방식을 규정한 헌법 104조가 민주적 정당성 없이 정치권력자로부터 임명되는 제왕적 대법원장을 만들고, 사법부가 대통령에 예속돼 재판 독립성이 침해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해당 조문은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임명하고, 대법원장은 대법관 제청 권한을 갖는다고 명시했다. 일선 법관은 대법원장이 임명한다고 규정했다. 즉 대통령→대법원장→대법관→법관으로 내려오는 예속적 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

이에 보고서는 법원 내부에서 민주적 의사결정을 통해 대법원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법원 내부의 민주적 의사결정을 통해 대법원장을 선출하는 방식 도입이 필요하다”며 “전체 법관이 투표를 통해 대법원장을 직접 선출하거나 선거인단 구성을 통한 대법원장 선거제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다만 국민이 직접 대법원장을 선출하는 방안은 사법부의 정치화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법원장과 대법관 서열구조 타파를 위해 “대법원장을 대법관 중에서 호선(互選)하는 방식이 제안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 권한은 폐지하거나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대법원장뿐 아니라 대법관 선출 과정도 개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장 제청 후 국회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는 대법관들이 대법원장 뜻을 거스르는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없도록 만든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대법관 임명 과정에서 국회 통과 요건으로 가중(加重)정족수 규정 도입 △외부인사 참여한 대법관 추천 △법관 투표 통한 대법관 선출 등을 제안했다.

◆“대법관 증원 필요…고등법원별 행정 권한 부여해야”

 

보고서는 대법관 증원을 포함한 상고제도 개선을 강조했다. 현행 대법관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보고서는 현행 대법원이 각 분야 특수성을 고려한 재판을 진행하기 어렵고, 국민의 적절한 권리구제를 위해서도 대법관 숫자(14명)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봤다. 보고서는 헌법 101조를 개정해 대법원의 전문법원화도 강조했다.

 

고등법원별 지역법관제 정착 등 사법행정 개편을 위한 여러 방안도 제안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고등법원 단위의 지역법관제를 정착하고 현행 법관근무평정제도는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한 부분이다. 보고서는 ‘사법농단’ 의혹 사태 원인을 행정처에 집중된 거대한 사법행정권 탓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행정처로 상징되는 사법의 중앙집권화를 막기 위해 고등법원별 지역법관제 정착이 필요하다고 적시했다.

 

법원조직법 44조의2에 따른 대법원장 중심의 법관근무평정제도는 “불명확한 기준 등에 따라 (법관을) 평가하고 대법원장이 고려하는 상황을 추가할 수 있어 재판 독립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 ‘사법농단’ 사태로 입증됐다”며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신 판사와 국민, 국민의 대표가 법관인사 등 사법행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법과 법원조직법 개정 우선…국회 통과될 수 있을지 관건

 

행정처가 공법학회에 의뢰해 사법 독립과 민주화를 위한 방안이 담긴 보고서를 마련했지만 이것이 현실화하려면 국회 협조가 필수적이다. 대법원장 선출 방식 변경 및 대법원의 전문법원화는 헌법이, 대법관 수 증원은 법원조직법이 개정돼야 한다.

 

지난해 9월 민주당 의원 21명은 대법관 수를 26명으로 늘리고 판사회의를 통해 법원장을 호선하는 내용 등을 담은 법원조직법 개정을 발의했지만 여야 대치로 현재 계류된 상태다. 지난해 12월 행정처는 이번 보고서와 별개로 외부인사가 포함된 사법행정회의, 법원사무처를 신설하고 고등법원 부장판사제도를 폐지하는 내용 등을 담은 개혁안을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보고했으나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보고서에 담긴 대부분의 사법행정 개편안이 실행되려면 개헌이 선행돼야 한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법의 날’ 기념식에서 “국회가 좋은 재판을 위한 사법제도의 실행을 위한 심도 있는 논의를 해달라”며 “국민도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간곡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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