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별세하면서 자녀들의 상속세 부담 및 경영권 승계가 재계 주요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조 회장 일가가 그룹 지분을 매각해 상속세 재원을 모두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고(故) 조 회장과 가족들이 회사 운영 과정에서 지분 중 일부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기 때문이다. 경영권 확보를 위해 조 회장 일가는 지분을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막대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고차방정식’을 해결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11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 및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사이트 등에 따르면, 2018년 12월 말 기준 한진그룹의 지주사 격인 한진칼에서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은 28.93%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 중 28%가량을 금융권 및 국세청에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10주 중 3주꼴이 담보로 잡혀 있는 셈이다. 전체 주식으로 따지면 7.75%에 해당한다. 결국 이들이 자유롭게 매각할 수 있는 지분은 최대 21.18%로 줄어든다.
조 회장 지분인 17.84%를 한진가에서 그대로 상속할 경우 내야 할 상속세는 1700억∼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5년간 분납 납부를 해도 최소 한 해에 300억∼400억원이 필요하다. 아울러 대출 등으로 인해 담보로 잡혀 있는 지분을 해소하기 위한 추가 금액도 필요하다. 당초 한진칼 지분 매각 등으로 이를 마련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지만, 조 회장 일가 지분 중 상당수가 담보인 상황에서는 매각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경영권 유지도 해야 하기 때문에 처분 가능한 지분 전부를 매각할 수 없다. 조 회장 일가는 한진칼 2대 주주인 행동주의사모펀드인 KCGI로부터 경영에서 손을 떼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한진칼과 대한항공 등 계열사의 배당을 확대하거나, 조 회장 일가가 계열사에 가지고 있는 주식을 매각하는 방법, 조 회장에 지급될 퇴직금을 활용하는 안 등이 다른 재원 마련 방법으로 제시된다. 아울러 이들이 소유한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더 받는 방법도 가능하다. 금융권에서는 조 회장 일가가 한진칼과 한진의 주식담보대출로 조달 가능한 금액을 609억원 수준으로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조 회장 일가가 가지고 있는 보유자금이 상당해 이것으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한다.
한편 한진그룹은 이날 조 회장의 장례를 12일부터 16일까지 5일 동안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그룹 회사장으로 치른다고 발표했다. 석태수 한진칼 대표를 장례위원장으로 하는 장례위원회도 구성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별세한 조 회장의 시신을 모신 비행편은 12일 오전에 한국으로 돌아오며 조문은 12일 정오부터 가능하다. 발인은 16일 오전 6시로 장지는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 신갈 선영이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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