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하면서 성장하는 느낌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예전에 연기할 때와 달리, 이번에는 캐릭터를 (오롯이 제 연기로) 표현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죠. 특히 촬영 도중 현장에서 제가 많이 바뀌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최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여진구(22)가 지난 4일 막을 내린 tvN ‘왕이 된 남자’에 대해 이같이 회상했다. ‘왕이 된 남자’는 잦은 변란과 왕위를 둘러싼 권력 다툼에 혼란이 극에 달한 조선 중기, 임금이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쌍둥이보다 더 닮은 광대를 궁에 들여놓으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지난 2012년 개봉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리메이크했다.
하지만 드라마는 원작에서 배우 이병헌이 연기했던 왕 ‘광해군’ 대신 가상의 왕 ‘이헌’을 등장시켰다. 그 결과, 드라마는 영화와 초반에서만 같을 뿐 회차가 진행될수록 전혀 다른 이야기가 전개됐다. 여진구는 왕 ‘이헌’과 광대 ‘하선’을 맡아 데뷔 이후 처음으로 1인 2역에 나섰다. 여진구는 “원작과 다른 새로운 이야기가 매력적이었다”고 출연 동기를 밝혔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제가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인데, 드라마 ‘왕이 된 남자’ 대본을 읽었을 때 (원작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김희원 PD님도 저에게 ‘우리는 처음부터 원작과 다른 새로운 이야기와 캐릭터를 창의적으로 표현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원작을 신경 쓰지 말고 우리만의 연기를 해 달라고 하셨죠. 그 덕분에 제 스타일로 두 인물(이헌과 하선)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영화에서 광해군은 왕의 자리를 하선에게 줬다가 되찾는다. 이후 자신을 위협했던 무리를 응징한다. 반면 드라마는 이헌이 도승지에게 죽음을 당한다. 하선이 왕 역할을 대신해 왕권을 강화한다. 영화와 드라마의 이야기에서 가장 큰 차별점이다. 여진구는 이에 더해 등장인물에도 큰 차이가 있다고 했다.
“하선과 이헌의 마음가짐이 다릅니다. 드라마의 하선은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목숨까지 버리면서 (백성들을 위해) 왕이 될 의지가 있었습니다. 이헌은 (광해와 달리) 백성을 위해 희생하기보다 자신의 존재를 지켜내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입니다. 도승지 또한 영화보다 개혁 의지를 더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이런 것들(등장인물들의 마음가짐 차이)이 있었기 때문에 원작보다 더 처절한 이야기가 전개됐고,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운명을 건 승부를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여진구는 드라마를 연기하면서 많은 부담을 느꼈다. 원작의 대성공, 원작 배우의 뛰어난 연기력, 생애 첫 1인 2역, 그리고 원작과 다른 이야기 전개 때문이다. 여기에 이전과는 다른 마음가짐을 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 됐다. 이전 작품에서는 선배 배우들에게 조언을 구하며 연기했지만, 이번 드라마에선 오롯이 그 혼자 감내해야 했다.
“지금까지 감독님이나 선배에게 의존하면서 촬영을 많이 해온 것 같아요. 배우가 자신이 맡은 역할을 오롯이 짊어져야 한다는 책임감과 무서움을 피했던 거죠.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감독님과 선배들이 저 혼자 설 수 있게끔 많이 도와줬습니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서 무서웠는데, 촬영을 계속하다 보니 익숙해지고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여진구는 “‘왕이 된 남자’를 통해 나만의 고집을 가지게 됐다”며 “내가 연기를 대하는 방식과 연기를 하는 스타일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연기에 대한 자신만의 확신이 생겼기 때문일까. 여진구는 ‘왕이 된 남자’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차기작을 밝혔다. tvN ‘호텔 델루나’다. 드라마는 엘리트 호텔리어가 운명적인 사건으로 호텔 델루나의 지배인을 맡게 되면서 달처럼 고고하고 아름답지만 괴팍한 사장과 함께 델루나를 운영하며 생기는 특별한 이야기를 그린다. 여진구는 엘리트 호텔리어 구찬성, 이지은(가수명 아이유)은 호텔 사장 장만월을 연기한다. 드라마는 ‘왕이 된 남자’와 정반대다. 사극이 아니라 현대극이며, ‘귀신이 머물고 가는 호텔’이라는 점에서 판타지다.
“연기에 대한 바뀐 제 모습을 쉬게 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차기작에서 맡은 역할이 저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확신도 있었고요. 장르적으로도 호기심이 생겼고요. 주변에서는 조금 쉬어도 된다고 했는데, 저는 쉴 타이밍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왕이 된 남자’를 연기하면서 느낀 감정을 조금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았죠.”
파격 변신이라는 질문에 그는 “장르에 제한이 없는, 어느 작품을 하더라도 녹아들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계속 연기를 하면서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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