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을 상대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며 법원의 영장 발부 기준을 놓고 의문점이 제기된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영장 발부는 재판의 일종으로 헌재의 심사 대상이 아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28일 헌재에 따르면 안모씨는 지난해 12월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로 구속됐다. 안씨는 2개월 전인 지난해 10월 미성년인 장애인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는데, 1심 재판부가 불구속 상태였던 안씨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이다.
이후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안씨는 지난달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로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다.
쟁점은 법원 재판이 헌재 위헌심사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법원의 구속영장 등 각종 영장 발부 또는 기각 결정도 재판의 일종인지, 이렇게 두 가지였다.
재판관 3인으로 구성된 헌재 제2지정재판부(재판장 서기석 재판관)는 먼저 “법원 재판이란 사건을 종국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종국 판결 외에 본안 전 소송 판결 및 중간 판결이 모두 포함된다”며 “기타 소송 절차의 파생적, 부수적인 사항에 대한 공권력 판단도 포함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법원 재판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없다”며 “구속영장 발부도 법원의 재판임이 분명하므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결국 안씨가 낸 헌법소원은 ‘각하’ 처분을 받았다. 각하란 헌법소원 제기의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위헌 여부를 더 따져볼 것도 없이 사건 심리를 끝내는 결정을 뜻한다.
이는 ‘판사가 영장을 발부할지 기각할지 판단해 결론을 내리는 것도 재판 일부’라는 법원의 기본 입장을 반영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앞서 법원은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을 상대로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김 전 장관은 문재인정부 출범 후 지난 박근혜정권 시절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간부들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직권남용 혐의를 받고 있다.
영장심사를 한 서울동부지법 박정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과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인해 공공기관에 대한 인사 및 감찰권이 적절하게 행사되지 못하여 방만한 운영과 기강 해이가 문제되었던 사정 등에 비춰 이 부분 혐의(직권남용)는 다툼의 여지가 있어 피고인(‘피의자’의 오기)에게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영장을 기각했다.
이를 두고 “이른바 ‘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에 휘둘린 지난 정권에서 벌어진 직권남용 의혹은 구속 및 처벌 대상이고, 탄핵 이후 들어선 현 문재인정권에서 제기된 직권남용 의혹은 불구속 및 용인 대상이냐”는 비판이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물론 법조계 일각에서 강하게 제기됐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현재 법원이 영장을 내주는 기준이 제각각인 건 사실”이라며 “영장재판의 신뢰도 제고를 위해 1심 법원이 기각한 영장의 발부 여부를 상급심에서 다시 따져볼 수 있도록 하는 ‘영장항고제’가 대안”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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