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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일간 '까칠'달고 살았던 김의겸을 돌아본다 [박태훈의 스토리뉴스]

입력 : 2019-03-30 08:00:00 수정 : 2019-03-29 20: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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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세탈출과 맞바꿔 버린 청와대 대변인 자리... / 전투적으로 브리핑, 논평을 내 놓았던 참 보기 드물었던 대변인 캐릭터 / '바로 잡아라' '발목 놓아 달라' '응분의 조치' 'DNA 없다'...전투형 대변인 / 유연한 수필가가 아닌 논설 쓰듯 격정 토해, 진보색채 언론인 티 못 벗어

김의겸(56) 청와대 대변인이 29일 "싸우면서 정이 든 걸까요"라는 글을 끝으로 청와대를 떠났다. 지난해 1월 29일 청와대 대변인 자리에 올라 2월 2일 "반갑습니다"는 말을 시작으로 생애 처음 공무원 월급을 받았던 그는 "30년 전세살이 청산위해 산 것이지 투기가 아니다"라고 했지만 여론의 질타에 순응, 425일만인 이날 민간인으로 돌아갔다.

 

김 대변인(전 대변인 표현이 맞지만 편의상 대변인으로 통일)은 역대 청와대 대변인치고는 참으로 독특한 캐릭터를 선 보였다. 그 자신이 고별사에서 말했듯 전투를 치르듯 싸우면서 대변인 노릇을 했다. 보도가 문제 있다고 생각했을 경우  '틀린 사실로 유감이다'라던 종전 대변인들과 달리 그는 '가짜뉴스다 바로 잡아달라, 응분의 조치'라고 직설화법을 동원했고 보수언론을 향해선 "무분별한 폭로에 동조하지 말아 줄 것", "잡고 있는 발목 놓아 주시기~"라며 몰아세우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 첫 등장 때 "말진으로 2진으로 취재 열심히"→퇴장 때 "한번 더 생각하고 써 주시길..."  

 

김 대변인은 1988년 진보언론인 한겨레에 입사, 2018년 1월까지 30년을 근무했다. 생애 절반 이상을 언론인으로 살았다. 그런 때문인지 청와대 첫 출근부터 떠날 때까지 진보색채 기자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18년 2월 2일 김의겸 신임 청와대 대변인과 퇴임하는 박수현 대변인이 서울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마치고 포옹하고 있다.

그는 2018년 2월 2일 "반갑습니다. 여러분을 대신해서 여러분의 말진으로서, 2진으로서 취재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며 첫 브리핑을 시작했다. 브리핑 상대가 기자들인만큼 용어에 이질감이 없지만 '말진, 2진'은 언론사 특유의 용어로 '막내' '보조자' '조수'라는 뜻이다. 

 

김 대변인은 29일 고별 메시지에서 "기사를 작성할 때 한 번 더 생각하고 써 주시길, 선배들은 머리가 굳어있어~"라는 말을 했다. 이 역시 언론사에서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당부할 때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지난해 11월 29일 브리핑에서 "어제 KBS 보도 가운데서 첫 번째 꼭지, 두 번째 꼭지~"라며 언론 사내용어인 '꼭지'단어를 구사했다. 

◆ 스스로 인정한 까칠한 대변인, 보수 언론에 더욱... '바로 잡아라' '발목 잡지 마라' '과거 보도 태도와 다르다'며 멱살잡이

 

김 대변인은 고별 메시지에서 "돌이켜 보면 저 같이 까칠한 대변인도 세상에 없을 겁니다"고 했다. 설전을 펼치고 불친절을 넘어서 "강퍅하기 그지 없는 대변인이었다"고 했다. 

 

김 대변인의 까칠함의 대부분은 보수언론을 향해 쏟아졌다. 비판과 지적을 수용하기 보다는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듯 그냥 받아쳤다.  

지난 2월 20일 "블랙리스트란 ‘먹칠’을 삼가 주십시오"라며 "언론도 블랙리스트란 용어를 사용하는데 신중을 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부 언론 보도가 더욱 씁쓸한 것은 과거의 보도 태도와 너무도 다르다"고 박근혜 시절과 논조가 다르다고 질책했다. 

 

2018년 12월 17일 '前 특감반원 보도 관련 입장문'에선 "언론도 더 이상 대상자의 무분별한 폭로와 사리에 맞지 않는 주장에 동조하지 말아 줄 것을 부탁드립니다"고 당당히(?) 요구했다. 

 

지난해 5월 29일엔 조선일보와 TV조선을 향해 "대단히 엄중한 시절입니다. 이제 그만 잡고 있는 발목을 놓아주시기 바랍니다. 어렵게 어렵게 떼고 있는 걸음이 무겁습니다"고 딴지 걸지 말라고 싸움을 걸었다.  

 

2018년 4월 4일 중앙일보에 "'문 코드 등쌀에 외교안보 박사들 짐싼다는 보도는 사실관계를 심각하게 뒤틀어 쓴 기사로 근거가 없고 이치에도 맞지 않는 것을 억지로 끌어다 기사를 구성했습니다"며 "해당 보도의 잘못을 바로잡아주십시오. 그렇지 않을 경우 법적인 절차를 밟아나갈 수밖에~"라고 정면대결도 마다하지 않았다. 

◆ '공작정치의 음습한 그림자'· '사찰 DNA'· '변덕스런 비난에 흔들리지'· '경협의 기역자도'  등 강성 용어로 구설수

 

김 대변인은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 딸 가족의 해외이주를 거론하자 지난 1월 29일 "음해성 허위사실 유포", "후안무치한 행태", "과거정부 공작정치의 음습한 그림자"라는 1970~80년대식 용어, 시위현장서 나올 법한 단어를 동원했다. 그러면서 "확인 후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곽 의원에게 경고했다.  

 

2018년 12월 18일엔 김태우 전 특감반원 폭로와 관련래선 "문재인 정부의 유전자에는 애초에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습니다"며 '사찰 DNA'표현을 내놓아 오만방자하다고 뭇매를 맞았다. 

 

지난해 9월 6일 브리핑을 통해 "아침 일부 언론이 경협 이야기를 하는데, 친서를 비롯해서 특사단이 올라가서 경협의 ‘기역’ 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고 했다. 오보라고 했도 될 것을 굳이 '기역'자를 동원해 듣는 이의 속을 긁어 놓았다.

 

그해 4월18일 '드루킹 사건'이 정국 뇌관으로 등장하자 "정부여당에 흠집을 내거나 모욕을 주려는 것처럼 보입니다. 봄 날씨처럼 변덕스러운 비난에 흔들리지 않겠습니다"고 모르쇠를 넘어서 택도 없는 소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김정은에게 '손 하트'는 내가 전수, "가슴에 메마르고 스산한 바람이∼"

 

이따금 김 대변인은 시적 감수성을 내보이기도 했다. 

 

2018년 9월 문재인 대통령 방북 때 동행한 그는 21일 "추수 뒤에 떨어진 이삭 같은 낙수 거리로 몇 가지는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하트로 모양을 하고, 리설주 여사는 옆에서 손으로 떠받드는 그런 장면으로 사진을 찍었다"라며 "사진 찍고 나서 김정은 위원장이 저한테 '이게 어떻게 하는 겁니까?'라고 물어 제가 하트 만드는 방법을 알려줬더니 '이게 나는 모양이 안 나옵니다' 그렇게 이야기했습니다"고 깨알 자랑했다. 

 

2018년 4월 6일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선고가 있자 "오늘 모두의 가슴에는 메마르고 스산한 바람이 불었습니다"라며 논설형이 아닌 수필형 기사를 작성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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