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년보다 오래 질척이던 꽃샘추위가 드디어 퇴장 수순이다. 한결 따스해진 공기와 길가를 장식한 벚꽃, 목련, 개나리, 각종 봄꽃들. 바야흐로 ‘걷기의 계절’이다. 미세먼지라는 복병이 도사리고 있긴 하지만 공기가 안 좋은 날은 실내도 대중교통도 별반 나을 것이 없으며, 여전히 사람들은 봄나들이를 간다.
다들 겨울잠 모드에서 깨어나는 시기에 “운동 좀 해볼까” 하며 굳이 헬스장을 고집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걷기운동’만으로도 꽤 좋은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엄청난 힘을 들이지도, 땀을 흘리지도 않는 걷기로 몸매가 나아질 수 있다니 솔깃해진다.
4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는 미시간대학교가 이날 발표한 관련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자연 속에서 20∼30분 걸으면 피로, 우울, 비만의 주범인 코티솔이 약 10% 줄어든다. 코티솔은 본래 스트레스로 상한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는 좋은 호르몬이지만 너무 자주 많이 분비되면 정신과 육체 건강을 모두 해칠 수 있다.
몸매 개선에 걷기의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온건한 운동이긴 하나 여전히 칼로리를 태우는 활동인 데다 특히 하체를 잡는데 효과적이다. 옥토퍼스 클리닉의 루시 맥도날드 물리치료사는 “섭취하는 것보다 많은 칼로리를 소모한다면 지방 분해가 가능해져 숨어있던 근육 라인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즉시 효과가 나타날뿐 아니라 오랫동안 한다면 효과는 더 커진다고 그는 덧붙였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다리와 엉덩이 근육에 효과적이다. 맥도날드 치료사는 “걸을 때 쓰는 종아리, 허벅지, 엉덩이 근육 등이 한층 더 날렵해진다”며 “다만 상체의 경우 수영 등의 운동에 비해 큰 효과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얼마나 어떻게 걸으면 될까. 맥도날드는 “조금씩 자주”할 것을 권고했다. 30∼40분씩 주 3, 4회 걷는 정도를 추천했다. 미국심장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의 권고사항도 주당 150분 수준으로 비슷하다. 걷는 강도는 10단계를 조깅 수준으로 봤을 때 7, 8단계 정도가 적당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더 빨리 걸을수록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며 근육 역시 더 단단해진다.
하지만 이쯤에서 눈치 챈 이들이 있을 것이다. ‘걷기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 말이다. 실질적인 몸무게 감소로 이어지려면 ‘섭취한 것보다 많은 칼로리’를 소모해야 하니 먹는 양을 함께 조절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헬스도 마찬가지. ‘헬스장 안가도 된다’는 게 ‘헬스장 가면 안된다’는 아니다. 디킨대학교에서 스포츠과학을 강의하는 잭슨 파이프 교수는 “걷기로 유산소운동 및 지방 감소는 기대할 수 있지만 근력과 근육량 늘리는데는 크게 기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파이프 교수는 “주 2회 정도 앉았다 일어나기, 벤치 푸쉬업, 런지 등 근력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며 “지방을 빼고 싶다면 걷기와 함께 식이요법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사진=gettyimagesbank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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