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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도 주말에도 ‘카톡왔숑’…“퇴근한 것도 아니고 안 한 것도 아니다?” [일상톡톡 플러스]

입력 : 2019-03-28 05:00:00 수정 : 2019-03-27 16: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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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노동 문화에서 문제로 지적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퇴근 후 스마트폰 메신저 등을 통한 업무 지시입니다.

 

퇴근 이후 저녁시간이나 주말 상사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통해 업무 지시를 해도 거절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인데요.

 

상당수 직장인들이 문제를 지적하며 고충을 토로하고 있으나 개선이 쉽지 않습니다.

 

정규 노동 시간에 포함하기 애매할뿐만 아니라 아직 남아있는 구시대적인 기업 문화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내년 중소기업에 주 52시간 제도가 본격 도입돼도 이 문제를 근절하지 않으면 진정한 근로시간 단축은 힘들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퇴근 후 ‘카톡’으로 업무 지시하는 상사들…부하직원 “거절하는 게 쉽지 않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업무 시간 외 스마트기기로 일한 경험이 있는 직장인은 7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업무 시간 외 스마트기기로 일한 평균 시간은 주당 11시간이 넘는 것(퇴근 후·휴일 등 포함)으로 조사됐는데요.

 

휴일 중 스마트기기로 인한 업무 시간이 2시간이 넘는다고 답한 직장인은 36.3%에 달했습니다. 없다고 답한 비율은 24.5%에 불과했습니다.

 

업무 형태로는 직장 메일 수신 및 발신이 63.2%(복수 응답)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업무 관련 파일 작성(57.6%), 메신저를 통한 업무 처리 및 지시(47.9%)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휴일에도 울려대는 카톡은 직장인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스마트기기로 인한 업무 관련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한 직장인은 절반에 달했습니다. 이 중 매우 그렇다고 답한 비율도 5.3%였습니다.

 

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16년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근로시간 경계를 허무는 스마트기기 보편화는 근로자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심할 경우 번아웃 증후군으로 발현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번아웃 증후군이란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잦은 카톡 지시로 인해 직장인들은 수면시간을 줄일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스마트기기 사용으로 인해 참여시간이 감소한 활동으로는 수면이 44%로 가장 많았는데요. 이어 여가 및 문화 활동이 20.9%, 가사 관련 활동이 18.6%로 뒤를 이었습니다. 업무 관련 활동 시간 감소는 가장 낮은 6.9%에 그쳤습니다.

 

반면 증가한 분야는 업무 관련 활동으로 집계됐습니다. 절반에 가까운 48.7%가 스마트폰 기기 사용으로 업무에 들이는 시간이 늘었다고 답한 것입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 근로자 중 상당수가 스마트기기로 인한 업무 활동 때문에 수면 시간을 먼저 줄인다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스마트기기 사용으로 업무량이 늘었다고 답한 이들은 27.5%로 감소했다는 의견보다 2배 가까이 많았는데요.

 

특히 출판, 영상 및 방송통신 등 정보 서비스업의 경우 종사자 가운데 무려 42.2%가 업무량이 늘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이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심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스마트기기를 사용으로 업무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한 근로자는 73.7%였던 반면, 감소할 것 같다고 답한 비율을 26.3%에 불과했습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여전히 밤늦도록 일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인식이 존재한다"며 "이것이 일상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스마트폰으로 업무 형태만 달라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긴급한 연락 필요한 경우가 있고, 업종별로 차이가 커 법으로 일괄금지 어렵다”

 

정부가 직장인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돌려주겠다며 지난해 7월, 300인 이상 사업장을 상대로 주52시간 근무제를 시행했지만 '퇴근 후 메신저 업무지시' 빈도는 오히려 더 잦아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지난해 11월 직장인 456명에게 설문한 '모바일 메신저 업무처리 현황'에 따르면, 10명 중 7명(68.2%)이 근무시간 외에 메신저로 업무지시를 받았다고 답했습니다.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전인 2016년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직장인 2402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응답 비율(70.3%)과 큰 차이가 없는 수치입니다.

 

되레 주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기업 직장인 가운데 '근무시간 외에 메신저 업무지시를 받았다'고 답한 비율은 77.2%(153명)에 달해 7%포인트 가량 더 늘어났습니다.

 

주52시간 근무제 취지와 반대로 업무가 퇴근 후 일상으로 옮아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직장인 사이에는 주52시간 근무제는 '공짜 근무제'라는 푸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퇴근 후 메신저 업무지시와 보이지 않는 근무시간이 늘었지만, 해결책을 찾는 건 여의치 않습니다.

 

한때 한국사회에도 퇴근 후 회사의 업무지시를 거부할 권리, 이른바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서 '카톡금지법'이 잇달아 발의됐지만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2016년 6월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근로시간 외에 카톡 등 각종 통신수단을 이용해 업무지시를 내리는 것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는데요. 다른 의원도 카톡 금지법안을 발의했지만, 모두 국회에서 계류 중입니다.

 

조직 문화 개선이 아닌, 법으로 일괄 규제하는 것이 실효성이 있냐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퇴근 후 업무 카톡 금지법'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통해 “업무시간 외라도 긴급한 연락이 필요한 경우가 있고, 업종별로 여건 차이가 커 법률로 일괄해 금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에 고용당국도 2016년 '근무혁신 10대 제안'을 마련하고 2017년에는 당국 실무진이 직접 카카오 본사를 방문해 카톡을 이용한 근무시간 외 업무지시 관행을 개선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별반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노동시간·휴게시간 명확하게 구분하는 유럽 vs 강제규정 없어 권고에 그치는 韓

 

전문가들은 아직 남아있는 과거 직장 내 조직 문화와 법적인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업무와 사적인 공간을 구분하지 않는 우리나라 특유의 직장 분위기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인데요.

 

해외의 경우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사생활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혀서 이런 현상이 적은 편입니다.

 

다른 나라의 경우 노동과 휴게 시간에 대해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는데요.

 

프랑스는 2017년 1월1일부터 ‘연결되지 않을 권리’인 이른바 연결차단권이 포함된 개정 노동법 시행에 착수했습니다. 개정법을 보면 사용자는 근로자들의 휴식시간과 휴가를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디지털기기 사용에 대해 매년 근로자들과 교섭해야 합니다.

 

노사 간 교섭을 통해 특정 시간대에는 업무용 휴대전화를 받지 않아도 되거나, 업무 메일에 회신하지 않아도 되는 등 연결차단권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정하게 됩니다.

 

근로시간의 모호성을 해결하기 위해 법률상 ‘호출 대기’라는 용어를 만들어 ‘대기시간’과 구분해 사용하고 있는데요.

 

내용을 보면 대기시간의 경우 사용자가 지정한 곳에 머물며 기다려야 하지만, 호출 대기는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갈 수 있되 휴대전화를 켜놓아야 하는 상황을 말합니다.

 

원칙적으로 호출 대기를 휴식시간으로 보지만, 실제 업무 활동을 했을 경우 근로시간으로 인정받아 근로계약이나 단체협약으로 이를 보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독일에서는 2012년 업무 시 정신적 부담으로 인한 위험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금속노조가 정부에 ‘안티 스트레스 법안’ 입법화를 요청하기도 했는데요. 입법 취지는 근로자의 개인적 여가시간 중 이뤄지는 업무상 연락 등 업무 수행과 관련해 근로시간과 휴식시간을 명확히 구분하는 조처를 하자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해당 사안에 대한 법적인 강제규정이 없어 퇴근 후 업무지시 등을 자제하도록 권고하는 것 외엔 이렇다 할 방법이 없는 실정입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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