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약 공급·투약 봐주기 수사’ 물의를 빚었던 남양유업 창업주 홍두영 명예회장의 외손녀이자 황하나(31·사진)씨의 마약 공범 조모씨가 “ 황씨가 남양유업의 외손녀라는 사실을 진술했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에 따르면 황씨는 2015년 조씨와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조씨는 재판에 넘겨져 실형을 선고 받았으나 황씨는 처벌도 받지 않아 ‘봐주기식 수사’가 진행된 게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10일 오전 YTN에선 2015년 11월 황씨에게 마약을 받아 투약한 혐의가 인정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조씨의 단독 인터뷰가 공개됐다.
조씨는 YTN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경찰 조사 때 마약 공급책인 황하나 씨가 남양유업 외손녀란 사실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조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양유업 이야기가 나왔으며, 경찰에서 진술했던 이들 모두가 황씨가 남양유업 창업주 손녀란 사실을 밝혔다고 언급 했다.
황씨 어머니 홍영혜씨는 남양유업 창업주 홍두영 명예회장의 3남 2녀 중 막내딸이다. 현재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은 황씨 외삼촌이다.
YTN은 경찰은 첩보 수집 단계부터 이미 황 씨의 집안 배경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조씨는 YTN에 황씨가 마약을 먼저 제안하고 주사를 놔준 것은 물론 함께 투약한 사실을 그대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조씨는 “경찰들이 황하나를 잡을 거라고 했다”라며 “의아하고 할 것도 없이 당연히 잡히겠지, 그렇게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앞서 황씨는 2015년 9월 강남 모처에서 조씨에게 30만원을 입금 받고 필로폰 0.5g을 건네고 함께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같은해 11월 이 사건에 연루돼 불구속 입건된 사람은 황씨를 비롯해 총 7명이었으나, 당시 경찰은 이들 중 황씨 등을 빼고 2명만 소환조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를 담당한 종로경찰서는 1년 7개월이 지난 황씨를 2017년 6월쯤 검찰에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고, 서울중앙지검은 황씨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반면 조씨는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에 3년을 선고 받았다. 또한 황씨는 판결문에서 이름이 수차례 거론됐지만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소환조사도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 사건에서 황씨는 2009년 대마를 흡연해 2011년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전과가 있었다. 또한 통상 마약 수사에선 마약 공급책이 더 높은 수위의 처벌을 받게 되는데, 조씨는 실형을 선고 받았으나 황씨는 무혐의 조치가 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 할 수 없는 일로서 ‘마약 봐주기 수사’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지난 2일부터 황씨 관련 수사에 착수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등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했던 당시 황씨에 대한 조사를 맡은 경찰 수사관은 “2015년 민주노총이 주도한 '민중총궐기' 집회 현장 통제 때문에 바빠 조사가 뒤로 미뤄졌다”라며 “당시 일은 기억에 없거나 밝힐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러한 경찰 해명에도 불구하고 황씨와 경찰 간 유착 의혹은 꾸준히 이어졌다. 6일 MBN은 사건으로 경찰 소환 조사를 받았던 두 명 중 한 명 A씨와의 인터뷰를 공개하며 “당시 수사를 하던 경찰이 황 씨가 남양 가의 사람인 걸 확인했다”며 “황씨가 지난 2011년 대마 흡연 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2일 일요시사는 황씨와 지인들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황씨는 지난 2015년 12월 자신의 마약 혐의와 관련된 경찰 수사가 마무리 될 때 쯤 지인에게 “어머니와 심하게 다퉜다”라며 “사고 치니까 (어머니가 화나서)... 그러면서 뒤에서 뒷처리는 다 해준다. (사고치고 다니니까 어머니는) 내가 미운 거지 뭐… 나한테 사기치는 애들이 많잖아”라며 황씨와 경찰 간 유착의혹 정황을 공개했다.
8일 MBC ‘뉴스데스크’는 황씨가 1억원의 현금을 건네며 자신의 마약 투약 혐의를 은닉하려 했다는 주장을 전했다. 이 방송에서 조씨 친구 A씨는 “황하나가 조씨에게 모든 (마약 투약) 혐의를 떠넘기는 대신 집으로 불러 현금을 주면서 ‘네가 대신 다 안고 가라‘라고 말했다”라며 ”평소 조 씨가 주변에 황하나로부터 5만원권으로 1억원이 담긴 가방을 받았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라고 밝혔다.
한편 남양유업은 황씨의 마약 관련 의혹과 관련해 황씨와 더불어 그의 일가와 회사는 전혀 상관 없다며 선을 그어왔다. 지난 2일 남양유업 측은 “황씨와 그의 일가족 누구도 회사와 관련한 일을 하거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라며 “오너일가 봐주기식 수사 의혹과 관련해 회사는 전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9일에도 남양유업은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범법행위가 엄정한 수사를 통해 사실 관계가 밝혀져, 공정하고 강력하게 처벌되기를 바란다”라며 “황하나씨 개인의 일탈행위가 법인인 회사와 관련 종사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보도 내용에 남양유업 회사명 언급을 자제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부탁했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YTN‘뉴스‘, MBC‘뉴스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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