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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과시하고 외모품평 문화 해외 클럽선 찾아보기 힘들어”

입력 : 2019-04-16 23:00:00 수정 : 2019-04-16 21:2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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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아레나’ 책 펴낸 작가 최나욱

“클럽을 주제로 책을 쓴다고 하니 모두가 웃었습니다. 연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현대건축과 미술에 대한 평론으로 상까지 받은 작가 최나욱(사진)씨가 지난해 아레나 클럽에 대한 글을 쓰기로 했을 때 주변 반응은 별로였다. 그러나 최씨는 클럽이 대중적인 파티장소로서 현세대 문화를 담고 있으며, 일종의 사회 현상으로서 매우 순간적 소비의 공간이자 시대성을 반영하는 장소인 만큼 진지한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결과적으로 최씨의 신간 ‘클럽 아레나(에이도스)’가 나오기 직전 버닝썬 사태가 터지고 아레나가 문을 닫으면서 이 같은 최씨의 기록은 서울 강남 유흥문화를 평정했던 불야성 아레나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담긴 유일한 책이 됐다.

아레나의 평범한 손님이기도 했던 최씨는 선정적인 이야기와 자극적 폭로로만 각인되었던 클럽에 대해 차분하고 진지하게 관찰하고 서술했다. 최씨는 “전 세계 주요 도시마다 유명한 클럽이 있지만 우리나라 클럽문화는 유독 특이하다”며 “돈을 과시하고 외모를 품평하고, 남자가 여자를 강압적으로 대하는 행태는 외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씨는 이 같은 클럽문화가 한국 사회 전반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데 주목한다. 못생겼기 때문에 입장을 불허하고, 테이블 가격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고, 인사도 하기 전에 스킨십을 하며, 허공에 지폐더미를 뿌리고, 외모를 품평하는 등 해서는 안 될 일들이 당연하게 행해지는 문화·양상이 우리가 사는 일상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지적하는 게 최씨가 아레나에 대한 기록을 남긴 목표였다.

최씨는 아레나의 번성에 비트코인 열풍도 한몫했다고 본다. 2017, 2018년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열풍 때 갑자기 큰 부를 쥔 이들이 아레나에서 큰돈을 뿌린 게 고액 테이블 경매현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최씨는 “아레나는 외모와 재화라는 세속적 가치가 극대화한 장소로서 ‘나는 오늘 돈을 냈다’는 사실이 금세 특권의식이 되어 순식간에 같은 손님 간에 갑을관계를 상정해 갑질심리까지 나아가는 공간이었다”고 평가했다.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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