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의 비밀/엘리너 테일러 그림/케이트 베이커 글/이한음 옮김/보림/2만8000원
인간의 손길이 거의 미치지 않은 바닷속 깊은 곳의 주인은 누구일까. 듣도 보도 못한 괴이하게(?) 생긴 바다생물의 사진이 언론에 보도되며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크기가 5m에 달하는 문어가 있다. 고대의 전설에서는 이 거대한 문어가 배를 두 동강으로 찢어발기는 무시무시한 괴물로 묘사되기도 하지만 절절한 모성애의 소유자다. 문어는 바위 틈새에 알을 낳는데, 내내 그 곁에서 알을 지킨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알만 지키는 것인데 부화하기까지 4년이 넘게 걸리는 종도 있다고 한다. 긴 시간이 걸려 6㎜도 되지 않는 새끼들이 깨어나는 날, 보호자의 역할을 끝낸 어미는 세상을 떠난다.
연등관해파리는 연등처럼 줄줄이 길게 늘어진 채 천천히 움직인다. 이 해파리는 한 마리가 아니라 개체들이 한데 모인 군체로 활동하며 분업의 묘미를 보여준다. 어떤 개체는 먹이를 소화하고, 다른 개체는 번식을 맡고, 또 다른 개체는 헤엄치는 것을 맡는다.
지구의 생명체가 시작된 바다, 햇빛이 비치는 수면에서 컴컴한 심해까지 그곳에는 어떤 생물들이 살고 있을까. 바닷속 놀라운 생물들을 그림과 함께 보여주는 책이다. 그림을 그린 엘리너 테일러는 ‘가디언’, ‘뉴욕타임스’ 등의 언론에 그림을 그리고 있고 2015년에는 일러스트레이터협회 상을 받은 경력의 소유자다.
감탄만 나오는 아름다운 광경으로 심해만큼이나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곳이 산호정원이다. 산호 폴립이라는 미세한 군체 동물들이 수백 년에 걸쳐 조금씩 쌓여 만들어졌다. 열대, 아열대의 바다를 아름답게 꾸밀 뿐만 아니라 해양 생물의 4분의 1 정도가 살 정도로 바다 생태계의 근간이기도 하다.
피그미해마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척추동물이다. 산호초 가장자리 1m에 달하는 부채꼴 산호초에 붙어산다. 구애를 할 때는 물 흐름에 따라 흔들고 서로의 움직임을 흉내 내며 멋진 춤을 춘다. 사랑의 결실인 알은 수컷들이 품어 부화시킨다고 한다.
책은 얕은 바다의 투구게, 야광충 등, 바다의 숲인 켈프 숲에 사는 보라성게 등을 소개한다. 넓고 넓은 바다에 사는 생물로는 바다나비, 무가거북고둥 등도 만날 수 있다.
강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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