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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김정은' 불러들인 까닭은 꿩먹고 알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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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3-15 06:50:00 수정 : 2019-03-14 21: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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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나경원, 존재감 알리면서 4·3 재보선, 21대 총선 겨냥
- 이슈몰이 성공으로 1라운드는 나경원 우세승이 대체적 평가
- 2라운드는 4·3 재보궐선거...창원성산 승패가 희비의 분수령
- 총선 D-13개월...21대 총선 '김정은' '박근혜' 대리전 될 수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수석 대변인처럼 발언한 뒤 급랭한 정국이 풀릴 기미가 안 보인다. 해당 발언의 후폭풍을 모를 리 없는 나 원내대표가 왜 '김정은'을 끌어 들였을까. 강한 야당임을 알리려는 의도도 있지만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가까이는 4·3 재보선, 멀리는 21대 총선(2020년 4월 15일 국회의원 선거)을 위한 지지층 결집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나 원내대표가 정략적으로 한번 지른 것에 민주당이 걸려 들어 사실상 선거 국면에 들어가는 거다"며 예상보다 ‘총선모드’가 빨라지게 돼 아쉽다는 뜻을 피력했다. 선거모드가 일찍 가동되면 양대 정당에 관심이 쏠려 민평당 등 군소정당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일단 존재감 알리고 이슈화 성공...1라운드 우세승

 

나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때 외신기사를 인용하는 형식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게 해주십시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직후 더불어민주당은 발끈했고, 집권여당과 제1 야당 간 험악한 풍경이 펼쳐졌다. 

 

이를 두고 시시비비를 떠나 나 원내대표가 '자신을 알려야 한다'라는 정치인의 제1목표는 달성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반면 '국가원수 모독'이라며 발끈한 민주당에 대해선 나 원내대표의 발언이 부적절하긴 했어도 민주당이 '과민반응한 것은 마이너스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은 13일 TBS교통방송 '색다른 시선 이숙이 입니다'에서 "(나 원내대표가 표현이) 좀 거칠기는 했지만 제1야당의 원내대표라는 걸 전 국민한테 각인시켰다"고 했다.

 

같은 방송에서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제 황교안 시스템으로 들어가겠다는 거고, 인지도는 확실히 올렸다"고 했다. 

 

민주당의 송영길 의원은 YTN라디오에 나와 "취약한 원내대표로서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정치적으로 활용한 느낌이 든다"며 이번 일로 나 원내대표가 존재감을 인식시켰다는 데 동의했다.  

 

박지원 의원은 자신의 SNS와 각종 방송 출연을 통해 "민주당의 전략(단상으로 올라가 발언중지 요구, 국가원수 모독 언급 등)은 나경원 원내대표를 잔다르크로, 용으로 만들어준 결과를 초래하고 양비론을 불러왔다"며 민주당의 전략 미스를 지적했다. 

 

◆ 지지층 결집 노림수...결국 선거

 

민주당, 민평당, 정의당 의원들은 나 원내대표의 또다른 목적이 '지지층 결집'이며 이는 결국 '선거'에 연결된다고 봤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14일 CPBC 평화방송에서 "국회를 싸움판으로 만들어서 극단적인 대결로 몰아가는 것이 우리 양당 정치체제의 특징이다"며 "(한국당 속셈은) 여야 4당이 선거제도 개혁을 패스트트랙으로 태우겠다고 하니까, 이걸 막아보겠다는 그런 심산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현행 제도로 21대 총선을 치르는 것이 유리하다는 전략에 따라 의도한 말이라는 것이다.

 

박지원 의원도 "(이번 일로 양당 지지층) 집결 양상이 있어 한국당도 올라갔고 민주당도 올라갈 것이며 (선거를 앞두고 양당에만 관심이 몰리는 악순환이 벌써 시작되는 등)사실상 선거 국면으로 들어간 것"이라며 선거를 염두에 둔 지지층 결집용이라고 했다. 

 

민주당 설훈 의원 역시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당은 ‘극우세력과 함께 가겠다’. 그 사람(극우세력)들을 정당 방패막이, 제1선에 세워놓고 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보여진다"고 비슷하게 판단했다. 

 

◆ 2라운드는 4·3 재보궐, 특히 창원성산 승패에 따라...

 

나 원내대표의 도발로 싫든 좋은 생각보다 빨리 선거모드에 돌입하게 된 가운데 여야는 오는 4월 3일 창원성산· 통영고성 두 곳의 국회의원 자리를 놓고 격돌한다.

 

21일부터 공식선거운동을 시작할 수 있지만 여야는 현장 지도부 회의 등의 명분으로 창원에 캠프를 차리고 당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1라운드서 나경원 원내대표를 상대로 별 재미를 보지 못한 민주당은 이번 재보궐서 최소 한국당 아성인 통영고성을 빼앗는 1승1패를 하면 판정승으로 볼 만 하다. 창원성산마저 가져가면 당연히 완승이다. 이에 맞서 한국당은 통영고성 수성은 물론이고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에게 빼앗긴 창원성산 수복을 노리고 있다.

 

◆ '탄핵' '국정농단' 프레임에 혼쭐난 한국당, '김정은 프레임'으로 대응을?

 

선거가 다가오면 각 당은 △ 지지층 결집 유도 △ 상대와 차별성 강조 △ 이슈의 선점과 확대 재생산에 열을 올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효과적이고 달콤한 유혹은 프레임 전쟁이다. 확실한 악성 프레임이 씌워지면 벗어나려고 몸부림칠수록 역효과만 나타나기에 '나는 씌우고 상대는 피하려' 한다.

 

가장 강력했던 프레임은 2017년 19대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를 휩쓴 '박근혜 탄핵', '국정농단 프레임'이었고 2004년 17대 총선의 '탄풍(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작용)' 프레임 역시 대단했다.

 

나 원내대표가 반발을 충분히 예상하면서도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란 말을 입에 올린 것을 민주당은 구시대 유물인 '색깔론' 프레임 가동 신호로 보고 있다. 

 

14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조정식 최고위원은 "나경원 원내대표의 연설로 탄핵부정과 국정농단의 그늘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실체가 그대로 드러났다"며 한국당의 아킬레스건인 탄핵과  국정농단 프레임을 슬쩍 내비쳤다. 

 

여야가 이 상태를 이어갈 경우 21대 총선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대리전 성격이 될 가능성마저 엿 보인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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