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전두환 정권, 대선 전 김현희 서울行 총력

입력 : 2019-03-31 18:59:13 수정 : 2019-03-31 22:41:01

인쇄 메일 url 공유 - +

외교부, 1988년 외교문서 공개 / 바레인에 특사… 정략적 활용 계획 / IOC 사회주의 국가 참가 확대 목적 / 北에 서울올림픽 분산 개최 제안
외교부는 31일 30년 경과 외교문서 1천620권(25만여쪽)을 원문해제(주요 내용 요약본)와 함께 일반에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외교문서는 주로 1988년과 그 전해에 작성된 것으로, KAL기 폭파사건과 88서울올림픽 등과 관련한 사항들이 포함돼 있다. 사진은 87년 김포공항에서 압송되는 김현 희.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두환 정권이 1987년 11월29일 발생한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사건을 대선에 정략적으로 활용하려 한 정황이 30년 전 외교문서를 통해 재확인됐다.

 

이는 2006년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가 확인한 ‘대한항공기 폭파사건 북괴음모 폭로공작(무지개공작)’ 계획 문건 등으로 이미 알려진 사실인데, 이번 외교문서 공개로 다시 한번 확인됐다. 외교부는 31일 1998년과 그 전해에 작성된 30년 경과 외교문서 1620권(25만여쪽)을 원문해제(주요 내용 요약본)와 함께 일반에 공개했다.

 

당시 특사로 바레인에 파견된 박수길 외교부 차관보와 바레인 측 논의 내용을 담은 1987년 12월10일 전문에는 전두환 정권이 KAL기 폭파사건 범인 김현희(하치야 마유미·사진)를 대선(1987년 12월16일) 전에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노력한 사실이 자세히 언급됐다. 박 차관보는 ‘KAL기 잔해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현희) 인도가 성급하다는 이야기도 없지 않다’는 바레인 실무자 발언을 전하며 “늦어도 15일까지 도착하기 위해서는 12일까지는 바레인 측으로부터 인도 통보를 받아야 한다”고 보고했다. ‘늦어도 15일까지 도착’이라고 못 박은 것은 대선(12월16일)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바레인 측이 신병 인도에 대한 결정을 미루며 한국 대선에 대해 언급하자, 박 차관보가 미국이 김현희 인도를 늦추기 위해 바레인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아닌가 하고 의심하는 대목도 눈에 띈다.

31일 서울 서초구 외교사료관 내 외교문서열람실에서 한 직원이 공개된 외교문서 목록을 열람하고 있다. 외교부는 이날 30년이 경과된 외교문서 1625권(25만여쪽)을 주요 내용 요약본과 함께 일반에 공개했다. 연합뉴스

우리 정부가 김현희 이송을 두고 일본과 신경전을 벌인 것도 다시 확인됐다. 사건 발생 사흘 뒤인 1987년 12월2일 주일대사가 외교부에 보낸 당시 전문에서 주일대사관의 박련 공사는 사고 비행기 소속국으로서 한국이 김현희의 신병을 인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후지타 일본 외무성 아주국장은 김현희가 일본 위조여권을 갖고 있으므로 일본이 인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본은 12월7일 “한국과 신병 인도를 둘러싸고 경쟁할 의도가 없다”는 입장을 우리 측에 공식적으로 전했다.

88년 서울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한 노태우 전 대통령과 사마란치 IOC위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 정부가 김현희를 한국에 데려오는 데 혈안이 돼 있던 것과 달리 사건 직후 유가족을 위로하는 데에는 소홀했다는 정황도 발견됐다. 주태국 한국대사는 1987년 12월6일 외무부 장관 등에 보낸 문서에서 ‘사고자 가족 300여명이 12월9일 현장을 시찰한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현 단계에서 유가족의 태국 방문은 수색 활동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난색을 보이고 방문 보류를 건의했다.

 

한편 북한은 KAL기 폭파가 자신들 소행이라는 것을 강하게 부인했다. 황장엽 당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서기 겸 국제부장은 1988년 9월 방북한 유럽의회 사회당 대표사절단을 만나 “KAL기 사건은 생명보험금을 타기 위한 남한의 조작”이라고 말한 것으로 외교문서에 적시됐다. 이 내용은 사절단 관계자 발언을 인용, 주벨기에 한국대사가 그해 10월7일 외무부 장관에게 보고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있지 유나 '반가운 손인사'
  • 있지 유나 '반가운 손인사'
  • 에스파 카리나 '민낮도 아름다워'
  • 한소희 '완벽한 비율'
  • 최예나 '눈부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