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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국가직화 시급한 이유 “492명이 진압한 신촌 화재…밀양 화재는 단 3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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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4-17 14:29:20 수정 : 2019-04-17 14:2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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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 소방공무원 국가직화 목소리

“불 끄러 가는데 20분이나 걸릴 때가 있어요. 인력이 그만큼 없으니까....”

 

전남지역 소방관 A씨는 현재 지방직 소방관 체제의 문제로 소방예산을 효율적으로 편성하지 못하는 점을 꼬집었다. 소방청이 각 지역에 맞게 소방예산을 편성하는 게 아니라 지자체 재정으로 해결하다 보니 예산이 여유로운 도시에 소방력이 집중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A씨가 속해있는 전남의 경우 지난해 기준 소방현장인력이 법정기준에 비해 39.9%나 부족한 실정이다. A씨는 “시내권의 경우 교통이 복잡하지만 거리가 가까워 출동시간이 단축되지만 도 단위는 일단 구역이 넓다”며 “전남의 경우 면 단위로 구분할 때면 하나가 광주기준 3개동 면적에 육박하는 경우가 있는데 면에 소방관서가 없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면마다 지역대가 있긴 하지만 1~2명 수준이라 화재발생 대처가 서울 등 수도권과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 그는 “화재발생 건수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업무강도도 인력이 없는 지역이 셀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 1월 기준 소방청 소속 고위급 585명(1.2%)을 제외한 4만7457명(98.8%)의 소방 공무원은 지자체에 소속된 ‘지방직’이다. 지자체가 가진 여력에 따라 인력, 장비가 운영돼 지역마다 출동시간, 소방센터 수 등 소방력의 차이가 발생한다. 같은 소방업무를 하지만 지역공무원 복지도 천차만별이라 열악한 지역에 위치한 소방관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대형재난 때마다 소방공무원을 모두 국가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지난해 2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화재 현장. 연합뉴스

◆ “밀양세종병원 사상자 192명 vs 서울 세브란스병원 사상자 0명”

 

15일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소방공무원은 소방서 등급별로 인력구성을 규정한 법정기준(5만8976명)보다 1만4967명(25.4%)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는 지역별로 편차가 크다. 상대적으로 재정이 두터운 서울의 경우 소방 현장인력이 9.8%가 부족한 데 비해 재정이 열악한 전남은 39.9%나 부족하다. 이어 제주(37.4%), 충남(36.6%), 충북(34.7%) 순으로 소방인력 부족률이 높다.

 

지난해 1월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현장. 경남도민일보 제공

소방인력의 부족은 화재, 재난의 초기대응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소방청의 ‘2018 제천 복합건물화재 합동조사 보고’에 따르면 현장출동을 담당하는 직할센터 인력의 경우 법정인원이 팀당 23명이지만 도 평균은 10명, 광역시별 평균은 16명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재정자립도가 높은 서울은 법정기준에 가까운 22명을 보유하고 있었다. 게다가 서울은 가까운 거리에 센터가 많아 합동대응이 용이하다. 반면 지방의 경우 센터마다 거리가 멀고 현장출동 인력까지 적어 화재진압에 더 어려움을 겪는다. 

 

대표적으로 경남 밀양세종병원 화재와 서울 세브란스병원 화재를 비교해볼 수 있다. 지난해 1월 발생한 경남 밀양세종병원 화재는 총 36명의 소방인력이 투입됐다. 화재진압과 인명구조 상황이 동시에 발생했고 현장투입인력은 우선 인명구조에 집중했다. 이에 따라 첫 번째 도착한 소방차의 방수가 2분 46초가량 지연됐고 피해는 커졌다. 이 사고로 19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반면 한 달여 뒤 발생한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화재의 경우 인근에 위치한 소방, 경찰, 군부대 등 492명이 동원됐다. 인명피해도 단순연기를 흡입한 3명에 불과했다. 두 화재는 스프링클러, 방화문 작동여부 등 다른 차이도 있었지만 초기대응의 지역별 격차도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 상대적 박탈감 느끼는 소방관들 “같은 소방 업무하는데 지역별 복지가 천차만별”

 

소방관들도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한다. 같은 소방업무를 하지만 지역별로 복지포인트, 건강검진, 휴가보상비, 초과근무기준 등 처우가 다르기 때문이다. 박해근 소방발전협의회장은 “재정자립도가 높은 곳의 소방관과 낮은 곳의 소방관은 복지, 장비 등 차이가 크다”며 “소방, 경찰 등 일명 ‘제복공무원’은 노조가 없어 이 같은 차이를 대변할 기관이 없다”고 토로했다. 박 회장은 “서울 대도시는 화재가 많지만 시골은 출동이 많아 업무강도에 따른 차이라고 볼 수 없다”며 “어떤 시도는 휴가보상비가 부족해 강제휴가를 보내는 등 지역별로 소방관이 느끼는 차이는 적지않다”고 설명했다.

인력이 부족한 지역일수록 처우는 낮고 업무강도가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충남지역 소방관 B씨는 “충남의 경우 지역별 센터 수는 많은 편이지만 인원은 적어 큰 화재가 발생했을 때 지원이 필수”라며 “서울은 센터별로 가까워 지원이 빠르지만 도는 이동만 20분을 해야 해 업무강도가 아무래도 센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별 장비차이는 소방안전교부세가 편성되며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열악한 것은 사실”이라고했다.

 

2017년 ‘소방의날’ 충남 소방학교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 문 대통령은 당시 소방관 국가직화 등 처우개선을 약속했다.

◆ 강원 화재 이후 다시 등장한 ‘소방공무원 국가직화’ 목소리

 

강원 화재 이후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하자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른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해주세요” 청원은 24만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와 함께 소방관 국가직 전환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도 국가직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78.7%로 높게 나타났다.

 

정치권도 국가직화에 동의하는 모양새다. 소방인력 충원에 따른 예산문제는 기획재정부가 현재 20%인 ‘소방특별교부세율’을 올해 35%, 내년 45%로 단계적 인상계획을 밝히면서 해결기미가 보이고 있지만 국가직 전환 후 소방 업무영역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에 대해 이견이 갈리고 있다. 현재처럼 지자체장이 화재, 재난을 지휘할 경우 지역 조직을 전반적으로 통제하며 지역에 맞는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지만 중앙에 집중되면 자칫 소방서비스가 표준, 획일화할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 소방업무 어디까지 분권화할지 논쟁

 

정부는 소방관의 신분을 국가직으로 전환하되 시도지사의 인사, 지휘권을 유지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무늬만 국가직화’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찰직은 자치경찰로 보고 자치권한을 확대하는데 소방직을 국가직화하면 역행하는 것도 있어 지방자치 권한을 어디까지로 둘까 논의할 것이 있다”며 “국가직화가 맞느냐 아니면 다른 재정지원을 통해 실질적으로 처우와 장비 확충을 충분히 마련하느냐 등 관련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를 위해선 소방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지방자치단체에 두는 국가공무원의 정원에 관한 법률, 소방기본법 4개 법안의 개정이 필요하다. 여야는 소방공무원 국가직화 여론이 커지는 만큼 오는 23일부터 관련 법안 심사를 본격화하기로 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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