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세계와우리] 진정한 민족주의란 무엇인가

관련이슈 세계와 우리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19-03-14 23:45:19 수정 : 2019-03-14 23:45:14

인쇄 메일 url 공유 - +

한·일관계 1998년 이후 계속 악화 / ‘日 때리기’ 민족주의 정서에 이용 / 패권주의 행태 보이는 中엔 침묵 / 몽골·베트남처럼 제 목소리를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의 하늘을 잿빛으로 만들었던 3·1절 100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빨갱이론’을 친일잔재라고 비판했다. 1998년 신한·일관계의 상징이었던 ‘김대중-오부치 선언’ 이후 여러 정치인이 일본 때리기를 통해 민족주의 정서를 국내정치에 이용해왔다. 이에 따라 한·일관계는 98년을 정점으로 갈수록 악화했고, 올해는 최악의 해로 기록될 상황이다.

한국근현대사에서 빨갱이론, 반공론이 등장하게 된 것은 1921년 ‘자유시참변’ 사건이다. 이는 좌파계열 독립운동세력인 상해파 고려공산당과 이르쿠츠크파 고려공산당의 분열·갈등과 소련 적군의 개입 등이 얽히며 수백 명의 독립군이 희생된 비극적 사건이었다. 자유시참변을 계기로 현 정부가 3·1운동, 한국독립운동, 임시정부의 상징인물로 모시는 김구 선생 등이 중심이 돼 독립운동 내에서 반공 입장을 확고히 세웠고, 해방 이후 좌우대결 과정에서 증폭된다.

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19세기 말과 20세기 전반기 일본제국주의가 침략성을 드러내던 시기 반일투쟁은 용감한 민족주의였다. 그런데 21세기 동아시아에서 패권적 민족주의 행태를 보이는 나라는 어디인가. 2003년 시작된 동북공정, 즉 고구려역사를 중국역사로 편입, 왜곡하려는 시도는 확대 발전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안보를 위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경제보복, 미세먼지의 50% 내외가 중국에서 날아오는 등 한·중 간의 문제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 학계 등에서 이에 대해 줏대 있게 중국을 비판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G2(주요 2개국)로 등장한 중국이 경제적 파워를 무기로 패권주의적 모습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진정으로 민족주의적 정신을 세우고자 한다면 중화민족패권주의에 맞서야 비겁한 민족주의가 아닌 용감한 민족주의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유명 정치인 등이 베트남 2차 북·미회담 결렬 배경과 관련해서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배후설,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 악당설 등을 퍼뜨리고 있다. 이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단히 해악적인 행태이다. 미국의 월간지 ‘애틀랜틱’ 4월호는 볼턴 보좌관이 어떻게 북·미협상을 결렬시켰고, 앞으로 미국의 외교안보정책을 어떻게 이끌어 갈지 분석했다. 볼턴 보좌관이 베트남 북·미협상 전까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북한문제를 넘겨준 것처럼 행동했으나 그것은 전술적 항복이었으며, 결국 자신의 의도를 어떻게 관철했는지가 담겨 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원한다면, 북·미협상 결렬의 원인을 ‘아베 탓, 볼턴 탓’을 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 원인과 내용을 분석해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번 북·미협상을 통해 확인된 것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없고, 나아가 한반도 비핵화론에 기초한 핵동결과 비확산에 대한 의지조차도 부족하다는 것, 한국 정부가 이 같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입장과 내용을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과장 홍보해 왔다는 것, 한·미 간의 북핵문제 관련 전략적 소통이 안 되고 있다는 것, 볼턴 보좌관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빅딜론에 기초해 구체적 증거와 자료로 협상을 결렬시켰다는 것 등이다. 진단과 처방이 틀렸다는 것이 확인됐음에도 또 잘못된 진단과 처방을 고집하고 남의 탓이나 한다면 실패는 필연이다.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해서도 정부, 정치권 등이 중국 눈치나 보면서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문제 해결이 제대로 될 수 없다. 중국의 경제보복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한국이 중국 눈치를 보며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도 초청하지 못하고 있을 때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이 훨씬 큰 몽골과 베트남이 중국에 어떻게 대해 왔는지 공부할 필요가 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해 민족자주정신을 제대로 세우고자 한다면, 현시점과 미래의 우리나라에 횡포를 부리는 나라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고 투쟁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과거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일본 때리기는 비겁한 민족주의에 불과하다.

 

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빛나는 여신'
  • 한지민 '빛나는 여신'
  • 채수빈 '여신 미모'
  • 아일릿 원희 '여신 미모'
  • 아일릿 민주 '매력적인 눈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