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20·30대 10명 중 7명은 ‘개저씨(아저씨)’, ‘맘충(엄마)’ 같은 혐오표현을 듣거나 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연구원 신인철 부연구위원은 11일 열린 ‘서울시민의 혐오표현 일상화-혐오를 넘어 사회적 포용으로’ 토론회에서 20대의 73.2%, 30대의 71.4%가 혐오표현을 목격했다고 발표했다. 혐오표현은 ‘연금충(노인)’처럼 특정집단을 혐오감을 담아 매도하는 말을 의미한다.성별로 보면 20대 남성은 80.8%, 여성은 65.7%, 30대 남성은 74.7%, 여성은 68.1%가 혐오표현을 간접적으로 보거나 들었다. 이 비율은 40대 58.9%, 50대 50.5%, 60대 48.7%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낮아졌다.
이들이 간접적으로 혐오표현을 접한 경로는 20·30대의 경우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80% 안팎이었다. 연령이 올라갈수록 인터넷보다 대중매체에서 혐오표현을 보고 듣는 비율이 높아져 50대는 25.8%, 60대 이상은 28.4%가 TV에서 이를 목격했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1월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일반적으로 ‘김치녀(고소비 여성)’, ‘꼴페미(페미니스트를 비꼬는 말)’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언어폭력이 많음에도 남성이 혐오표현을 더 많이 목격한 이유는 비슷한 성·연령끼리 모여드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특성 때문으로 추측된다. 온라인 사이트를 중심으로 유통되는 혐오표현은 대상을 가리지 않고 범람하는 추세다. 남자 태아를 가리키는 말부터 청소년, 30대 이상 여성, 중년 남성, 노인까지 전 세대가 혐오 대상이 되고 있다. 또 남녀는 물론 성 소수자, 난민, 중국 동포 등 여러 집단이 무차별적으로 공격받고 있다. 혐오표현은 그 자체로 폭력일 뿐 아니라 현실 인식을 왜곡하고 실제 물리적 차별·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그러나 이를 규제하기는 쉽지 않다. 불특정 집단을 향한 혐오표현이 형법상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로 처벌받은 판례는 아직 없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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