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남녀 젠더(성)갈등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았던 '초·중·고 성평등 교수·학습 지도안 사례집'을 전면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성평등 사례집은 결국 여가부 홈페이지에서 삭제됐는데요.
앞서 지난 12일,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여가부가 지난 4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배포한 성평등 사례집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 의원은 사례집에서 역대 노벨과학상 여성 수상자가 남성 수상자보다 적은 이유는 심사위원이 대부분 남성 때문이라고 설명한 부분을 문제로 꼽았는데요.
실제 여가부는 역대 노벨과학상 여성 수상자(18명)가 남성 수상자(581명)보다 적은 이유가 심사위원이 대부분 남성 때문이라는 문답자료를 수록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심사위원이 남성이라 (여성이 받았어야 할) 노벨상이 남성에게 넘어갔다는 뉘앙스였는데요.
◆”심사위원이 남성이라 노벨상 女 수상자가 적다?” 여가부 ‘성평등 사례집’ 논란, 결국 홈페이지서 삭제
예시문 뒷부분에는 "수상자를 결정하는 사람은 왜 대부분 남성일까요?(선생님)", "사회 활동 기회가 남성에게 집중돼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높은 자리도 대부분 남성이 차지했다(학생)", "남성이 사회 참여를 통해 많은 훌륭한 일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성이 그러지 못한 이유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닌 능력을 펼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 된다면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선생님)"이라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여가부는 "혐오 표현은 여성과 소수인종, 소수민족, 동성애자, 장애인 등 소수자를 대상으로만 이루어진다"면서 '남성과 같은 다수자에 대한 혐오 표현은 성립하기 어렵다'는 홍성수의 책 '말이 칼이 될 때'를 인용했습니다.
함께 수록된 PPT 자료에서는 혐오표현 OX 도표를 제시, '김치녀'는 혐오 발언이지만 '김치남'은 혐오 발언이 아니라고 적시했는데요.
여가부는 동일한 일을 해도 여성은 임금을 적게 받는다며 '남성은 무조건 승진, 여성은 무조건 실패' 하는 보드게임 활동자료를 수록하기도 했습니다.
하 의원은 "여가부 사례집은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교육현장에 내려 보내 학생들에게 사회에 대한 잘못된 시각을 제공하고, 양성평등이 아닌 성갈등만 유발시킬 것"이라며 "여가부는 사례집 배포를 중단하고 편향적 사례집을 제작하게 된 경위를 해명하라"고 비판했습니다.
◆정책위 내부보고서 “20대女 페미니즘으로 무장, 남성혐오 문화 확산…20대男 지지율 하락”
앞서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는 “20대 여성이 페미니즘 등 집단이기주의 감성으로 무장하고, 남성혐오 문화가 확산해 20대 남성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내용의 내부 보고서를 작성해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정책기획위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에 대한 자문기구입니다.
지난달 27일 경향신문이 확보한 정책위 국민주권 2소분과 ‘20대 남성지지율 하락요인 분석 및 대응방안’ 보고서를 보면 “문재인 정부 출범직후 20대 남성 국정지지율은 87%에 달했으나, 지난해 6월 혜화역 규탄시위 이후 급락 추세로 반전됐다”며 “특히 지지율 하락 요인을 정부의 젠더 갈등 관리 미흡으로 기정사실화하는 부정담론이 크게 확산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20대 남성 국정지지율 하락요인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제안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됐다고 명시했는데요.

보고서는 20대 남성들의 정부 비판담론이 남녀갈등을 과잉 일반화하는 수준을 넘어 친여성주의 편향, 공정성 논란 등 정부정책의 성격·역량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확대했다고 진단했습니다.
20대 남성의 젠더 인식이 단순 성별 갈등을 넘어 정부에 대한 '반감'과 '불만'으로 이어졌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보고서는 그 원인으로 20대 남성들이 주로 내세우는 '역차별'과 '남성혐오'를 꼽고 있는데요. 보고서는 “20대 남성들은 자신들이 느끼는 역차별 및 박탈감 요인이 성별 할당제, 가산제 등 민주화 이후 지속적으로 강화된 여성 편익 친화적 정부정책에 기인한다고 믿는다”며 “여당 내부의 일부 정치인들이 여성편향적 정책 행보, 이수역 폭행사건 등 일련의 남성혐오 문화 확산 등은 정부 정책에 대한 20대 남성의 불신 및 지지 철회를 촉발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정리하자면 정부 정책의 여성편익 우선적 편향성에 대한 불신을 공통된 특징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20대 남성 입장 대변할 정치적 우군 ‘無’…“역차별 당한 입장 헤아려야”
보고서는 “20대 여성은 개인주의, 페미니즘 등의 가치로 무장한 새로운 ‘집단이기주의’ 감성의 진보집단으로 급부상한 반면, 20대 남성은 경제적 생존권과 실리주의를 우선시하면서 정치적 유동성이 강한 실용주의 집단으로 변화”했다고 파악했습니다.
이어 “혜화역 집회와 같이 이미 정치 세력화한 여성집단에 비해 정부, 여당 어디에서도 20대 남성의 이익이나 입장을 대변할 정치적 지원 세력이 없다는 현실 인식이 팽배하다”고 덧붙였습니다.
20대 남성의 특성에 대해서도 분석했는데요.
보고서는 “가난한 20대 남성의 경우 자신의 미래 개척을 위해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법과 원칙의 공정한 적용’이라고 간주했으나, 현 정부가 20대 여성에 유리하게 법과 사회제도를 관리한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수직적 계층 이동의 기회구조를 상실한 채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감을 정치적 지지 철회로 표현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같은 지지율 하락에 대한 대책으로 보고서는 “여성문제를 언급할 때 할당제 등으로 역차별을 당하는 남성들의 입장을 헤아려 신중하고도 절제된 표현을 사용하도록 지침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여성문제 및 성평등 관련 발언이나 정책 수립과정에서 정부·여당 인사들이 보다 신중하고 분별있는 태도를 폭넓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페미니즘 편향적 교육내용을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는데요.
보고서는 “안티페미 등 20대 남성의 불만과 관련해서는 20대 남성을 포함한 청년세대의 삶의 질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역차별을 시정하는 정책이 군가산점 부활 같이 남성의 박탈감을 억지로 채워주는 방식으로 문재인 정부의 성평등 정책 기조를 흔들거나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 현 정부에서도 해결되지 않아…20대 文 지지율 ↓
한편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20대 층에서 눈에 띄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4~8일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20대의 문 대통령 국정지지율은 43.5%로 지난달 25~28일보다 1.3%포인트 낮아졌습니다. 반면 부정평가는 45.3%로 긍정평가를 넘어섰는데요.
정부와 여당은 이같은 20대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모습입니다. 최근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20대 지지율 하락을 두고 ‘전 정부의 교육 탓’이라고 했다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는데요.
전문가들은 20대의 ‘먹고 사는 문제’가 현 정부에서도 해결되지 않는 점 등이 지지율 급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명박·박근혜 등 지난 보수정권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공정’ ‘평등’ ‘공평’ 측면에서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한 실망이 큰 것이 지지율 하락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20대 남성의 정부 지지율이 급락한 이유는 현 정부 페미니즘적 이념 수용, 여성 편향적 정책이 크다고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 저자 오세라비는 지적했습니다.
그는 공공 영역의 여성전용시설·서비스로 △여성전용주차장 △지하철 여성 배려칸 △여성전용 기숙사형 주택 △여성안심콜택시 호출 서비스가 포함된 스마트 앱 △여성 안심 택배 서비스 무인보관함 △여성전용 예약택시 등 외에도 다양하게 있다고 했는데요.
그러면서 ‘미투(나도당했다) 운동’이 대다수의 일반 남성들을 궁지로 몰고, ‘무고수사 중단 매뉴얼’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남성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여가부는 2017년 ‘경력단절여성 취업 지원 사업’으로 489억원의 예산을 사용했고, 여성임원이 많은 기업에 국민연금을 투자하겠다고 했다”며 “국민의 노후자금을 여가부가 좌지우지하려는 것은 초권력적 행위”라고 힐난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20대 남성들은 병역의무를 수행한 탓에 학업·자기발전에 지장을 받고, 치열한 취업전선에서 여성에게 밀려났다는 상대적 박탈감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경제난에 따른 취업 준비기간 장기화, 저조한 취업률은 이같은 박탈감을 더욱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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